린디 효과는 “오래 살아남은 것은 앞으로도 오래 갈 가능성이 높다” 는 이론입니다. 오래 버틴 책, 기술, 관습, 매체는 그만큼 변화와 경쟁을 견뎌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요.
이름의 유래는 1960년대 뉴욕의 Lindy’s라는 식당입니다. 치즈케이크로 유명했던 이곳에는 쇼비즈니스 관계자들이 모여, 요즘 뜨는 코미디언이 얼마나 버틸지, 어떤 쇼가 곧 사라질지 같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처음엔 “오래된 것은 위대하다”는 찬양이라기보다 “너무 자주 보이면 빨리 닳는다”는 경고에 가까웠지만, 이후에는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은 것들의 지속 가능성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넓어졌습니다.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이유」는 이 린디 효과에 잘 맞는 오래된 매체로 이메일을 꼽습니다. 이메일은 1971년 첫 컴퓨터 간 전송 이후 반세기 넘게 살아남았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소셜 플랫폼과 메신저가 등장했고, 한때는 모두가 그곳으로 옮겨갈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메일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개인에게 직접 도착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고, 특정 플랫폼에 덜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러분도 이메일로 이 글을 받아 보고 계시고요.
이메일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메일은 특정 플랫폼의 피드에 흘러가다 사라져 버리는 콘텐츠와는 조금 다릅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글이라기보다는, 누군가가 시간을 들여 나에게 보내준 문장처럼 느껴집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메일이 즉시성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메신저에는 읽음 표시와 입력 중 표시가 있고, 소셜 미디어에는 조회수와 리액션이 있습니다. 반면 이메일은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각자의 시간에 생각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답하지 않아도 되고, 초안을 저장해 두었다가 다시 고쳐도 됩니다. 빠른 반응이 기본값이 된 인터넷에서, 이메일은 여전히 조금 느리게 생각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글쓴이는 지난 1년 동안 작가, 개발자, 블로거, 예술가, 개인 웹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전부 답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많은 답장을 받았고, 그 경험 덕분에 받은편지함을 두려워하기보다 기대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낯선 사람에게 연락하는 일은 늘 어색하고 조심스럽지만, 좋은 이메일은 스팸과 다릅니다. 무언가를 요구하기 전에 상대의 작업을 읽고, 구체적으로 반응하고, 호기심을 담아 말을 거는 작은 행동에 가깝습니다.
이 부분은 댓글이나 커뮤니티에도 그대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댓글은 쉽게 소모되고, 때로는 가장 피곤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내와 품위를 갖춘 댓글은 충분히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좋은 작업을 봤을 때 “잘 봤습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궁금한 점을 정중하게 묻는 것, 작은 오류를 알려주거나 더 좋은 자료를 덧붙이는 것만으로도 만든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긱뉴스에도 그런 댓글이 더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긱뉴스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7년이 되었는데요. 이렇게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읽히는 글, 다시 찾아오게 되는 커뮤니티,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좋은 것을 봤을 때 좋은 방식으로 반응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린디 효과대로라면 긱뉴스도 앞으로 7년은 더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네요.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처럼, 오래 버티는 것 자체도 하나의 힘일 수 있겠습니다. 가능하다면 긱뉴스가 빠르게 지나가는 뉴스 피드이면서도, 동시에 좋은 작업을 발견하고 누군가에게 댓글을 남기게 만드는 작은 연결의 공간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모든 분들이 건투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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