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응시하는 남자들
(alexselimov.com)- 정보 과부하와 반복적인 도파민 자극이 겹치면 브레인 포그가 심해지고 집중력과 생산성이 함께 떨어짐
- 잠 부족 뒤 카페인에 의존하고, 집중이 안 되면 음악·팟캐스트·Hacker News 같은 미디어 소비로 넘어가며 같은 흐름이 다시 이어짐
- 집중해서 일할 때는 스크린과 엔터테인먼트를 끊고, 정신적으로 소진되기 시작하면 몇 분간 벽을 바라보는 루틴을 사용함
- 벽을 초점을 흐린 채 바라보며 주변시를 쓰고, 동시에 mind blanking을 적용하면 5~10분 뒤 집중력이 다시 돌아오기도 함
- 5~10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벽만 보는 일은 쉽지 않지만, 현재까지는 집중력과 생산성 개선이 눈에 띄게 나타남
문제와 배경
- 정보 과부하가 집중력 저하의 핵심 배경으로 작용함
- 2012년 발표된 논문 기준으로 2008년 평균 개인은 하루 34GB의 정보를 받았고, 일일 정보 노출은 연간 약 5.4% 씩 증가했음
- 같은 추세를 외삽하면 현재는 약 87GB 수준이 됨
- 이 계산에는 오디오, 시각, 텍스트 데이터가 포함되고, 10분짜리 HD 영상이 10분짜리 480p 영상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는 식으로 품질 요소도 반영됨
- 브레인 포그와 집중 저하가 반복되는 패턴이 이어짐
-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매우 피곤한 상태로 일어나고, 이를 버티기 위해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게 됨
- 커피를 2~3잔 마신 뒤에도 집중이 잘 안 되면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틀거나 Hacker News를 읽는 식으로 미디어 소비를 덧붙이게 됨
- 그 뒤 스크롤링에서 오는 도파민과 카페인 영향으로 늦게까지 깨어 있게 되고, 다시 같은 흐름으로 돌아감
- 작은 도파민 자극이 누적되면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한 상태로 깊어짐
- 이런 사이클에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매우 어려워짐
벽 응시 루틴
- 집중해서 일하려 할 때는 스크린과 엔터테인먼트를 끊고, 정신적으로 소진되기 시작하면 몇 분간 벽을 응시하는 루틴을 사용함
- 스크롤링을 멈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음
- 브레인 포그 상태에서는 오후 1시나 2시쯤 집중력의 벽을 맞게 됨
- 이때 머리가 아프고 동기부여가 크게 떨어지며 생산성이 눈에 띄게 감소함
- 첫 반응으로 커피를 더 마시게 되지만, 그래도 느리고 고통스러운 속도로 계속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음
- Simple Lucas의 영상을 보고 직접 시도한 뒤 효과를 체감함
- 벽을 초점을 흐린 채 바라보고 주변시를 쓰면서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는 방식과,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는 mind blanking을 함께 적용함
- 5~10분 정도 지난 뒤 집중력이 다시 돌아오기도 함
- 이 루틴은 효과적이지만 쉽지 않음
- 5~10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벽만 바라보는 일 자체가 꽤 어려움
- 운동처럼 시작 전에는 피하고 싶지만, 끝내고 나면 만족감이 남는 경험과 비슷하게 느껴짐
- 현재까지는 집중력과 생산성이 눈에 띄게 좋아짐
- 추가적인 집중력 개선 전략도 함께 쓰고 있으며, 그 내용은 이후 글에서 다룰 예정임
- 이 루틴은 계속 이어가고, 생산성과 집중력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추후 업데이트할 계획임
Hacker News 의견들
- 스마트폰의 가장 큰 문제는 주의를 빼앗는 것만이 아니라, 멍하니 두고 마음이 떠돌게 두는 비집중의 시간까지 앗아간다는 데 있음
예전엔 그냥 생각이 흘러가게 두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거의 사라져 버림- 그건 default mode thinking이나 default mode network라고 부를 수 있음
가끔이라도 이런 상태를 못 가지면 스트레스는 커지고 집중력은 더 떨어짐
[1] - https://en.wikipedia.org/wiki/Default_mode_network - 나는 그걸 지루함이라고 부르고 싶음
보통 부정적으로 들리지만, 지루함은 마음이 방황하게 해 주고 진짜 창의성이 나오는 자리이기도 함
최근에 Non-Things: Upheaval in the Lifeworld를 읽고 나서 폰을 덜 집어 들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됐고, doomscrolling 대신 읽을 만한 책으로 추천할 만함 - 이 얘기를 들으니 예전에 수학 관련 사이트에서 읽은 글이 떠오름
수학 박사과정이나 대학원생을 위한 조언 글이었는데, 위생 습관 유지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샤워를 매일 하던 습관 덕분에 막혀 있던 문제에서 통찰이 떠올랐고, 김 서린 창문에 아이디어를 적었다는 일화가 있었음
다시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음 - 크루즈 여행을 갈 때는 인터넷 요금을 아예 내지 않고, 폰은 시간 확인과 사진 용도로만 씀
휴가 와서까지 doomscrolling할 이유가 없다고 봄 - John Cleese가 창의성에 대해 정말 좋은 이야기를 했음
https://youtu.be/nvKeu46jgwo?si=vIRHSJWXff8Kyf2l
- 그건 default mode thinking이나 default mode network라고 부를 수 있음
- 이건 결국 명상의 한 형태 아닌가 싶음
나는 명상 습관을 꾸준히 들이진 못했지만, 눈을 감고 호흡이나 몸, 혹은 별 의미 없는 대상에 집중하는 방식이라면 벽을 바라보는 것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어 보임- 2013년부터 명상 수련을 이어 온 입장에서 보면 이건 분명 명상임
다만 매일 강박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자주 다시 돌아가는 실천에 가까움
호흡이나 주변 소리에 집중하는 건 겉보기엔 쉬워도, 바로 그 단순함 때문에 어렵기도 함
마음이 딴 데로 새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그 생각이 계획인지 걱정인지 상상인지 되새김인지 구분한 뒤 다시 호흡이나 소리로 돌아오는 게 수련의 핵심임
이 글은 글쓴이가 자기 방식의 명상을 새로 발견한 셈이고, 이런 식으로라도 더 많은 사람이 한번 시도해 보면 좋겠음 - 벽을 바라보는 건 거의 shikantaza와 비슷함
정확히는 빤히 노려보는 게 아니라 반쯤 감은 눈으로 깨어 있게 두는 쪽에 가까움
숨을 세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앉아 있는 게 전부이며, 내 경험상 이걸 너무 머리로 이해하려 들수록 더 어려워짐
[1] https://en.wikipedia.org/wiki/Shikantaza - 이걸 보니 Cixin Liu의 The Dark Forest에 나오는 Wallfacers가 떠오름
그 용어도 지금 말한 그런 명상적 수행에서 따온 것 같음 - 그럴 수도 있지만, 결국 무엇을 기르느냐에 달렸음
멍하게 공상만 하면 그건 산만함을 연습하는 셈이고, 명상은 그 반대로 마음의 실제 상태를 알아차리는 훈련임 - https://en.wikipedia.org/wiki/Trāṭaka
- 2013년부터 명상 수련을 이어 온 입장에서 보면 이건 분명 명상임
- 어릴 때는 침대에 앉아 벽을 바라보며 생각하곤 했음
아버지가 방 앞을 지나가며 괜찮냐고 물으면, 정말 그냥 생각 중이었기 때문에 늘 괜찮다고 했음
그냥 벽을 보며 생각하는 감각이 아주 좋음
보통은 "지금 당장 무엇이든 생각할 수 있다면 뭘 생각할까?"라고 스스로 묻게 되고, 그 순간 마음이 내가 정말 생각하고 싶은 쪽으로 풀려남- 나도 가끔은 생각하려고 일찍 잠자리에 들곤 했음
그 시간이 기대될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지만 스마트폰 없이 음악도 오디오북도 없이 걷다 보면 그때가 다시 떠오름 - 많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조언이 마음을 비우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때로 더 값진 건 마음이 스스로 방향을 고르게 두는 데 있음
- 나도 가끔은 생각하려고 일찍 잠자리에 들곤 했음
- 명상은 정신 훈련과 집중력에 대해, 헬스장이 신체 훈련에 해당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봄
소셜 미디어가 집중 시간을 망가뜨렸고, 이제는 agents가 문맥 전환까지 더 자주 일으킴
세상과 하나가 되는 평온함 같은 이야기를 제쳐 두더라도 명상은 꽤 어려운 훈련임
나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agent나 컴파일이 끝나길 기다릴 때 벽을 보는 편이 메시지에 답하거나 X를 켜거나 다른 agent를 또 돌리는 것보다 생산성 면에서 순이익이 더 큼- 어려운 점은 이런 훈련이 겉으로 보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여서 쉽게 무시된다는 데 있음
- 혹시 벽이 필요하면 여기 보면 됨
https://unsplash.com/photos/red-bricks-wall-XEsx2NVpqWY- 잘 찾았음
이걸 출력해서 내 벽에 붙여둘 생각임 - 나는 오래된 창고를 개조한 아파트에 사는데, 벽이 노란 벽돌이라 질감과 마모, 색 변화가 보여서 보기 좋음
- 솔직히 이 사진은 1초만 봐도 왜곡 보정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먼저 올라옴
어쩌면 그게 바로 여기서 배워야 할 교훈일지도 모름
- 잘 찾았음
- 벽 보기나 휴식이 곧바로 명상이거나 집중력 저하의 치료법은 아님
집중이 안 되는 이유는 주의 지속 시간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작업 기억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더 중요하거나 더 흥미로운 것에 끌려서일 수도 있으며, 잘못된 대상에 너무 세게 매달려 헛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음
해결책은 각각 다르지만, 심리 상담처럼 어떤 접근이든 무심코 계속되던 패턴이나 자기파괴적인 정신 습관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게 해 주면 그 자체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음
핵심은 생각이 흥미롭거나 걱정스럽거나 신나서 스스로 동력을 얻는다는 데 있고, 그 에너지의 근원이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아차린 뒤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는 법을 익혀야 함
대개는 그 에너지를 놓아주는 편이 맞지만, 계속되는 부정의를 바로잡아야 할 때처럼 때로는 오히려 끌어올려야 함
결국 집중은 상황에 맞는 만큼의 에너지를 가지는 데서 나옴. 많지도 적지도 않게 - 예전에는 운전, 샤워, 산책 중에 빈 시간을 팟캐스트로 다 채웠는데, 오히려 뇌에 정보 과부하를 줘서 더 지치고 피곤해진다는 걸 깨달았음
요즘은 운전하거나 걷거나 샤워할 때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아예 틀지 않는데, 훨씬 편안하고 정신적으로도 더 쉼을 느낌
뇌에는 조용한 시간이 필요함 - 그냥 명상을 처음 principles부터 재발명하는 느낌임
- 방향성은 맞지만, 더 나은 방법은 산책을 하며 자기 생각만 두는 것이라고 봄
폰도 헤드폰도 없이, 자기 뇌와 함께 걸으면서 마음이 자유롭게 떠돌게 두면 됨- 회복적 환경에 대한 연구를 보면, 보통 자연이나 바깥 환경이 집중력 회복에 좋음
나도 최대한 밖에 있으려 하지만, 이상하게도 5~10분짜리 짧은 시간에는 벽이 더 잘 듣는 편임
그래도 바깥이 더 즐겁긴 함
- 회복적 환경에 대한 연구를 보면, 보통 자연이나 바깥 환경이 집중력 회복에 좋음
- 나도 헤드폰 없는 짧은 산책에서 비슷한 걸 느낌
처음 몇 분은 뇌가 뭔가 붙잡을 대상을 찾는 것처럼 거의 짜증날 정도인데, 조금 지나면 정신적 잡음이 가라앉고 일이 다시 덜 버겁게 느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