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P by lifthrasiir 2019-08-01 | favorite | 댓글 2개

곰복은 평평한 바닥에 놓았을 때 단 한 점에서 (정적) 평형을 이루는 3차원 도형을 말합니다(이런 도형 자체는 유일하진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오뚝이인데, 오뚝이가 안의 밀도를 달리 해서 무게중심을 바꾼다면 곰복은 그 모양만으로 그런 성질을 갖게 됩니다. 2006년에 헝가리 수학자 가보르 도모코스가 이런 도형이 존재한다는 걸 처음 밝혔지요. 구와는 다르지만 어떤 면에서 구와 가장 비슷한 도형인데, 그래서 곰복이라는 이름도 헝가리어에서 "구"를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곰복은 매우 만들기 까다로운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연계에서 곰복과 유사한 형태(이를테면 거북이 등껍질이라거나)는 종종 보이지만 곰복 자체가 발견된 적은 없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곰복은 조금만 잘못 만들어도 곰복의 성질을 잃어버립니다(대략 1천분의 1 수준의 정확도가 필요). 그런 까닭인진 몰라도 다양한 재질로 만든 곰복을 파는 사이트(https://gomboc-shop.com/)에 보면 가격이 장난이 아니네요... 곰복을 발견한 수학자도 완전 다른 종류의 곰복을 찾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겠다고 하니, 아직 갈 길이 멉니다.

※ Gömböc의 원래 헝가리어 발음은 "굄뵈츠 [ɡømbøt͡s]" 정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어 발음은 "곰복"으로 정착된 상황이고 한국어에서도 그렇게 알려져 있는 것 같으니 영어 발음으로.

씽기버스에도 있군요. 3D 프린터가 잘 찍어낼지 모르겠지만..
https://www.thingiverse.com/tag:Gomboc

근데 그중에 하나를 보니
https://www.thingiverse.com/thing:10190

이 리버스 엔지니어링한 3D 출력물 관련해서, 원 저작자인 가보르가 특허도 있고 해서 내려달라고 했다고 하는 문구가 있네요.

곰복이 딱 하나의 특정 도형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긴 한데, 가보르가 만든 실용화 가능하면서 구와 충분히 다르게 보이는 특정 곰복은 의장권 같은 걸로 보호되고 있어서 그걸 복사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