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삶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괜찮음
(aethermug.com)- Aphantasia와 SDAM(심각한 자서전적 기억 결핍)에 대해 설명하며, 필자는 과거 경험을 머릿속 이미지나 감각으로 떠올리지 못함
- 구체적인 삶의 에피소드나 장면을 회상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으나, 전반적인 삶의 정보와 사실은 논리적으로 기억함
- 공간 기억과 의미 기억은 정상이어서, 지도를 이해하거나 장소 정보를 활용해 과거 경험을 유추하는 방식을 사용함
- 이런 기억 방식은 감정적인 아쉬움은 있지만, 학습과 성장에 실질적인 차질은 없음
- 결국 다른 전략으로 충분히 보완 가능하며, 과거를 생생하게 떠올리는 능력이 없어도 삶과 성취에 치명적인 영향은 없는 경험임
서론
- 필자는 이전에도 Aphantasia(심상 결여)에 대해 여러 차례 글을 쓴 적이 있으며, 이 주제에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보였음
- Aphantasia란 마음속 이미지, 소리, 감각을 전혀 떠올리지 못하는 특성을 가리키며, 이는 일반적으로 장애가 아님
- 하지만 모든 영역에서 남들만큼 능력이 있다고 느끼진 않으며, 특히 자신의 과거 에피소드를 기억할 때 눈에 띄게 약함
- 필자는 SDAM(Severely Deficient Autobiographical Memory, 심각한 자서전적 기억 결핍)이라는 기질을 가지고 있음
- SDAM은 2015년에 발견된 개념으로, Aphantasia와 연관성이 많고, 본인도 SDAM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측함
구체적인 에피소드 회상
- 대학 시절 힘들었던 일을 기술하라는 면접 질문에 예시를 떠올리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음
- 스스로 연구 중 난관을 극복한 경험이 있었음을 논리적으로 "알고" 있지만, 구체적 장면이나 사건으로는 회상 불가능함
- 이에 따라, 기억이 분류·색인된 파일 캐비닛이 없는 느낌을 받음
- 아주 특정한 단서나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겨우 일부 장면을 복원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정보는 일화적 사건이 아닌 사실 형태로 남아있음
- 중요한 일상에서는 실질적 문제로 이어지지 않으나, 감정적인 면에서 소외나 아쉬움이 남음
기억의 공백
- 중요한 사람이나 감정은 머릿속 어렴풋하게 남아 있지만, 삶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는 거의 기억하지 못함
- 예전의 나 스스로도 남의 삶처럼 느껴짐
- 충격이나 외상, 해리성 기억상실이 아니라, 단순히 일화적 기억 회상 방식의 차이임
- 최근 연구에 따르면, Aphantasia가 새로운 기억 형성 시 뇌 활성에 차이가 있으며, 실용적 성과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남
- 과거의 경험 회상은 평균화된 감각만 남아 있고, 세부 사항은 모두 소실되는 경향이 있음
의미 기억과 공간 기억
- 의미(semantic) 기억은 매우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필자는 새 경험을 자신만의 정신적 모델에 맞춰 통합해나감
- 덕분에 중요한 정보나 반복된 사실은 잘 남고, 모든 세부 사항이 평균화·일반화됨
- 공간 기억 역시 매우 강력하여, 장소의 구조나 위치 기억에 탁월함
- 새로운 장소를 탐험했을 때나, 오랜만에 찾은 도시에서 길과 장소 정보를 명확히 재현할 수 있음
- 공간 정보가 일종의 기억 인덱스로 작용하며, 구체적 사건의 일부 복원이 가능함
얼굴 인식의 어려움과 보완 전략
- 경미한 안면 실인증(face-blindness) 경향이 있어서, 맥락 없는 사람의 얼굴은 알아보기 힘듦
- 그러나 이름, 장소, 맥락 등의 추가 정보가 주어지면 기억이 활성화되는 구조임
- 일상에 큰 지장은 없고, 보완적 전략을 통해 충분히 기능함
결론: 문제없는 삶
- 남들과 다른 기억 구조로 인해 특정한 회상 경험은 불가능하지만, 사람·사건·학습의 본질은 온전히 내면에 남아있음
- 과거의 구체적 장면을 되살릴 수 없더라도, 중요한 교훈과 감정은 현실의 감정 형태로 유지됨
- 암기나 장면 재현보다는 지식과 통찰의 축적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이점도 있음
- SDAM은 단점도 있지만, 즉각적 이해와 새로운 정보 처리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긍정적 측면이 존재함
- 연구 결과, 기억의 부족을 대체하는 다른 인지 전략이 충분히 실질적 보완 효과를 주며, 강한 심상이나 일화적 기억이 반드시 실제적 성공·행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님
Cover image: Caravane Au Coucher Du Soleil, Charles Théodore Frère
Hacker News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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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와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고, 특히 면접이나 리뷰 자기평가서 작성할 때 ‘나 자신을 어필하는’ 부분에서 정말 큰 어려움 겪는 중임
저자처럼 나도 힘든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물어보면 아무 대답도 못 하다가 누군가가 내가 이룬 성취라고 불러줄 만한 순간을 짚어줄 때에야 비로소 그런 경험을 떠올릴 수 있음
일단 한 번 그런 계기가 생기면 참고할 사례를 알게 됨
아직도 ‘성취’라 말하는 건 어렵지만 기억 자체는 할 수 있음
또 저자처럼 나도 공간 기억력이 뛰어나서 길, 방향 등을 잘 기억하고 이를 단서 삼아 다른 세부사항도 떠올릴 수 있음
이게 ADHD와 관련이 많은지 궁금함
어린 시절에는 배고픔도 없고 좋은 교육 기회도 있었지만, 부모님 사이의 문제로 내게 지속적인 영향이 남은 상황임-
나도 매우 강력한 사건별 기억력을 가진 사람임
‘자신을 어필하는’ 과정이 무척 힘듦
지난 1년 동안은 내가 해왔던 일들을 외부인의 시각으로 다시 떠올리며 이력서에 제대로 기여한 내용들을 추가함
내 시점에서는 그냥 대충한 거라 생각했는데, 남들 시각에선 ‘인상적이고 성공적인 것’이라 부름
내 성취를 스스로 인정 배울 때가 시니어 엔지니어와 스태프 엔지니어의 차이였음 -
읽으면서 “이거 ADHD랑 너무 비슷하네” 생각했는데 진짜 그랬음
내 머릿속에서 관찰자로만 존재하는 듯한 느낌은 겪어본 사람 아니면 설명하기 굉장히 어려운 현상임
때때로 타인의 삶이 내 삶보다 더 현실감 있어보이고, 내 경험은 뭔가 방해물로 인해 혼탁해진 느낌이 큼
물론 실제로 그렇진 않고, 내 뇌의 착각임
나 역시 자기 어필에 정말 약함
기억력만 나쁜 게 아니라, 내 성공과 실패에 동등한 비중을 둘 때가 많아야 할 장소에선 지나치게 객관적으로 나를 대함 -
내 경험상 진짜 중요한 건 올바른 프레임워크를 갖추는 것임
Clayton Christiansen 방식과 5 Whys 섞어서 사용하고 있음
“올해 어디에서 어떤 일 했는지” 같은 큰 덩어리를 쓰기 시작함
“왜 그곳에 있었나?” 찾아가며 주요 프로젝트를 적음
“그 프로젝트가 실제로 준 영향?” 수나 비율로 확인함
“무슨 기술/소프트스킬이 필요했나?” 분석 진행
“왜 내가 신경 쓰는가?” 만약 상황이 어떻게 다르면 다시 해보고 싶은지 고려
비즈니스 성과 추적이 일상화된 뒤 이 방식이 더 효과적임을 느낌
이 구조를 대입해 이력서 확장하고, 최근 작업 설명용 비즈니스 개발 템플릿도 만듦
이 템플릿을 LLM에 넣어 나와 협업해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 방법 탐색함 -
이 내용에 크게 공감함
면접이나 성과 리뷰에서 구체적인 성취를 떠올리는 게 정말 어려움
나와 저자처럼 aphantasia(심상 부재)와 아마 SDAM도 있겠지만, 자기 반성이나 꽤 긴 치료 과정을 겪으며 이 문제의 근원은 ADHD일 가능성이 크단 결론에 이름
내 경우 성취를 떠올리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거의 어떤 것도 ‘성취’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더 큼
최근 예시로, 나는 대학교를 12년 넘게 끌다가 ADHD 진단을 받고, 커리어를 바꿔 지원해서 바로 IT 시스템 통합 스페셜리스트(지원/헬프데스크 역할)로 취직함
비정규 교육이지만 내 실력 인정받아 견습생 단계를 생략
8개월간 원래 역할을 훨씬 넘는 업무(자동화, 내외부 툴 개발, 고객용 도구)를 맡음
최근엔 공식적으로 Test Automation Engineer로 승진, 연봉 50% 상승
객관적으로 견습생에서 8개월 만에 엔지니어로 승진은 대단한 성취인데, 내 감정으론 ‘동년배들 따라잡기 시작한 것’이 더 강함
외부자에겐 이상하게 들릴 수 있음
내 이론은, ADHD에서 흔히 열쇠 어디 뒀는지 잊어버리는 것처럼 애초에 기억 저장 자체가 제대로 안 되는 거라는 것임
즉, 성취 사건이 일어나도 감정적으로 ‘성취’단서로 뇌에 태깅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하나의 사건’일 뿐임
그래서 면접에서 힘든 문제 푼 적 이야기해달라 하면 ‘성취’ 폴더에서 꺼내기가 어렵게 됨 -
나는 ADHD가 없어도 ‘나를 어필’하는 데 고생함
이 부분은 일부러 연습해야만 가능했음
업계 자체가 자랑스러운 에피소드에 집착하는 느낌이고, 마치 ‘위대한 인물의 역사’ 시각을 개인 단위로 축소한 기분
회사의 ‘컬처 인터뷰’에서 갈등 해결 사례를 요구할 때도, 나는 누군가와 갈등을 에피소드로 만드는 타입이 아니어서 답변이 어려움
그냥 서로를 존중하고 편하게 얘기 나누려고 하고, 만에 하나 갈등이 생겨도 그걸 의식적으로 기억에 남기지 않음
프로그래밍에서도 마찬가지임
‘가장 힘들었던 버그’도 그냥 평범한 반복적 과정 중 하나일 뿐, 딱히 특별하게 각색된 이야기가 없음
나는 이게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 성향 혹은 성장 배경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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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인식이 약간 약한 것 같다” 같은 사연 참공함
일상에선 큰 문제 없고, 반복해서 접하면 얼굴을 익히지만, 예상치 못한 장소(기차 등)에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맥락적 단서 없이는 누군지 정말 분간하기 어려움
상대가 “안녕 마르코!” 하면 난 어디서 본 것 같다는 희미한 느낌만 있음
이름이나 관련 정보를 듣기 전까진 내 머릿속 소셜 네트워크에 제대로 연결하지 못함
나 역시 aphantasia는 없지만(오히려 자서전적 기억이 약함), 이런 일이 자주 있고, 더 당황스러운 건 전에 여러 번 만난 사람인데 내가 처음 만난 것처럼 자기소개할 때임-
나도 얼굴 알아보는 게 어렵고, 조금만 변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보면 더 그러함
특별히 aphantasia가 있는 계열은 아니고, 오히려 세 살 이전까지의 강한 시각적 기억도 있음
대신, 사람의 걸음걸이로 먼 거리에서도 몇 년 만에 본 사람을 바로 알아볼 때 있음
심지어 신발 놓는 방식만 보고도 10년 만에 만난 사촌임을 알 수 있음 -
내 파트너도 얼굴 인식에 꽤 어려움이 있음
흥미로운 점은, 평생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얼굴을 기억한다는 걸 이해 못 했다는 점임
예를 들어 바텐더가 한 달에 3~4번 간 곳에서 이름 불러주면, 상대가 내 스토커인 줄 알았다고 함
본인은 얼굴을 ‘의식적으로’ 구분해야 해서, 특이점(안경, 수염, 대머리, 마른 얼굴, 작은 코, 머리 스타일 등)을 딱딱 기억함
클럽에 주기적으로 가도 본인은 완전히 익명일 거라 생각했다가, 내가 “거기 일하는 사람들 다 너 기억할 걸”이라고 하니까 충격 받음 -
나는 강렬한 기억력을 갖고 있어서 특정 분위기가 묻어나는 기억(예를 들면, 비 오는 날 분위기)을 모아낼 수 있음
근데 자꾸 그러면 뇌가 아파짐 -
어제 나 역시 이런 상황을 겪었음
미안해 Wolf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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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는 ‘마음의 눈’ 선명함이 착각에 가깝다고 생각함
대다수는 자신의 심상 이미지 퀄리티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음
대표적 사례로 “자전거 그리기” 실험이 있는데, 실제론 매일 보는 물건조차 디테일하게 떠올려 그리기 어려움
관련 링크
그림 실력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익숙한 사물을 제대로 복원하지 못한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 큼
증인 진술조차 부정확함이 잦음-
현상학적 관점에서 이 주장에 이견 있음
타인의 마음속 시각을 추정하는 건 근본적으로 오류임
실제로 수백 명 이상 인터뷰해 본 결과, 시각화 경험엔 매우 넓은 분포가 있음
'마음의 눈'이 아예 공허한 사람도 있는 반면, 현실 시각 자체를 압도할 정도로 강렬하게 시각화하는 사람도 존재
'자전거 그리기' 사례도 사고의 오해임
뇌 속 사물 장면 표상과 운용 표현 능력은 전혀 별개이며, 조각가가 아니어도 자기 얼굴을 완벽히 아는 지식 가질 수 있음
증인 진술 부정확성이란 사례도 본질은 시각적 복원 문제가 아니라 시간적·인과적 배열력임
내 연구에 따르면, aphantasia를 가진 사람은 오히려 사실적 순서 복원이 더 정확할 때가 많음
시각적 재구성을 거치지 않으니 왜곡이 적음
요점은 인지 다양성임
어떤 이들에겐 ‘결손’으로 여겨지는 특질이 특정 상황에선 오히려 대안적 강점이 되기도 함
시각적 기억은 매번 재구성 과정에서 오염될 수 있는데, aphantasia는 원본 정보를 불필요하게 다시 그리지 않아 더 순수하게 접근한다는 해석 가능
이건 단순 신경학적 흥밋거리를 넘어, 기억의 본질적 차이에 해당함
표상 기반 기억과 직접 인지 기반 기억이란 방식 모두 서로 장단점이 있음 -
이건 선명함/명확성보단 '정확성'의 문제로 봄
머릿속에 엄청 디테일하게 시각화해도 그게 실제와 다를 수 있음
나는 aphantasia이고 자발적 시각화 자체가 없음
하지만 기억력은 좋은 편이고, 누가 시키면 비슷하게 잘못 그린 자전거 그릴 듯
aphantasia에 관한 토론에서 늘 직접적 간접적으로 이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의견이 나오는데, 그런 분들에게 설명하기 제일 쉬운 테스트가 있음
“눈 감고 탁자 위에서 공이 통통 튄다고 상상해보세요. 소리도 들어보세요. 공 색깔은 뭔가요?”
대부분 즉답 가능한데, 나는 수십 번 시도해도 공의 색을 알 수 없음. 왜냐면 머릿속에 실제로 그 공이 존재하지 않음
aphantasia란 이런 느낌임. 흐릿하거나 낮은 해상도가 아니라 아예 ‘무(無)’임 -
나는 hyperphantasia(초선명 심상)를 가지고 있는데, 지난 10년 사이 대부분 사람들은 나처럼 상세한 가상 오버레이와 함께 세계를 인식하는 게 아니라는 걸 뒤늦게 앎
자전거 실험 예시는 내 방식과 보통 사람의 인식 차이를 인상적으로 체감하게 해주었음 -
기억은 손실 압축을 쓰기 때문에, 때때로 정보 자체가 뒤틀리거나 사라지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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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주장 읽고 링크 보기 전에 자전거 그냥 쓱 그렸음
누군가 자전거 못 그린다는 게 상상 자체가 안됨
근데 이건 주제가 다르다고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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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 중 힘든 문제와 극복 경험을 쓰는 질문, 준비 안 했으면 누구나 어려울 거라 생각함
사람들이 평소에 이런 ‘메타적’ 범주로 사건을 기록하거나 생각하지 않아서 더 그런 거라 여김-
이런 질문은 거의 면접 대비용임
막상 실제 현실적 문제가 나오면 예를 잘 떠올릴 수 있는데, “그때 넌 어떻게 했어?” 같은 면접 문맥에선 머리가 완전히 다르게 작동하는 듯함
그래서 마음속으로 ‘동료가 이런 상황으로 힘들어한다. 나는 무슨 조언을 해주고 어떤 사례를 공유할 수 있을까?’처럼 자기 머리를 속여보는 편임
그리고 그 사례를 그냥 STAR 형식으로 얘기해서, 면접관이 ‘STAR 체크리스트’ 채워주길 바라게 됨
리더십 원칙을 직접 언급해서 포인트 더 얻을 수도 있음 -
맞음, 이건 기억력 자체보다는 회수 단서가 추상적이라서 생기는 문제임
“힘들었던 문제”처럼 포괄적 질문을 받으면 더 구체적인 실마리를 먼저 생각해보고, 거기서 까다로웠던 경험을 추려냄 -
사실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런 게 정상 아닐까 싶음
저자 묘사가 나랑 거의 똑같아서 대단히 특이한 게 아니라 평범하다 생각함
다만, 모든 걸 즉각 필요한 순간마다 생생히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오히려 특이하다고 생각함 -
이런 질문에서 제일 힘든 건, 처음엔 내가 제대로 대처 못한 케이스만 떠오르게 한다는 점임
물론 결국엔 잘 풀었던 이야기를 생각해내고, 앞서 쓸모없는 이야기 다섯 여섯 가지는 거르고 나야 적절한 답을 준비함 -
이런 질문을 여러 번 겪다 보면 자신만의 레퍼토리가 생긴다고 생각함
나는 얼굴 인식 장애부터 사건 기억력 부족까지 전부 겪는데, 그래도 예전에 실수로 생산 시스템에서 rm -Rf /.로 지운 경험~교훈 등 최소 10번은 써먹음
예전에 같이 일한 매니저 중 누구나 아는 이야기꾼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언제 무슨 이야기를 하든 본인만의 반려 스토리 몇 개를 반복해서 돌려쓰더라
오히려 이런 걸 잘 다듬어 ’언제든 꺼낼 수 있는 도구’로 만드는 게 효과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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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저자와 거의 똑같은 경험을 하지만, aphantasia는 없음
aphantasia 중요성 깎아내리려는 건 아니지만, 기사 핵심은 SDAM(단기 자전적 기억 결여)에 가까워 보임
Google Photos/Apple Photos 지도 보기 기능이 내 기억 탐색의 주요 수단임
장소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거기 있던 기억은 희미함
그래서 지도에서 사진 찾아보고, 그 사진을 보면 실제 기억이 다시 살아남
물건에 대한 집착도 이 때문임
사람과의 기억은 잘 못 떠올리지만, 그 사람의 물건을 만지거나 보면 감춰진 기억이 되살아나는 느낌임
최근에 아내를 잃었고, 12년간 결혼 생활, 8년 연인 시절의 구체적 기억이 별로 없음
아내의 소중한 물건을 다른 곳에 보내는 게 참 어렵고, 그런 상징물이 사라지면 아내에 대한 마지막 추억 줄기마저도 끊길까 걱정함-
내가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된 건, 그 사람의 ’존재감’에 대한 느낌을 기억하려고 한 것임
처음엔 미미하다가도, 자꾸 그러다 보면 실제 그 사람이 들어오는 것 같은 변화가 느껴짐
홀로 있는데 그 사람이 방에 들어오는 상상을 하면 방의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지는데, 이런 감각으로 신체 대신 계속 연결될 수 있음
이 방식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됨 -
나 역시 이런 불안감이 있음
심지어 그녀의 얼굴조차 잘 떠올리지 못함
물건을 만지는 건 도움 안 되지만, 사진을 보는 건 기억 회상에 꽤 효과 있음
매년 추억 앨범에 에피소드와 설명을 써달라고 했지만 이뤄지진 않았음
반면, 그녀는 처음 만났던 날 우리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도 기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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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저자와 비슷한 경험
다만 aphantasia는 아님
자서전적 기억이 별로 없는 느낌, 내 과거를 관찰자 입장으로 바라보는 느낌도 큼
누가 “지난 주말에 뭐 했냐”고 물으면 “그냥 집에서 쉬었어요” 대답했다가, 나중에 사실 그 주에 스키 타러 다녀온 걸 누가 말해줘야 그제야 떠오르는 경우 많음
가족과의 대화 중에도 똑같음
다만 저자보다 내 시각은 좀 더 비관적임
저자는 ‘과거를 잊었어도 교훈은 배운다고’ 하던데, 과연 그럴까 회의적임
보상작용은 분명 존재하지만, 기억 문제는 명백히 단점임-
나도 거의 똑같은 경험을 써보려고 했음
내 경우는 작업 기억 결핍 때문이라 들었고, 이는 장기기억으로 잘 변환이 안 되는 것임
ADHD 가진 사람이 흔히 그렇게 됨 -
“집에서만 쉬었어” 대답해놓고 알고 보니 스키 다녀온 거 잊었다는 점 믿을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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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aphantasia, SDAM, 그리고 얼굴 인식 장애를 모두 가짐
저자처럼 나 역시 머릿속 멘탈 모델을 많이 의존하고, 소프트웨어 요구사항에 관한 책도 썼음
핵심만 잘 파악하고 정보를 계층적으로 정리해 원리를 기억함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제대로 기억 못하는 것에 늘 불안함을 느낌
사진을 보면 그 안에 온갖 세부 정보가 몰려옴
정보는 저장되어 있는데 접근이 안 되는 것 같음
네트워킹 능력은 떨어져서, 이벤트 가면 모두가 나를 아는데 나는 그들이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잦음
그래서 카메라 달린 AR 안경이 빨리 나와서 사람과 배경정보 자동 표시되길 기대함
aphantasia가 희귀하다고 통계는 말하지만, 내 회사엔 의외로 이 특질 가진 엔지니어 정말 많음
나쁜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음
예를 들어, 트라우마성 기억이나 멋진 경험도 거의 남지 않아 별로 영향을 안 받음-
“이미 떠난 사람을 기억 못할까 불안”하다는 부분에 공감함
나는 그(녀)가 자아에 불어넣던 ’존재감’을 일부러 떠올리면서 극복하려 했음 -
나는 지금 aphantasia를 겪고 있는데, 예전엔 시각화도 능했던 시절이 그립기도 함
나는 얼굴만큼은 자동으로 다 알아보지만 lethonomia(이름 기억 상실)는 있음
예전엔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 단 한 번 본 실험 파트너의 형제가 옆에서 지나가도 딱 알아볼 정도였는데 지금은 교통사고 이후 이전만큼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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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AM 가진 사람을 만난 적 있음
그 친구는 “일인칭 기억”이 전혀 없다고 표현함
대부분의 사람은 어렴풋해도 ‘내가 거기 있었다’는 현장감, 장면 재생 같은 게 있는데
이 사람은 ‘내가 한 일’을 회고해도 본인이 스스로 그 장면에 몰입하지 못함
나는 그에 비해 드문드문 스냅샷으로 찍어놓은 듯한 기억이 있음
예를 들어 자취했던 집·회사·졸업식·해변 걷던 장면 등은 돌아가 상상할 수 있음 -
나는 aphantasia를 가지고 있고, 오늘 SDAM도 있다는 걸 알게 됨
장점도 있음
예를 들어, 나는 사람을 쉽게 용서함
원한을 오래 품는 게 더 힘들어서, 누가 나를 다치게 했어도 그 고통을 계속 떠올리거나 재생하지 않게 됨
결과적으로 정말 ‘용서하고 잊기’가 쉬워짐
참고로, 내 꿈도 거의 시각적이지 않음-
오래된 기억의 고통을 반복해서 재생하는 문제는 어때? 난 요즘 그 고통을 좀 덜 겪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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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까지 포함해 정말 감정적으로 용서했다는 걸 어떻게 아는지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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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지를 마음속에 그리는 게 쉽게 가능함
이 점은 전반적으로 유용하지만 기억 보존엔 큰 도움이 된다고는 못 함
흐릿한 분위기, 해 쬐는 초록빛 정도의 감각은 쉽게 즐기지만, 내 인생의 큰 부분이 완전히 사라진 느낌은 같음
나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주 일기를 쓰거나 친구들에게 기억을 크라우드소싱함
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기대와 과거 경험의 교훈이 내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괜찮게 여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더 주의를 기울여 모든 걸 새로 배우는 기회일 수 있음
피곤하지만 보람됨- 나도 비슷함
나는 시각화에 전혀 문제 없지만, 저자가 묘사한 기억력 부족이나 특히 공간 기억, 예를 들면 4살 때부터 살던 모든 집의 평면도를 그릴 수 있다는 점까지 똑같이 느낌
다만, 그곳에서 겪은 구체적인 사건은 거의 기억하지 못함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웬만한 일은 더 잘 기억하는 것 같지만, 저자의 서술을 보고 나서야 ‘이게 비정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가?’ 되돌아보게 됨
연구에 따르면 aphantasia와 SDAM이 완전히 겹치는 건 아니라서, aphantasia 없는 사람도 많다고 함
- 나도 비슷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