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이 옛 제자에게 보낸 편지
- 파인만은 진정 가치 있는 문제란 직접 풀거나 기여할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하며, 작고 단순해 보이는 문제라도 자신이 직접 풀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다고 설명함
- 학생에게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찾으라고 조언하며, 단순하거나 사소해 보여도 실제로 해답을 얻는 경험과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기쁨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함
- 학계에서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거대한 문제만을 쫓는 태도에 경계를 나타내며, 본인은 “마찰 계수 실험”, “플라스틱에 금속 도금 접착”, “종이 접기 알고리듬” 등 매우 다양한 소박한 문제에 도전하며 즐거움을 느꼈음을 예시로 듦
- 학생에게 자신의 기준이 아니라 스스로 찾은 문제에 집중하라고 당부하며, 주변 동료의 질문에도 답해주는 사람이 되라고 격려함
- 자신을 이름 없는 존재라 여기지 말고, 가족과 동료, 주변 사람들, 그리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존재임을 잊지 말라고 따뜻하게 위로함
파인만에게 축전을 보낸 제자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는 답장을 보냈더니
"난류 대기를 통한 전자기파 전파에 대한 몇 가지 응용을 포함하여 결맞음 이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소박하고 현실적인 유형의 문제입니다."
아래는 위의 답장에 대해서 다시 보낸 답장임
Dear Koichi,
네가 연구소에서 일하게 된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어. 그런데 너의 편지에서 슬픔이 느껴져 마음이 무거워졌구나. 아마도 선생님의 영향이 너에게 가치 있는 문제란 무엇인지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심어준 것 같아. 진정 가치 있는 문제란 네가 실제로 풀 수 있거나,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 누군가 아직 풀지 못한 문제고, 네가 조금이라도 진전을 이룰 수 있을 때, 그 문제는 충분히 위대한 문제야. 그러니 더 단순하거나, 네 표현대로 ‘하찮은’ 문제라도 네가 실제로 쉽게 풀 수 있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어.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스스로 풀어낸 성공의 기쁨과 누군가의 질문에 답해줄 수 있다는 뿌듯함을 빼앗기지 않았으면 해.
네가 나를 만났던 때는 내 경력이 정점일 때였지. 너에게는 마치 신들의 문제를 다루는 사람처럼 보였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때 나와 함께 했던 다른 박사과정 학생은, 바람이 바다 위에서 어떻게 파도를 일으키는지 같은 문제에 도전했단다. 나는 그가 직접 선택한 문제이기에 그 학생을 받아들였어. 그런데 너에게는 내가 문제를 주고, 네가 정말로 흥미를 느끼거나 즐길 수 있는 주제를 직접 찾도록 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구나. 이 편지로라도 그 잘못을 조금이나마 바로잡고 싶어.
나는 네가 ‘하찮다’고 생각할 만한 문제들에 정말 많이 도전했어. 아주 매끈한 표면의 마찰 계수 실험(실패였지만), 결정의 탄성, 플라스틱에 금속을 잘 붙이는 방법, 중성자가 우라늄에서 퍼져 나가는 방식, 유리 표면에 얇게 입힌 금속 필름에서 전자기파가 반사되는 원리, 폭발에서 충격파가 형성되는 과정, 중성자 검출기 설계, 어떤 원소가 왜 특정 궤도의 전자만 잡아먹는지, 종이접기 장난감의 원리, 원자핵의 에너지 준위, 그리고 수년간 실패했던 난류 이론까지… 이런 다양한 ‘작은’ 문제들을 풀면서 즐거움과 만족을 느꼈단다. 물론 그 외에 ‘더 위대해 보이는’ 양자역학 문제들도 있었지만 말이야.
정말 중요한 건, 네가 실제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면 그 문제의 크기나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네가 자신을 이름 없는 사람이라고 했지. 하지만 너는 네 아내와 아이에게는 결코 그런 존재가 아니야. 동료들이 네게 질문을 하러 찾아왔을 때 답을 줄 수 있다면, 곧 너의 주변에서도 이름 있는 사람이 될 거야. 나에게도 너는 이름 없는 사람이 아니야. 자신을 그런 식으로 여기지 말아줘. 젊을 적 네가 가졌던 순진한 이상이나, 선생님의 기준을 잘못 짐작해 만든 잣대가 아닌, 지금 이 자리에서 너만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해주길 바라.
행복과 행운을 빌며,
Richard P. Feyn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