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나이에 성취하면 잠재력의 증거로 읽히고 실수도 미숙함으로 용서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같은 결과가 훨씬 차갑게 평가됨
- 20대 초반부터 작가들의 데뷔 나이를 타임라인에 붙여 보던 화자는, 30세 전 출간을 재능의 증명처럼 여겼음
- 25세 전 완성한 두 소설은 출간되지 않았고 37세에야 첫 소설을 냈지만, 그때는 더 이상 조숙함의 보너스가 남아 있지 않았음
- 청년기가 사라지면 여행지, 역사, 우상과의 만남, 영화 장면도 가능한 삶의 목록이 아니라 놓친 가능성을 떠올리게 함
- 자녀의 성장까지 보며 청년기는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결국 남는 일은 자신이 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임
젊은 작가가 되고 싶었던 욕망
- 20대 초반의 그는 18세부터 30세까지 이어지는 타임라인을 직접 그려 책상 위에 걸어둠
- Bret Easton Ellis는 21세, Martin Amis는 24세, Michael Chabon과 Zadie Smith는 25세, Philip Roth는 26세, John Updike는 27세에 첫 소설을 낸 위치에 붙여둠
- 자신의 얼굴 사진도 잘라 붙이고, 생일마다 한 칸씩 앞으로 옮김
- 목표는 단순히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어린 나이에 소설을 내는 것이었음
- 그는 신동, wunderkind, 뛰어난 젊은 작가가 되려 했음
- 30세 전 소설을 출간하지 못하는 일을 인생의 궁극적 실패처럼 받아들임
- 30세가 되고 31세가 되자, 더 이상 자신의 얼굴을 붙일 자리가 없어짐
청년기의 특권과 줄어드는 오차 범위
- 어떤 일을 젊을 때 해내면 위대함으로 가는 지름길처럼 작동함
- 잘한 일은 큰 잠재력의 증거가 됨
- 실수는 경험 부족의 결과로 여겨져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받아들여짐
- 나이가 들면 같은 실수도 더 이상 미숙함이 아니라 성격의 결함처럼 보임
- 19세의 나쁜 문장은 예상 가능하고 용서되지만, 45세의 나쁜 문장은 “이제는 더 잘 알아야 하지 않나”라는 평가를 받음
- 뛰어난 문장도 젊을 때는 경이롭지만, 나중에는 기본값처럼 취급됨
- John Updike의 Couples는 36세에 쓴 위대한 성취로 여겨지지만, 72세에 쓴 Villages는 그만큼 좋더라도 “Couples를 쓴 사람이니 당연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짐
- 시간이 흐를수록 실수할 수 있는 여백은 줄어들고, 결국 영구적인 불완전함을 받아들여야 함
출간되지 않은 초기 소설과 만료된 조건
- 그는 25세 전 소설 두 편을 완성했지만 둘 다 출간되지 않았고, 스스로도 좋지 않은 소설로 봄
- 젊은 사람이 쓴 소설답게 과장되고, 자의식적이며, 조잡하고, 자부심이 강한 모방작에 가까웠음
- 그중 하나는 일곱 살 소년이 학교 공책에 정교한 SF 스릴러를 쓰고, 교사가 원고를 발견한 뒤 월반하는 이야기였음
- 이후 괴롭힘, 짝사랑 등 성장소설의 익숙한 장면들이 이어짐
- 그는 그 이야기가 자신의 욕망과 노골적으로 닮았다는 점을 뒤늦게 인식함
- 성취 자체보다, 그것을 얼마나 어린 나이에 했는지로 보상받고 싶어 했음
- 어느 순간 그 조건은 만료됨
- 더 이상 젊지 않으므로 젊은 작가도 아니고, 뛰어난 젊은 작가가 될 수도 없게 됨
- 그래도 젊은 작가로 발견되고 싶다는 목표는 사라지지 않음
- 45세는 “발견”되는 사람이 아니라, 독성 폐기물이나 정치 스캔들처럼 “드러나는” 사람에 가깝다는 자조가 이어짐
가능성의 세계에서 고정된 삶으로
- 청년기가 지난 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고대 그리스, 미국 남북전쟁, 양자물리학, 우주의 역사 같은 책을 읽으며 세계의 광대함에서 위안을 얻음
-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자신이 역사 속 아주 좁은 순간에 갇혀 있음을 깨닫는다고 봄
- 경험도 마찬가지로, 세월이 쌓일수록 세계를 얼마나 좁게 접하는지 알게 됨
- 젊을 때의 여행지는 모두 살 수 있는 곳이자 가능한 미래의 삶이었음
- Mexico, Hong Kong, France, Italy, Western Indiana 등이 새로운 삶의 후보처럼 느껴짐
- 결국 그는 한 여성을 만나고 한 장소를 선택함
- 그 선택은 “가장 좋은 여성과 가장 좋은 장소”였지만, 미래는 고정됨
- 세계는 여전히 좋지만, 더 이상 모든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음
- 남는 질문은 가능성이 있던 자리를 무엇이 채우는가임
우상, 영화, 그리고 잃어버린 상상력
- 청년기에는 언젠가 우상을 만나 자신의 감사를 전하는 장면을 상상함
- 그 상상 속 자신은 늘 젊고, 유망하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사람임
- 나이가 든 뒤 같은 상상은 불편해짐
- 예를 들어 45세가 Au Bon Pain 줄에서 Zadie Smith에게 눈물 섞인 찬사를 늘어놓는 장면은, 그녀가 실제로 세 살밖에 많지 않다는 점 때문에 더 기이하게 느껴짐
- Silence of the Lambs의 오프닝 크레딧은 청년기와 이후의 감각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등장함
- 젊을 때는 FBI 훈련소 숲을 달리는 Clarice Starling의 장면에서 앞으로 쓸 연쇄살인범 이야기, 성인이 되어 만날 사람들, 가능한 삶들을 상상함
- 이후 같은 장면은 쓰지 못한 이야기들, 글쓰기의 어려움, Thomas Harris의 고통스러운 집필 과정, Ted Tally의 이후 성공 부재를 떠올리게 함
- 같은 문화적 경험도 시간이 지나면 가능성의 상징에서 놓친 것들의 목록으로 바뀜
- 문화도 청년기를 잃는다는 감각이 덧붙음
37세의 데뷔와 조숙함 없는 평가
- 그는 결국 소설을 출간했고, 그날은 37세 생일이었음
- Updike보다 10년, Amis보다 13년, Ellis보다 15년 늦은 데뷔였음
- 모든 데뷔는 정의상 젊은 행위처럼 느껴지고 그의 데뷔도 그랬지만, 37세에 쓴 책에는 조숙함 보너스가 붙지 않음
- 누구도 나이에 맞춰 채점하지 않고, 조숙함에 매혹되지 않음
- 그 책은 37세가 쓴 또 하나의 책일 뿐임
- 나쁘지는 않고 괜찮을 수는 있지만, 위대하다면 왜 37세가 되어서야 썼느냐는 의문이 따라붙음
자녀의 청년기도 사라진다
- 애도하는 것은 자신의 청년기만이 아님
- 자녀가 생기면 그들의 청년기도 날마다 천천히, 보이지 않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게 됨
- 작아진 스노수트를 이웃에게 넘기거나, 잠자리에서 읽어주던 보드북이 기부된 사실을 알 때 강한 감정이 올라옴
- 네 살 딸의 발레 발표회에서 아이들이 무대 위를 서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그 몸들에게 닥칠 좋은 일과 나쁜 일, 고통과 환희, 자기혐오와 자기수련을 떠올림
- 아이들이 걷고, 말하고, 읽고, 식당에서 주문하고, 거의 도움 없이 바나나 로프를 굽고, 비밀 생각을 일기에 쓰는 일은 축하할 이정표임
- 동시에 아이들이 Tooth Fairy를 믿고, 유령을 무서워하고, 공룡을 사랑하는 순수함을 오래 유지하길 바라게 됨
- 오래 붙잡을수록 잃을 때 더 아프다는 사실도 알고 있음
- 아이들의 청년기가 사라지는 일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은 머리카락이 자라거나 마음이 깨지는 일을 막을 수 없는 것과 같음
욕망은 사라지지 않고 형태를 바꾼다
- 뛰어난 젊은 작가가 되고 싶었던 욕망은 단순한 자아도취가 아니라, 그에게는 생물학적 의무처럼 느껴짐
- 쓰지 않으려 해도 머릿속에서는 문단과 소설이 만들어짐
- 단어 자체가 아니라 단어의 본질, 언어의 요지, 글자 같은 형태와 색이 결합해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듦
- 그는 읽은 작가들의 몸 안에서 살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몸 안에서도 살고 있다고 상상함
- 그것이 이해할 수 있고 견딜 수 있는 유일한 친밀감의 방식이었음
- 보이고,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은 젊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
- 나이가 든다는 것이 욕망을 벗겨내는 과정이라는 생각은 맞지 않음
- 늙어가도 앞에 놓인 수십 년을 예민하게 의식하며, 그것을 무언가로 만들고 싶어 함
- 어리석은 꿈은 실현되지 않을 때만 어리석고, 버려질 때까지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함
- 결국 그는 청년기를 천천히 빼앗기거나, 낙관적으로 말하면 그로부터 풀려남
-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를 끝없는 가능성은 “자신이 된 사람으로 사는 일” 하나로 좁아짐
- 남은 일은 잘라낸 얼굴을 한 칸씩 앞으로 옮기며, 더 살 삶이 없을 때까지 이 삶을 사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