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P by spilist2 2023-02-27 | favorite | 댓글 8개

주니어든 시니어든 질문과 부탁은 언제나 어렵다. 저평가받을까봐 두렵고, 거절당할까봐 두렵고, 민폐끼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나는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이런 두려움을 어느정도 떨쳐낼 수 있었다.

  • 좋은 질문은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는 초석이 된다. 나쁜 질문이라도 안 물어보고 결과를 망치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며 그를 통해 질문 스킬을 향상시키면 된다.
  • 부탁은 언제나 거절당할 수 있다. 상대방의 거절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탁을 거절한 것이지 나의 존재를 거절한 게 아니니 상처받을 필요 없다.
  • 메시지를 보내는 건 내 자유고, 언제 어떻게 응답할지는 그들의 자유다. 나는 그들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더 잘 의사결정할 수 있게 돕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서로 충분히 신뢰하고 정중히 의사소통한다면 민폐를 걱정할 필요 없다.

스타트업처럼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조직에서는 질문과 부탁이 많아져 컨텍스트 공유가 빈번해질수록 더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들 알아서 완벽하게 일을 마치는’ 상태보다는 ‘대충 이런 거겠지 추측했지만 알고보니 틀려서 나중에 고칠 게 산더미인’ 상태가 되기 쉽다.

그러나 질문과 부탁에 따르는 두려움을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 질문과 부탁을 하기에도 받기에도 편한 환경을 조직 차원에서 만드는 게 낫다. XL8에서는 나의 개인적 경험과 훌륭한 팀의 특징을 정리한 논문을 참고하여, 두려움을 줄이는 그라운드 룰을 만들어 적용함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일하고 있다.

  1. 내 동료들은 나에게 언제나 무엇에 대해서든 말을 걸 수 있다. 단, 그것에 언제 어떻게 대답하느냐는 내가 결정한다. 실제 응답을 하기 전에 미리 이모지 등으로 읽었음을 표시하는 것도 좋다. 마찬가지로 나 또한 팀원이나 동료들에게 언제든지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다. 단, 그들이 언제 어떻게 대답하느냐는 그들이 결정한다.
  2. 1은 우리가 충분히 현명하게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서로 믿기 때문에 가능하다. 만약 내 질문이나 부탁이 시급한 것이라면 이를 명시하여 그들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만약 일정 시간이 지나도 응답이 없다면 다시 메시지를 보낸다. 이는 재촉이 아니라 정중한 확인 요청이다.
  3. 나는 동료에게 무언가를 부탁받았을 때, 맥락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컨텍스트 보충을 요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지금 시점에 왜 중요하다고 보는가?’를 묻는 것이며, 이는 상대방이 가진 권위와 상관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는 언제나 충분히, 정확하게 컨텍스트를 공유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상대방이 나에게 역으로 뭔가 질문하거나 요청할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누구라도 나의 말에 의문을 표하고, 더 자세히 말해주길 요청하고, 정정해주고, 반박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4. 3은 현상이 아닌 본질에 더 집중하기 위함이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도움을 받았을 때에도 당연히 감사를 표해야 하지만, 본질에 집중하게 해주는 좋은 질문을 받았을 때에도 감사인사를 하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정말 좋은글 같습니다.

“메시지를 보내는 건 내 자유고, 언제 어떻게 응답할지는 그들의 자유다.”

이건 요즘 거의 모두가 망각한 것 같아요. 카톡 같은 메신저들이 상대방이 읽었는지를 알려주다보니 ‘읽었는데 답을 하지 않으면 나를 무시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죠.

이 글은 민폐일까봐 특히 업무 메신저에서 메시지 못 보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생각하면 민폐 여부를 신경쓰지 않고 메시지 보내도 된다'를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긴 한데요.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마인드셋과 별개로, 메시지가 너무 많이 오고 자꾸 확인 요청 받으면(e.g., "왜 읽씹하냐") 힘들죠. 그래서 서로 상대방의 자유를 존중하고 도와주는 게 필요한데 그걸 자주 잊는 것 같습니다.

카톡에도 그런 status message를 자동으로 보내주는 auto reply같은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Asynchronous 한 채팅에 다들 익숙해 졌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쉽지 않죠. 자동으로 표시되는 status message에 '나는 바로 답장 안줘, 꼭 읽고 응답해줄께.' 라고 써놓은 사람들도 많죠. 그 상태 메시지에 '응답이 없더라도 hi 만 하지말고, 질문을 써줘.' 라고도 많이 쓰더군요.

그게 비동기 통신의 매력인데 말입니다 ㅠㅜ

사실 읽씹이라는 말이 생기고 패이스북 메신저나 텔레그램같이 접속중인 상태를 나타내는 메신저를 생각하면 너무 과도한…사람들끼리의 연결을 추구하는것 같기도해요.
물론 업무용 매신저에서는 ‘확인했습니다’, ‘넵’ 같은 크게 의미가 없는 답장을 줄일 수 있는 필요한 기능일수도 있지만 가족도 아닌 사람에게는 굳이 내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거나 상대방 메세지에 답장할 시간을 정하는건 자유라고 생각하거든요.
유저가 온라인 상태와 읽음 확인 기능을 사용할지 선택권을 줬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