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S 는 죽지 않았다
(x.com/reidhoffman)1. SaaS가 죽었다는 주장의 배경
- 최근 Claude Code, Copilot, Codex 같은 AI 코딩 도구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제 소프트웨어는 프롬프트 몇 줄이면 만들 수 있으니 SaaS는 끝난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음.
- 실제로 리드 호프만은, Claude Code 관련 트윗 하나가 SaaS 주가를 5% 끌어내릴 정도로 시장이 이 서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짚음.
- 다만 그는 여기서 시장이 현상을 과대해석하고 있다고 봄. AI가 소프트웨어 생산 방식을 크게 흔드는 건 맞지만, 그것이 곧 SaaS 산업 전체의 죽음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것.
- 즉 출발점은 “AI가 위협이 아니다”가 아니라, “위협의 방향을 잘못 읽고 있다” 는 비판에 가까움.
- 그의 문제의식은 분명함: 지금 무너지는 건 SaaS 그 자체가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통하던 SaaS의 오래된 플레이북이라는 것.
2. 오래된 SaaS 해자(Moat)의 약화
- 호프만은 과거 SaaS 기업이 높은 마진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를, 안정적인 제품을 만들고 스케일링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조직 자체가 강한 진입장벽이었기 때문이라고 봄.
- 다시 말해 “이 정도 수준의 기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운영할 수 있는 팀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해자였고, 그래서 40~50% 수준의 마진도 정당화될 수 있었음.
- 하지만 AI가 구현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순수 엔지니어링 노동력에서 오는 방어력은 확실히 약해지고 있음.
- 그래서 그는 지난 20년간 SaaS를 정의해온 사업 모델이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되긴 어렵다고 인정함.
-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마진 하락과 해자 약화는 곧 죽음이 아니다는 점임.
- “오래된 SaaS 모델이 무너진다”는 진단과 “이제 아무도 소프트웨어에 돈을 내지 않는다”는 결론 사이에는 큰 논리적 비약이 있으며, 호프만은 바로 그 비약을 문제 삼음.
- 즉 AI는 SaaS의 경제성을 재구성하지만,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자체를 제거하는 쪽으로 바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입장임.
3.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에 대한 근본적 오해
- 호프만이 보기에 많은 사람들은 소프트웨어를 “한 번 만들어 두면 끝나는 코드 묶음”처럼 오해함.
- 하지만 실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코드 산출물이 아니라, 유지보수·검증·보안·컴플라이언스·운영 안정성·지속 개선이 계속 필요한 살아있는 시스템임.
- 예를 들어 누군가가 “우리 회사 CRM이나 급여 시스템도 그냥 바이브코딩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 기업 환경에선 보안과 규제 리스크가 치명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단순하게 대체할 수 없음.
- 특히 HR, 급여, 미지급금, 회계, 엔터프라이즈 CRM처럼 기업의 핵심 업무를 다루는 시스템일수록, ‘돌아간다’는 것과 ‘운영 가능한 수준이다’는 것 사이의 거리가 아주 큼.
- 따라서 프롬프트만으로 기능 데모를 만드는 것과, 실제 기업이 신뢰하고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임.
- 호프만은 이 지점에서, AI 낙관론자들이 코드 생성의 쉬움과 제품 운영의 어려움을 혼동하고 있다고 봄.
- 결론적으로 AI는 소프트웨어를 더 쉽게 만들게 하지만,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책임 구조를 없애지는 못함.
4. 새로운 경쟁 해자: AI 생성성(AI Generativity)
- 호프만이 말하는 진짜 변화는 “SaaS의 소멸”이 아니라 경쟁 해자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임.
- 앞으로 강한 SaaS 기업은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회사를 넘어, 해당 카테고리의 업무를 AI로 더 잘 수행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가 됨.
- 그는 이를 AI 생성성(AI Generativity) 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함. 즉 제품 안에 들어간 AI가 그 도메인의 특정 요구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반복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는 것.
- 예시로 CRM 회사를 생각해보면, 단순히 고객 데이터를 저장하고 조회하는 기능만으로는 약해짐.
- 대신 강한 CRM은 다음 같은 요소를 가질 것이라고 봄:
- 영업 워크플로우를 반복적으로 정제하는 지능형 에이전트 세트
- 인간 분석가보다 더 포괄적으로 파이프라인을 이해하는 시스템
- 해당 도메인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강력한 백엔드 라이브러리와 운영 구조
- 이런 제품은 단순한 CRUD SaaS보다 훨씬 강한 해자를 가질 수 있음.
- 결국 앞으로의 승부는 “AI를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도메인 깊숙이 맞춰진 AI 시스템을 제품의 본체로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음.
- 호프만은 이 변화를 이해하는 기존 플레이어는 진화할 것이고, 이해하지 못하는 플레이어는 실제로 쇠퇴하거나 죽게 될 것이라고 봄.
- 다만 그 쇠퇴조차도 시장이 상상하는 것처럼 단숨에 일어나진 않으며, 생각보다 훨씬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임.
5.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
- 제품 구조가 바뀌면 경제 모델도 함께 바뀔 가능성이 큼.
- 호프만은 기존 SaaS의 좌석 기반 구독 모델이 전부는 아닐 것이며, 앞으로는 고객이 토큰 예산이나 연산 소비량을 미리 결제하는 유틸리티형 모델이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다고 봄.
- 예를 들어 AI 네이티브 CRM은 단순히 “사용자 몇 명이 접속하느냐”보다, 시스템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계산과 자동화를 수행했느냐가 가격 구조에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음.
- 즉 구독형 소프트웨어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컴퓨팅 소비 기반 경제 모델로 재편될 수 있다는 이야기임.
- 그는 이런 전환이 낯설어 보여도 사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고 말함.
- 과거 온프레미스 소프트웨어에서 클라우드 SaaS로 넘어갈 때도,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진다는 공포가 컸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은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커졌음.
- 지금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클라우드 SaaS → AI 네이티브 소프트웨어”라는 유사한 전환의 초입에 있다는 것.
-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SaaS가 죽느냐”가 아니라, 새로운 단가 구조와 가치 측정 방식이 무엇이 되느냐에 가까움.
6. 기존 해자는 여전히 유효하다
- 호프만은 AI 시대가 오더라도 기존 해자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함.
- 대표적으로 네트워크 효과, 고객 관계, 데이터 우위 같은 요소는 여전히 중요하며, 오히려 경우에 따라 더 강력해질 수 있음.
- 특히 고유한 데이터 소스는, AI가 그 데이터 위에서 학습되고 조정될 수 있을 때 이전보다 더 큰 가치를 갖게 됨.
- 기업의 특정 워크플로우와 운영 문맥에 맞춰 수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시스템이 조정되면, 고객 락인(lock-in)은 예전과는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갖게 됨.
- 즉 AI가 commoditize하는 것은 “코드를 빠르게 만드는 능력”이지, 고객 관계·운영 데이터·도메인 문맥 전체가 아님.
- 이 때문에 기존 SaaS 기업이 이미 갖고 있는 고객 기반과 데이터 자산은 AI 시대에도 강력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음.
- 또한 그는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을 언급하며, 소프트웨어 구축 비용이 급격히 떨어지면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도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봄.
- 만드는 비용이 내려가면 더 많은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풀려고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는 축소보다 확장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해석임.
최종 결론
- 호프만의 결론은 단호함. SaaS는 죽지 않았다.
- 다만 죽어가는 것은 “기능을 제품화해 높은 마진을 유지하던 오래된 SaaS 플레이북”에 더 가까움.
- 앞으로 살아남는 기업은 AI를 도구로 덧붙이는 수준을 넘어서, 자사 카테고리의 핵심 업무를 AI 생성성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기업임.
- 반대로 기존 성공 공식에 안주하고 AI 시대의 해자 이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은 천천히 쇠퇴할 수 있음.
- 즉 이 글의 핵심 메시지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종말”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재편임.
-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SaaS는 장례식이 아니라 세대교체를 겪고 있다. 죽는 건 산업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플레이어들이다.
SaaS 를 쓰는 이유 자체가 “우리가 이걸 해야되?” 이지 “우리가 이걸 못해” 가 아니라서 없어질거라는게 그다지 와닿지 않죠. 그룹웨어만 봐도 엄청 후진걸 지금도 쓰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