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도화지 크기를 획득하는 과정이 저작권 폰트 파일을 무단으로 분해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이 있다.“

바로 아래 언급된 대법원 판결과 함께 놓고 보면 파일을 무단으로 분해했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얻은 것이 누가 하더라도 비슷한,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상관없어야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현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가령, 타인이 작성한 소스코드에서 쓰이는 상수값들을 가져왔다고 했을 때, 이 값들이 창조적 개성을 가지는지? 그 값들 중에서는 누가 하더라도 똑같은 상수값을 써야하는 값들이 있지만 어떤 값들은 꼭 반드시 그 값은 아니어도 되지만 대충 비슷한 값들을 가져야 한다면 굳이 그 숫자를 선택하는 것이 창조적 개성을 띈다고 볼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러한 숫자들로 구성된 수열 x_n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x_n+1을 취하거나 혹은 어떤 수열 a_n을 정해서 새로운 x’_n = x_n + a_n 을 만들 경우 x’_n을 새로운 창조적 개성을 띈다고 봐야 할지? 나아가 거기에 x_n이 원 저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남아있다고 간주한다면 그러한 이유로 x’_n의 창조적 개성을 인정하지 말아야 할지?

생각할 게 너무 많네요.

그 숫자들이 도화지 크기라면 단순히 창조적 개성이라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여러 색을 가진 종이쪼가리들을 잘라 붙여 모나리자처럼 보이게 만든 모자이크 형식의 작품이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질 것 같습니다. 결국 창조적 개성이라는 것은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발생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개별 구성요소들에서 나타나는 속성이 아니라 그러한 것들이 집단으로 모여서 창발하는 것이라고 봐야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폰트파일과 무관하게 표준 도화지 크기를 만들어서 쓰는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여러 폰트파일에서 얻은 도회지 크기들을 토대로 논리적으로 그 크기들이 가져야 하는 범위를 구하고 그 범위 내에서 임의로 값을 정해서 사용한다면 창조적 개성의 논점을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 모든 폰트 파일이 하나같이 똑같은 도화지 크기들을 사용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창조적 개성”을 반박하는 것일테고, 그렇지 않다면 다수의 파일들이 쓰는 도화지 크기의 경향성 자체는 누가 하더라도 그렇게 되므로 그 범위 자체에서 창조적 개성을 찾아볼 수 없을테니까요.

애당초 공공문서에 상용폰트를 사용한게 문제입니다. 정부에서 공문서와 공공문서에 오픈소스 폰트 사용을 강제해야 하고, 기존 문서들을 제대로 렌더링 하기 위한 오픈소스 Fallback Font를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폰트파일과 무관하게 표준 도화지 크기를 만들어서 쓰는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여러 폰트파일에서 얻은 도회지 크기들을 토대로 논리적으로 그 크기들이 가져야 하는 범위를 구하고 그 범위 내에서 임의로 값을 정해서 사용한다면 창조적 개성의 논점을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임의로 도화지 크기를 추정하는 방식으로는 기존 폰트 도화지 크기를 정확히 재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체 폰트를 사용하게 될 때 문서의 레이아웃이 깨질 수 있다는 당초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상용 폰트의 도화지 크기를 정확히 재현한다는 목표 아래에서, 그 크기를 얻어내는 과정에 불법성이나 EULA 계약 위반이 없다고 여겨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