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막연하게 투자한 회사들이 다들 성공하고 유니콘 되고 그러면 좋은 VC라고 생각했는데, 좀 더 생각해보니 투자자로써 최고의 VC이긴 해도, 좋은 VC라고 말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전교 1~2등 하는 학생들만 받아서 매번 서울대 보내는 과외 선생님이 최고의 과외 선생님 일수는 있어도, 공부에 손 놓은 학생을 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하고, 수능 이후 그 뒤에도 계속 그걸 가지고 가게 하는 선생님보다는 덜 훌륭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기준에서, 좋은 VC란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분도, 스타트업에 계신 분도, 심지어 VC에서 근무하시는 분도 많이 계실거 같아 올려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SW개발자로 일을 하다 지금은 VC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항상 좋은 글들을 많이 보아오다가 댓글을 달아봅니다.
말씀하신대로 투자를 안 받고 성장하시는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저야 SW를 개발하는 회사에 투자하고 그런 회사를 많이 만나는데, 투자 안 받으시고 당기순이익도 나면서 그 이익으로 회사에 재투자 되고, 임직원분들께 인센티브도 나가는 좋은 회사들도 찾아보면 꽤 있더라고요.
하지만 SW 회사들을 보았을 때, 공공이나 금융 등 특정 산업 군에 이미 잘 개발된 프로덕트로 꾸준하게 매출과 이익이 나는 회사들도 있지만,
성장 없이는 회사의 지속가능한 경영이 불가능 회사들도 많고,
새로운 기술과 BM으로 성장하려는 스타트업들이 대부분입니다.
스타트업의 사업에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고, 성장을 하기위해 많은 리소스가 필요합니다.
스타트업에 성장하는데 시간이 x축이라면 투자를 받아 리소스를 확보하고 x축을 크게 단축시키는 것이 투자 유치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투자금을 유치해야하는데, 투자금은 계약서에 적힌대로 누구에게 받냐 다 똑같습니다만
그 투자금에 따른 부가적인 서비스(?)가 될지 걸림돌(?)이 될지가 어떤 VC로 부터 투자를 받느냐인거 같습니다.
투자를 검토할 때부터 회사의 창업팀과 함께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VC를 찾으시는게 좋습니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아직 많은 VC를 만나보시지 못했거나, 혹은 그만큼 회사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VC는 보통 펀드를 통해 투자를 하기 때문에 시한부 결혼 생활(?)과 같습니다.
VC의 펀드도 여러 출자자들의 투자금을 받아와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거라
펀드의 기한에 따라 Exit을 하려면 회사의 로드맵과 타이밍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도 미리 파악해서 서로 꽃길(?)을 걸을 수 있는 투자자를 찾아보심을 추천 드립니다.
저는 비록 창업은 안 해봤지만 SW를 개발하는 여러 회사들을 많이 만나고 투자하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해봤었는데, 마침 좋은 질문 글이 있어 매번 눈팅만 하다 긴 댓글 남겨봅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
그리고 좋은 VC도 많이 있고, 도움도 안 되는 VC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좋고, 도움이 되고 안 되는 성향은 그 회사와의 케미에 따라 또 다르더라고요.
창업자시라면, 성장이 필요하여 빠른 성장을 위해 시간을 투자금으로 단축시키고 싶으시다면,
회사와 창업자에 맞는 VC를 찾길 바랍니다.
초기에 CFO나 CSO가 없다면 같이 이 부분 고민해줄 수 있는 해당 사업이나 산업 경력 많은 VC
향후 큰 투자 라운드 준비 시 다른 투자자들 데려올 수 있는 네트워크 좋은 VC
회사 인사, 내부 운영 등에 도움 받을 수 있는 VC
해당 산업 내 정보나 경쟁사 동향 등을 알아올 수 있는 VC
협업할 수 있는 회사 연결이나 잠재 고객 소싱해오는 BD같은 VC 등등
사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가까이 할 수 있고 도움 받을 수 있는 VC 많습니다.
반대로 애매하게 알면서 훈장질만 하는 VC, 아무것도 모르는 VC, 태클만 거는 VC들도 있어요.
이건 VC들이 투자 검토하면서 창업자 분들이 투자 받으면 어떨지 예상이 되실거 같습니다.
그런 분들 잘 골라내시면 되요.
별로 인터렉션 없이 대충 검토하고 투자하겠다고 하는게 좋지 않은거 같아요.
성향을 전혀 알 수 없으니깐요.
무조건 OK만 하는 VC, 무관심한 VC는 크게 도움 안 되고, 중간에 구주 Exit할 확률도 있고요.
VC도 사람이라 창업자분들과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두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회사와 창업자에 맞는 VC들 많이 만나보시고 파악하시면 투자 유치에 도움될 것입니다.
이글을 쓰며 저도 좋은 VC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ㅎㅎ
여기에는 VC분들은 많이 안 계시는거 같아 주절 주절 댓글 달아봤습니다 :)
그렇긴 합니다. 그래도 일반적인 기준은 있을거 같아서요. 좋은 음악에 대한 관점은 모두 각각 다르지만, 그래도 '좋은 음악은 뭐에요?'라고 물어 봤을 때 이야기 해줄만한 기준은 있는 것처럼요.
답변이라기 보다는 그냥 생각들을 적어 봅니다.
스타트업 단계별로 좋은 VC의 기준이 다른거 같아요. 기초를 잡게 해주고, 성장을 도와주고, 후속 투자를 끌어들이고, 엑싯을 준비하고 등등.. 모든 단계에서 다 잘하기는 어려우니 자신이 잘하는 것을 잘 알고, 다른 단계에 도달하면 적절하게 행동하는 VC가 좋다고 봅니다. 흔히 얘기하는 낄끼빠빠를 잘해야 하는데.. 성장에 전혀 도움이 안되기도 하고, 회사 키워야 하는 시점에 먼저 주식 팔고 빠져 버리는 등..
VC들 평가하는 사이트에서 후기 쓴 것들을 읽어보면, 첫 IR부터 전혀 케미 안 맞는데가 많아서 욕하는 글이 많은데요. 실제 투자 받아본 대표들하고 얘기해보면, 처음에는 좋지만 나중에 가면 종종 서로 안 맞는거 같다는 얘기들도 나오게 됩니다. 스타트업 경영진도, VC도 모두 자신에 잘 맞는 단계가 있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그리고 기술과 도메인에 대한 지식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VC가 더 좋습니다. 빠르게 바뀌는 분야 특성상 다 이해하면서 투자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노력은 해야죠. "그래서 그게 전망이 있어요?" "이 도메인은 하나도 모르겠어요" 라는 얘기하면 정말 기운빠져요. 만날 약속을 잡았으면 그래도 조금은 알아보고는 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투자는 안 받는게 제일 좋습니다. 투자 안 받고도 매출내고 잘 성장할 수 있는 능력과 그렇게 각자 알아서 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코시스템이 더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덧붙여서, 사실 스타트업 관점에 '좋은 VC란 어떤 것인가'라기 보다는 전반적인 관점이 궁금했습니다.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영화 제작사는 돈 적게 쓰고 돈 많이 벌 가능성이 큰 영화, 배급사는 대박 날 수 있는 영화, 평론가는 영화적으로 감명 받거나 신선한 영화가 그런 것이겠고, 참여자들은 야근 안하고, 월급 안 밀리는 영화 등등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것처럼요.
전세계 박스오피스 역대 2위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좋은 영화였나? 라는 질문에 매출은 1/1000도 안되지만 더 훌륭한 영화들이 많이 생각나는 것처럼, VC도 그런게 있나 궁금했습니다ㅠ
좋은 답변 감사 드립니다!
다들 투자는 안 받는게 제일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거 같은데, 매번 들을 때마다 "필요악인가?", "그 정도 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