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P by spilist2 14일전 | ★ favorite | 댓글 12개

정보 소비자로서 조금 더 냉정하게 (말꼬투리 잡기가 아닌) 유효한 근거를 요구하길, 그럼으로써 정보 생산자들도 조금 더 책임감 있게 근거를 명시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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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 알러지

  • "개발자 특" "소름돋는 ENTP들의 공통점" "찐 부자들의 습관" "한국 중장년층 창업가들의 특징"
  • 이런 단정적인 문장을 보면 "출처가 어디냐, 누가 어떻게 수집한 데이터냐"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어지는 알러지 증상이 있음
  • 유머글이 아닌 진지하게 주장하는 컨텐츠에서는 통계나 연구 결과 출처를 살핌. 그런 게 없으면 신호보다는 소음에 가깝기 때문. 신뢰할 수 있고 유효한 정보여야 삶에 적용할 수 있음
  • "내가 경험한" 같은 전제조건이 딸려있으면 좀 괜찮은데 "진짜 고수들의" 같은 게 붙어있으면 다시 증상이 올라옴. 진짜 고수의 기준을 뭘로 잡았는지, 그게 유효한 기준인지 묻고 싶어지기 때문
  • 내 증상과 별개로 SNS에서는 이런 글이 인기를 끄는 걸로 보임. 바넘 효과 때문일 수도 있고 숏폼 컨텐츠의 부상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음
  • 즉 이런 글을 피하고 싶어도 이미 주변에 많음. 그러면 피하기보다는 유효한 정보를 선별하는 태도를 가지는 게 더 유효함

신호와 소음을 구분하며 나를 지키는 사고법

  • 기본 태도는 '그건 니 생각이고' 임
  • "개발자 특: 체크무늬 셔츠만 입음" 같은 말을 들었을 때,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체크무늬 입은 개발자를 많이 만나봤나보다.' 라고 가볍게 넘기는 식
  • 여기에는 시점에 대한 인식도 포함됨. 모든 의견은 어떠한 창(window), 즉 특정 기간동안 특정 사람의 눈으로 관찰한, 실제 세계의 좁은 단면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해짐
  • 부정적 피드백에 대처할 때도 같은 자세를 취할 수 있음
  • 흥미가 생기면 '개발 직군 종사자와 패션 센스에 대한 연구'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봄으로써 유효한 학습 거리를 만들 수도 있음

거꾸로 생각하기: 이건 내 생각이고

  • 유머 커뮤니티의 아무개가 아닌 유명한 전문가의 말에도, 내가 신뢰하는 사람의 말에도 똑같이 적용됨. 오히려 그런 사람일수록 내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커지니 더욱 깨어있어야 함
  • 거꾸로 본인에게 권위가 있다면 스스로를 성역으로 만들고 있진 않은지 주의. 그럴수록 스스로의 파워를 의도적으로 낮추고, 내가 틀릴 수 있음을 강조하며, 반박 의견과 증거를 반갑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
  • 찰스 다윈이 좋은 예. 종의 기원 출판 전후로 수많은 과학자들과 서신 교류하면서, 본인이 아무리 사랑했던 가설이라도 반박 증거가 나오면 즉시 버렸다고 함. (출처: The Life and Letters of Charles Darwin, 99p)
  • 이런 다윈의 태도가 존경스럽고, 나도 그처럼 살고 싶음

최근 유튜브에서 집중해서 보는 컨텐츠들이 3~4명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대화하는 컨텐츠입니다. [일반적으로 구독자에게 말하는게 아닌...]
서로 어떻게 생각하고, 이런 점은 어떻고, 저런 점은 어떻고, 그 과정에서 유머스러운 대화로 빠지고 다시 주제로 돌아오고... 이 과정에서 대화와 관련된 태도로 배울점이 너무 많더군요.
다른 의견이 있을 때 어떻게 스무스하게 전달하는지, 대화에서 벗어나는데 자연스럽게 벗어나고 다시 자연스럽게 합류하는 방법, 자신이 생각한 강점을 멋있게 어필하는 방법 등등을 배워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컨텐츠들이 누가 뭐가 맞고, 틀렸고, 조작했고 등등으로 자극적인 내용들을 일반적으로 전달하는데, 대화형 컨텐츠들을 보면 마음이 놓이고 편안합니다.

괜찮으시다면 혹시 어떤 컨텐츠인지 공유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설명을 들으니 저도 궁금해져서 보고 싶어졌네요

닥터프렌즈도 있고 보다(과학을 보다, 철학을 보다 등) 채널도 있습니다

오 공감합니다. 저는 유튜브를 안보는데 그런 컨텐츠는 누가 추천해서 보면 참 좋더라고요. 그러고보면 말씀대로 혼자가 아닐 때 더 그런 게 드러나는군요.

"~가 ~인 이유" 같은 제목도 너무나 많습니다.
이유라고 하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보통 주장일 뿐이죠.
우리나라 컨텐츠가 유독 그런거 같아요 (내 생각ㅎㅎ)
현대 컨텐츠 소비에 있어 좋은 사고방식입니다!

인간관계와 인터넷에서도 사회적 거리가 필요한 것처럼 보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 서문 중 일부를 발췌 해 봅니다.

"당시 미술관의 큐레이터 아서 호턴Arthur Houghton이 우리를 데리고 미술품 보관실로 내려가 조각상을 보여주었지요. 호턴이 조각상의 덮개를 확 벗기며 말했어요. '음, 이 쿠로스는 아직은 우리 소유가 아닙니다. 하지만 2주 후면 우리 것이 될 겁니다.' 다음 순간 나는 말했지요. '유감스러운 일이군요?”

해리슨은 무엇을 본 것일까?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호턴이 덮개를 벗긴 바로 그 순간, 해리슨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했을 뿐 이다. 몇 달 후 호턴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장을 지낸 바 있는 토머스 호빙 Thomas Hoving을 미술관의 보관실로 데려가 조각상을 보여주었다. 호빙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자신의 뇌리를 스쳐가는 첫 단어를 메모 해두곤 했는데, 그 쿠로스를 처음 본 순간 떠오른 단어는 평생 잊지 못할 표 현이었다. 호빙은 이렇게 회상했다.

"그건 '새것fresh'이라는 단어였지요. 새것.

ㅠㅠ 죄송하지만 어떤 의미로 발췌하셨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부연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일부만 발췌를 해서 이해가 어려우셨을 것도 같습니다. 리디북스에서 서문 전체를 '미리보기'로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ridibooks.com/books/1546000719

감사합니다. 데이터가 아닌 직관의 힘에 대한 의견을 주고 싶으셨던 걸로 이해되는군요.

대표가 이전에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제게 이런 말을 내뱉었습니다. 진짜 치욕 그 자체였는데...

친절한 프로그래밍
업계 독성 말투, 고칩시다!

헛… 그걸 입 밖으로 내뱉는 건 다른 문제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