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버트의 사후세계
(astralcodexten.com)- ‘딜버트’의 창작자 스콧 애덤스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몰락 과정을 분석하며, 그가 남긴 문화적 유산을 되짚은 글
- 초기 ‘딜버트’는 직장 내 무능한 관리자와 소외된 엔지니어의 세계를 풍자하며, ‘똑똑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대변
- 애덤스는 만화가로서의 성공 이후 사업·종교·자기계발·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 도전했으나, 대부분 실패하거나 논란으로 끝남
- 특히 트럼프 현상에 대한 ‘최면적 설득’ 이론과 음모론적 발언으로 대중적 신뢰를 잃고, 인종 발언으로 완전히 매체에서 퇴출
- 그러나 그의 작품과 영향력은 여전히 ‘지적 자만과 자기인식의 역설’ 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으며, 창의적 개인의 한계와 교훈을 드러냄
딜버트와 ‘너드 경험’의 본질
- ‘딜버트’는 유능하지만 무력한 엔지니어가 어리석은 상사 밑에서 고통받는 구조를 반복
- 똑똑함이 보상받지 못하고, 무능이 권력을 차지하는 세계를 풍자
- 딜버트·앨리스·왈리·포인티헤어드 보스(PHB) 등 인물은 각각 다른 형태의 적응 전략을 상징
- 만화의 핵심은 “지적 우월감이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냉소
- 애덤스는 이를 통해 ‘합리적 개인이 비합리적 조직에 갇힌 현대인’의 감정을 표현
1980~90년대 직장 풍자와 세대 변화
- ‘딜버트’는 “월요일이 싫다” 는 가필드식 유머 이후, 직장인 냉소의 정점을 찍음
- 80~90년대 미국은 ‘회사에 충성하던 세대’에서 ‘회사 비판이 자유의 상징’으로 전환
- 밀레니얼 세대 이후에는 ‘일을 사랑하거나, 완전히 거부하거나’ 양극화된 태도로 변화
-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문화는 “상사를 이길 만큼 똑똑하다면 직접 창업하라”는 압박으로 이어짐
만화가에서 사업가로: 실패의 연속
- 애덤스는 만화 외 영역에서 ‘딜버리토(Dilberito)’ 라는 비타민 강화식품, 레스토랑 ‘Stacey’s’ , TV 애니메이션, 기술 스타트업 등을 시도
- 딜버리토는 “세 입만 먹어도 장이 폭발할 정도”라며 본인조차 혹평
- 레스토랑 운영은 ‘딜버트식 경영 실패의 실사판’ 으로 보도됨
- 그는 “만화가로만 남기 싫다” 는 욕망에 사로잡혔으나, 결과적으로 ‘딜버트의 자기실현 실패’를 반복
종교와 철학 실험: 『God’s Debris』
- 『God’s Debris』는 신의 존재를 논리 실험으로 다룬 철학소설
- “신은 완전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음을 원했고, 그 결과 우주가 탄생했다”는 설정
- 우주는 신의 파편(God’s Debris)이며, 진화와 인터넷은 신의 재조립 과정이라는 주장
- 내용은 피상적 철학과 뉴에이지적 혼합으로 평가
- 불교·카발라·사이언스픽션 요소가 뒤섞인 ‘지적 허세의 결정체’로 묘사됨
자기계발과 ‘최면적 설득’ 이론
- 애덤스는 ‘합리성보다 설득이 세상을 움직인다’ 는 신념을 발전시킴
- 『How to Fail at Almost Everything and Still Win Big』, 『Win Bigly』 등에서 ‘사람은 논리가 아닌 반복과 감정에 반응한다’ 고 주장
- 그는 자신을 ‘훈련된 최면가’ 로 소개하며, 언어적 프레이밍을 ‘최면 기술’로 설명
- 그러나 실제로는 자기암시적 과장과 자기기만이 섞인 형태로 드러남
트럼프와 ‘설득의 정치’
- 2015년 트럼프 출마 당시, 애덤스는 “98% 당선 확률” 을 주장하며 주목
- “트럼프는 논리 아닌 최면적 언어로 대중을 조종한다”는 분석으로 화제
- 이후 ‘클라운 지니어스(Clown Genius)’ , ‘언어적 킬샷(Linguistic Kill Shot)’ 등의 개념을 유행시킴
- 그러나 점차 트럼프 지지자로 인식되며, 정치적 균형을 잃음
- 2020년 이후 예측 실패와 음모론적 발언으로 신뢰 상실
- “바이든이 이기면 공화당원은 1년 내 사냥당할 것” 등 극단적 주장 다수
몰락과 ‘전향의 역설’
- 2023년, 흑인 응답자의 일부가 “It’s OK to be White” 문구에 불편함을 표한 여론조사에 대해
- 애덤스는 “백인은 흑인에게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발언, 즉시 모든 신문에서 연재 중단
- 이후 Locals 플랫폼에서 독자 커뮤니티를 유지했으나, 영향력은 급감
- 2024년 전립선암 말기 진단 후 이버멕틴 치료 시도, 결국 사망
- 마지막 메시지에서 “유용하라(Be useful) ”는 말을 남김
‘너드의 자기혐오’와 자아 붕괴
- 애덤스는 ‘이성적 우월감’과 ‘사회적 무력감’ 의 모순을 평생 안고 살았음
- 젊을 때는 유머와 자기인식으로 이를 균형 있게 다뤘으나, 나이 들며 자기비판 능력 상실
- ‘합리성의 한계를 깨달은 더 높은 단계’라 자부했지만, 결국 자기기만의 함정에 빠짐
- “나는 다른 너드와 다르다”는 방어기제가 오히려 그를 고립시킴
마지막 유산과 공동체
- 사망 직전까지 ‘Coffee With Scott Adams’ 라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팬들과 교류
- 일부는 그를 ‘설득의 스승’으로, 일부는 ‘경계해야 할 반면교사’로 기억
- 그의 유언은 “내가 남긴 유익함을 이어가라. 유용하라. 그리고 나는 여러분을 사랑했다”
- 글의 결론은 “그는 실패한 천재이자, 우리 모두의 거울”
- 스콧 알렉산더는 “그가 신과의 언어 싸움에서 마지막 ‘킬샷’을 성공시키길 바란다”고 마무리
Hacker News 의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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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Dilbert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음
내 예전 매니저도 사무실 벽에 Dilbert 만화를 붙여놨는데, 그게 자기비하 유머인지 헷갈렸음
나중에 보니 그는 PHB(무능한 상사 캐릭터)를 자기보다 한 단계 위의 관리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음. 이런 인식이 재귀적으로 반복되는 패턴 같음- 최근 NYTimes의 기사에 따르면, Dilbert는 “관리자 계급에 대한 전쟁의 함성”이었다고 함
직원들은 점령지의 저항군처럼 만화를 붙였고, 심지어 상사들도 자기 상사가 멍청하다고 생각하며 붙였다고 함 - 내 예전 매니저는 오프사이트 행사에서 우리 모두에게 Office Space 영화를 함께 보게 했음
그게 풍자라는 걸 몰랐던 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런 건지 아직도 모르겠음 -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잘 인식하면서도 그 역할을 수행함
많은 관리자는 자신이 하는 일의 부조리함을 알고 있지만, 위에서 시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름 - 혹시 잘 운영되는 팀을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함. 그렇다면 왜 그렇게 잘 됐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음
-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계급과 권력 구조에 대한 자각 부족을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함
- 최근 NYTimes의 기사에 따르면, Dilbert는 “관리자 계급에 대한 전쟁의 함성”이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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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bert 원리를 대체할 “후속 이론”을 찾는다면 Venkatesh Rao의 Gervais Principle을 추천함
Adams는 PHB가 멍청해서 관리직으로 승진한다고 봤지만, Rao는 PHB가 상부 경영진이 만든 방패막이라고 설명함
실패의 책임을 떠안고, 동시에 정치적으로 순진한 ‘clueless’ 부하들을 관리하는 역할임- Scott Alexander가 이 책을 리뷰했음
- 내 경험상 Gervais Principle이 훨씬 현실적임
중간 관리자가 ‘clueless’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의미 없는 책임을 기꺼이 떠안고 조직의 환상에 동참하기 때문임 - 우리는 모래에 생각을 가르치고, 3D 프린팅으로 장기를 만들고, 우주를 관찰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
그런데 리더십 계층을 보면, 진짜 똑똑한 사람들은 기술 현장에 있고, 권력자들은 도파민 중독자처럼 보임
이런 사람들을 이용해 우리 시스템을 움직이게 하지만, 동시에 희생양으로 삼음
결국 우리는 그들을 착취하면서도 피해를 입는 기이한 공생 관계를 맺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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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ms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이번 추모 기사는 훌륭했다고 생각함
그는 모든 면에서 약간 평균 이상이었지만, ‘직장 혐오 만화’를 그리는 데는 모차르트급 재능을 가졌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음- 기사 내용이 꽤 잔혹하게 솔직해서 놀랐음
Scott Alexander를 자주 읽진 않지만, 이번엔 흥미로웠음.
Adams와의 관계를 Kanye와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음 - Adams 본인은 자신의 만화 실력을 여러 개의 평범한 능력의 조합(talent stack) 이라고 설명했음
- 기사 내용이 꽤 잔혹하게 솔직해서 놀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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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10대 때 Dilbert를 접했음
대학과 직장 생활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이라, 그 풍자를 순수하게 즐겼음
부모님 집 욕실 근처에서 Dilbert 책을 발견했는데, 처음엔 단순히 웃기다고 생각했음
하지만 나중에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무능한 동료와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겪으며, 그 만화가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음
지금도 발표 마지막 슬라이드에 Dilbert 만화를 넣곤 함
이 GIF를 자주 씀
우리는 여전히 Dilbert의 세계 속에 살고 있음
참고로 Dilbert TV 시리즈 전체가 유튜브에 있음- 오픈 오피스만 경험한 사람에게는 칸막이 사무실(cubicle) 이 오히려 꿈처럼 보일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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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막막한 개발자 일을 하던 중 Dilbert를 알게 됐음
다른 사람들도 같은 문제를 겪는다는 걸 알고 위로받았음
결국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했음. Dilbert가 그 결정을 확신하게 해줬음
공학적 기술이 힘을 주지만, 세상엔 다른 방식의 ‘덕질’도 가능하다는 걸 배웠음- 아직도 프리랜서로 일하는지, 그리고 잘 협업하는 팀을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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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field가 왜 월요일을 싫어할까? 고양이는 일 안 하는데?”라는 질문이 있음
팬 이론에 따르면, Garfield는 주말 동안 Jon과 함께 있다가 월요일에 혼자 남게 되기 때문에 싫어한다고 함- 어떤 사람은 Garfield가 단지 월요일마다 불운한 일을 겪기 때문에 싫어한다고 봄
- Garfield는 사실 Jon도, 세상도 다 싫어하고 음식만 좋아하는 캐릭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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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ms는 ‘너드 정체성의 모순’ 을 누구보다 강하게 느꼈던 사람임
이를 보상하기 위해 두 가지 방어기제를 가졌다고 함 — 유머와 자기 인식, 그리고 ‘나는 다른 너드보다 한 단계 위’라는 수사학적 자기기만
결국 그는 고대의 소피스트(수사학자) 처럼, 설득과 조작을 최고의 기술로 여겼음 -
기사에서 Adams가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했다고 반복하지만, 그 근거가 약하다고 느낌
그는 종종 엉터리 물리학 이론을 내세우며 자신이 옳다고 확신했음
이런 태도는 ‘똑똑함’이라기보다 ‘자기 확신 과잉’에 가까움- Adams 본인은 “모든 사람은 바보이며, 나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썼음
세상은 너무 복잡해서 누구나 하루 중 여러 번 바보 모드에 빠진다고 했음 - ‘합리주의자(rationalist)’라는 자기 규정 자체가 웃기다고 생각함
마치 자기 철학을 ‘당연히 옳음주의’라고 부르는 꼴임 - 예전에 Carl Sagan 영상 몇 개 본 친구들이 물리학을 다 안다고 착각하던 게 떠오름
Adams도 그런 식의 자기 확신형 인물이었을지도 모름 - 똑똑한 사람을 찾을 때는 멍청한 짓을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똑똑한 일을 하는 사람을 봐야 함
- 사실 기사도 Adams가 특별히 똑똑하다고 주장하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함
- Adams 본인은 “모든 사람은 바보이며, 나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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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직장 들어가기 전 Dilbert 책을 읽었음
Dilbert의 세계는 단순히 직장 풍자가 아니라, 권위를 가진 어른들이 틀렸다고 느끼는 모든 상황의 은유였음
그래서 모든 직급의 사람이 자신을 Dilbert로, 상사를 PHB로 투영함
심지어 C-suite 임원도 CEO를 PHB로 볼 수 있음
이게 Dilbert가 한때 그렇게 보편적 공감을 얻은 이유였음 -
Adams의 죽음 이후, Scott Alexander가 그의 방송을 봤다는 부분이 흥미로웠음
Adams는 병이 심했지만 끝까지 라이브 방송을 멈추지 않았음
그는 상업적 성공보다 아이디어를 퍼뜨리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걸 더 중요하게 여겼음- 아마도 이미 충분한 경제적 성공을 거두고 만족했을 수도 있음
- 정기 청취자라면, 그가 ‘취소’될 걸 알고 있었다는 걸 느꼈을 것임
- “It’s not OK to be white” 논란은 언어 논리의 문제로, 문장 자체보다 의미의 해석이 중요하다고 생각함
- Dilbert 제국이 무너진 건 단순한 인종 논란 때문이 아니라, 극단적 양극화와 저항 마케팅이 커진 시대적 흐름 속의 일임
이런 흐름을 따라잡는 게 점점 더 피곤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