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가 쓰려고 만든 ADHD를 위한 메모 앱, sonomemo
(github.com/sonohoshi)안녕하세요, 얼레벌레 게임 개발자로 살아가는 sonohoshi라고 합니다.
이 글에서 소개드리고자 하는 앱은 sonomemo라고 이름 지은, sonohoshi가 쓰기 위해 만든 메모 앱입니다.
사실 널리고 널린게 에디터인 세상에서 메모장이 궁금한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아, 어쩌다 이런걸 만들어 왔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ADHD,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라고 일컫는 신경질환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말이 거창하지만 그냥 좀 정신없이 살고, 도파민 부족해서 맨날 졸리고, 하도 정신이 없어서 하던거 까먹는 정도입니다. 약을 잘 복용하면 괜찮아요. 진짜 별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일들이 있습니다. 예를들면 너무 많은 이슈에 관심을 가져서 내가 원래 하고있던 일은 무엇인지 까먹는다든가.
출근하고나서 어제 뭐하고 있었는지 알기 위해 슬랙과 커밋 로그를 한참 뒤져본 경험도 많습니다.
이런 안좋은 이슈 때문에, 평소 메모장에 시각과 하던 일,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작업중인지를 적어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20251216/17:28] 뭐 UI에서 말도 안되는 버그 튀어나옴
[20251216/17:28] 어제 리팩토링 조금 했는데 사이드 이펙트 생긴듯
[20251216/17:28] 그냥 각 모듈을 독립적으로 동작하게 분리한 뒤에 새로 마이그레이션 하는게 편할거같음
뭐 이런식으로 말이죠. 서브라임 텍스트에 타임스탬프를 찍어주는 플러그인을 만들어서 몇년간 잘 써왔습니다.
그러던 와중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제가 최근 이직을 했는데, 서브라임 플러그인이 윈도우에서만 동작하고 새 개발환경에서 잘 동작을 안하는거에요.
제게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중요한 일 중 하나였는데, 정말 예상치 못한 찐빠가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새 직장에서 열심히 배우고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아니라 서브라임 텍스트의 플러그인을 디버그하는 모습을 보일수는 없었습니다. 맥 처음 만져보는 사람같잖아요. 사실 맥 스튜디오 전원버튼 위치도 몰라서 어버버 했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아무튼... 그랬습니다.
퇴근 뒤, 집 구석에 박혀있던 맥북을 꺼내서 플러그인을 고쳐보려 시도했습니다. 한 15분 깔짝이고 귀찮아졌어요. 혼자서 이런 플러그인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기능들도 더 이상 서브라임 플러그인으로 만들고 os마다 적용하는것도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문제 상황과 필요한 기능을 안티그래비티를 켜서 다 때려박았습니다.
Rust의 ratatui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만들어진 앱이 나왔고, 메모장 치고는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쓸데없이 많은 기능을 지원합니다.
이제 쉘에서 클로드한테 일 좀 하라고 혼내다가 생각나는거 있으면 알트탭으로 서브라임에 복붙하고... 어쩌다 저장 안하고 끄면 메모가 또 날아가고...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 않게 됐습니다.
잘됐다 잘됐어.
여튼 글이 길었는데, 이런 연유로 sonomemo가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필요하고 급해서 만든거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질환을 가진 분들이 이 앱을 쓰거나, 비슷한 방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ADHD 등의 신경 질환이 특이하거나 숨겨야 할 일이 아닌, 약 잘 챙겨먹고 여러 행동 교정 훈련이나 도구를 통해 잘 핸들링 할 수 있는 인간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제로 사용하기 위한 패키지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crates.io/crates/sonomemo
이슈로 올리긴 애매해서 여기 댓글로 적습니다.
일단은 갱장히 맘에 듭니다.
타임 스탬프 찍히는것도 그렇고
메모 지우고 후회 엄청 해본 입장에서 프로그램 내에서는 메모 안지워지는게 제일 맘에 들어요
근데 할일 이랑 태그는 작성 예시가 가이드에 들어가면 더 좋을거 같아요.
개인적으론 업무환경상 내부망으로 분리가 되어있어서 못쓰는게 되게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