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P by GN⁺ | ★ favorite | 댓글 1개
  • 약 5억 년 전 Plectronoceras에서 보이는 “껍데기+촉수” 설계는 암모나이트와 앵무조개류로 이어지며 수억 년 동안 해양 생태계에 널리 퍼져 있었음
  • 암모나이트는 백악기 말 대멸종에서 사라졌지만, chambered nautilus 계열은 살아남아 이후 약 3천만 년 동안 세계 여러 바다에서 번성함
  • 약 3천만 년 전부터 앵무조개류는 북극권, 남극, 온대, 대부분의 열대 순서로 줄어들었고 지금은 북호주·인도네시아·베트남 주변 서태평양에 제한적으로 남아 있음
  • 쇠퇴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물개류(pinnipeds) 의 흡입 섭식임; 입술·볼·근육질 혀로 껍데기를 남기고 안의 살만 빨아먹을 수 있음
  • 껍데기 갑옷은 상어·어룡·수장룡·모사사우루스 같은 포식자에게 오래 통했지만, 살과 껍데기를 분리하는 흡입 포식자 앞에서는 방어력이 크게 약해짐

5억 년 전부터 이어진 “껍데기+촉수” 설계

  • 약 5억 년 전 후기 캄브리아기에 Plectronoceras라는 작은 생물이 있었음
    • 길이는 약 2cm였고, 원뿔형 껍데기와 여러 촉수를 가졌음
    • 문어와 오징어를 포함하는 두족류의 초기 구성원이었으며, 부드러운 몸 대부분을 단단한 껍데기로 보호하는 갑옷 두족류였음
  • 당시 복잡한 생명은 막 시작된 단계였고, 생명은 대체로 바다에 국한돼 있었음
    • 물고기, 조개, 바닷가재, 불가사리, 따개비, 게, 말미잘, 산호, 다시마는 아직 없었음
    • Opabinia, Anomalocaris, Hallucigenia 같은 오늘날 기준으로 낯선 생물들이 바다에 있었음
  • 거의 초기부터 껍데기와 촉수를 결합한 형태가 등장함

암모나이트와 앵무조개류가 공유한 강점

  • 흔히 알려진 암모나이트는 오징어·문어의 친척인 갑옷 두족류로, 단단한 외부 껍데기를 지닌 채 수억 년 동안 바다에 살다가 백악기 말 대멸종에서 공룡과 함께 사라짐
  • 다만 암모나이트는 갑옷 두족류의 한 종류일 뿐이며, 이 설계는 여러 차례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임
    • 연체동물의 두 장점인 단단한 보호 껍데기와 잡고 조작할 수 있는 촉수를 결합한 형태였음
    • 현대 연체동물은 대체로 둘 중 하나를 택하지만, 갑옷 두족류는 둘을 함께 가졌음
  • 이들은 껍데기에 가스를 채워 중성부력으로 떠다녔고, 대체로 느렸지만 짧은 제트 추진으로 먹이를 잡거나 위험을 피할 수 있었음
  • 수억 년 동안 극지부터 적도까지 거의 모든 해양 생태계에 존재했으며, 오늘날 암모나이트 화석이 흔하고 비교적 저렴한 이유도 그만큼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임
  • chambered nautilus는 암모나이트가 아니지만, 나선형 껍데기와 여러 촉수를 가진 또 다른 갑옷 두족류
    • 과거 갑옷 두족류가 전 세계에 있었던 것과 달리, 현대 앵무조개류는 북호주에서 인도네시아를 거쳐 베트남 근처까지 이어지는 서태평양 일부에 제한됨
    • 주로 수심 100~500m의 twilight zone에서 사는 조심스러운 생물임

대멸종 이후에도 성공했던 앵무조개류

  • 소행성 충돌 이후 암모나이트는 모두 사라졌지만, chambered nautilus는 살아남아 한동안 번성함
  • 대멸종 이후 약 3천만 년 동안 앵무조개류는 전 세계에서 발견됐음
    • 수십 종이 있었고, 다양한 서식지를 차지했음
    • “껍데기+촉수” 설계는 여전히 유효했음
  • 그러나 약 3천만 년 전, 포유류 시대의 중간쯤부터 앵무조개류가 줄어들기 시작함
    • 종 수와 다양성이 감소했음
    • 점차 현재의 작은 분포 범위로 후퇴함
  • 쇠퇴는 한꺼번에 전 세계에서 일어나지 않았음
    • 먼저 북극권에서 사라짐
    • 다음으로 남극에서 줄어듦
    • 이후 온대 지역,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열대 지역에서 사라짐
  • 이 순서는 북극에서 진화해 전 세계로 퍼진 온혈 포식자를 의심하게 만드는 단서임

껍데기 방어가 통하지 않게 된 이유

  • 갑옷 두족류는 5억 년 동안 여러 포식자와 함께 살아왔음
    • 상어, 원시 갑옷 물고기, 현대적 물고기와 공존했음
    • 공룡 시대에는 어룡, 수장룡, 모사사우루스를 상대했음
    • 고생대에는 8피트 길이의 거대 바다전갈에게 사냥당했음
    • 캄브리아기에는 anomalocariids와 함께 살았음
    • 포유류 시대 초기에는 원시 고래와 바다 악어도 있었음
  • 위협받은 갑옷 두족류는 촉수를 껍데기 안으로 집어넣고 닫아버릴 수 있음
    • 포식자는 껍데기를 깨부술 수 있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였음
    • 실제로 수장룡과 고대 상어 등의 위에서 암모나이트 껍데기 조각 화석이 발견됨
  • 껍데기를 깨 먹으려면 맛있는 연체동물 살과 함께 날카롭고 소화되지 않는 껍데기 조각을 삼켜야 했음
    • 배고프면 선택할 수 있지만 이상적인 먹이는 아니었음
    • 상어, 어룡, 해양 악어가 갑옷 두족류를 못 먹은 것이 아니라, 대체로 먹을 가치가 낮았다는 설명임
  • 인용된 논문은 살과 껍데기를 분리할 수 있는 섭식 장치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봄

물개류의 입술과 앵무조개류의 현재 분포

  • 쇠퇴 원인으로 지목된 포식자는 물개류(pinnipeds)
    • 물개류는 보통 아주 크거나 최상위 포식자는 아니지만, 입술·볼·근육질 혀를 가짐
    • 이 구조로 껍데기 있는 먹이를 잡고 이빨로 껍데기에 구멍을 낸 뒤, 안의 살을 빨아먹을 수 있음
  • 이 방식은 흡입 섭식(suction feeding)
    • 물개류 전반이 흡입 섭식에 능하고, 일부는 조개·게·홍합 같은 껍데기 있는 먹이를 선호함
  • 바다 바닥이나 그 근처에 사는 조개, 게, 바닷가재 등은 여러 방어·회피 전략을 진화시킬 수 있었음
  • 자유롭게 떠다니는 갑옷 두족류는 짧은 속도 폭발 외에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었고, 오래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온혈 포식자에게는 그 장점이 크게 통하지 않았음
  • 물개류는 약 3천만 년 전 진화했고, 먼저 북반구의 차가운 지역에 나타난 뒤 남극과 온대 지역으로 퍼짐
    • 오늘날에도 일부 열대 종이 있지만, 대체로 차갑거나 서늘한 바다의 동물임
    • 아직 정착하지 않은 해역은 북호주에서 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서남태평양이며, 현대 앵무조개류의 분포와 겹침
  • 앵무조개류가 아직 남아 있는 지역은 흡입 섭식을 하는 물개류가 도달하지 않은 해역이라는 점이 핵심 단서로 남아 있음

댓글과 토론

Hacker News 의견들
  • 의뭉스러운 물범 사진 선택이 좋고, 글 요약도 깔끔함
    동물학과 형태학에서 먹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들 알지만, 소화관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 진짜 덕후들뿐임
    이동, 피부, 번식은 훨씬 화려하지만, 포유류의 후각과 입 구조가 제3기에는 큰 이점을 줬음
    바다에서는 이런 섭식 방식이 생기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고, 처음 물로 돌아간 기각류 조상들이 뭘 먹었는지 궁금함

  • 이런 진화사가 흥미롭다면 PBS Eons를 강력 추천함
    주제를 잘 다룬 YouTube 시리즈이고, 조사도 탄탄하며, 정보 밀도가 높지만 산뜻하게 진행됨
    고생물 그림과 화석 이미지가 너무 건조하지 않게 내용을 전달해 줌
    이 주제를 다룬 편은 여기임: https://www.youtube.com/watch?v=3vQ55ToQeWI

  • “기각류는 약 3천만 년 전에 진화했다. 처음에는 북반구의 더 추운 지역에 나타났고, 그다음 남극, 그다음 온대 지역에 나타났다”는 순서가 흥미로움
    당시 대륙 위치가 지금과 대체로 비슷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 화산 겨울 한 번이면 따뜻한 바다에 적응하지 못한 채로도 바다를 건너 반대편에 나타날 수 있었을 듯함
    • 그건 눈에 띄는 개체군의 순서이고, 개별 개체들이 실제로 뭘 했는지는 아무도 모름
    • 아주 추운 지역에서 번성하던 극한환경 생물을 먹다가, 나중에 다른 먹이원으로 진화했을 가능성도 있음
    • 양쪽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거나, 물범 무리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는 데 몇백만 년이 걸린 뒤 현지 생태계를 지배하기 시작했을 수도 있음
  • 지중해 문어의 일종인 Paper Nautilus도 빼먹으면 안 됨
    https://www.sciencefriday.com/articles/the-seamstress-and-th...
    https://www.themarginalian.org/2022/12/26/jeanne-villepreux-...
    Jeanne Villepreux-Power는 19세기 초에 사실상 혼자 해양생물학을 만들어냈고, 이들이 껍데기의 구멍을 주워 온 조각으로 붙여 수리하는 모습을 관찰했음

    • 흥미로워서 Wikipedia를 찾아보니 Argonaut / Paper Nautilus의 “껍데기”는 얇은 벽의 알집이고 수컷에게는 없으며, 보호 기능도 하지 않는다고 함
  • 글쓴이 Doug Muir의 문체가 정말 마음에 들었음
    이 사람이 쓴 글을 더 볼 수 있는 곳을 아는지 궁금함

  • “노틸러스의 팔다리를 두고 사실은 ‘촉수’가 아니라 ‘팔’이라고 따지고 싶다면, 촉수에는 빨판이 달려 있다는 오래전 생물 시간 지식을 기억한 건 축하하고, 위의 각주 1을 보라”는 대목에 대해, 팔은 관절에서 회전하는 막대들이 연결된 기계적 사지에 가까운 것 같음
    빨판 없는 호스 같은 사지는 별도 이름이 있어야 할 듯함
    발은 “팔”일 수 있지만, 음경은 다른 범주임

    • 음경은 확실히 다른 범주임
      다른 예시들은 근육을 포함하지만, 음경에는 근육이 거의 없기 때문임
    • 새 이름은 필요 없고, tentacle이면 충분함
      tentacle이 빨판을 함의하지는 않으며, 예를 들어 hydra를 보면 됨
    • 꼬리도 있음
  • 추가로 Voyager 1 관련 글도 있음: https://crookedtimber.org/2024/02/19/death-lonely-death/#com...
    최근 뉴스에 나온 Voyager 1에 관한 글임

  • 이상적인 전차 파괴자는 육식성 유니콘일 듯함
    장갑을 뚫고 들어간 다음 승무원을 빨아내는 식임
    이런 게 생기면 유전학은 너무 멀리 가게 되는 셈임

    • 그래서 고전 시대의 우아한 말 모양 유니콘은 멸종했고, 지금 남은 건 장갑을 덧댄 중량급 코뿔소 버전인 듯함
      진화는 참 놀랍다
    • 좋아하는 Far Side 만화가 떠오름: https://www.reddit.com/r/TheFarSide/s/g5y9E0ZlmI
  • 이 사람들이 암모나이트를 그냥 캐내는 걸 보고 화석 사냥, 특히 암모나이트를 찾으러 가고 싶어졌음
    https://youtu.be/9XWhdPL58is

  • 글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지만 꽤 실망하기도 했음
    왠지 고대 두족류 문명과 그 친척들의 장대하고 끔찍한 문명이 다른 종에게 좌절되고, 그 덕분에 무지하고 파멸할 우리 문명이 번성하게 되는 Lovecraft식 대서사로 발전할 줄 알았음
    끝까지 그런 기대를 버리지 않았고, [스포일러] 정체가 물범으로 밝혀졌을 때도 이들이 거대한 서사 속 Lovecraft식 세력일 수 있다는 희망을 붙들고 있었음

    • 우리를 Lovecraft식 공포로부터 누가 지켜준다고 생각함?
    • 핀란드 역사에서 알려진 가장 오래된 신들 중 하나가 아주 Cthulhu 같은 외형을 가졌고, 그 이름이 나중에 바다코끼리를 뜻하게 됐다는 걸 알면 좋아할 듯함: https://en.wikipedia.org/wiki/Iku-Turso_(cre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