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chael Levin과 기저 인지 연구자들은 학습·기억·문제 해결 같은 인지 능력이 뇌뿐 아니라 세포 집단과 단일 세포 수준에서도 나타난다고 봄
- 플라나리아는 머리를 잃고 새 머리를 재생한 뒤에도 거친 접시에서 간 보상을 받았던 경험을 더 빨리 활용해, 기억이 뇌 밖에 남을 수 있음을 보여줌
- 식물, 점균류, 바다민달팽이 실험은 전기 신호, RNA, 세포 내부 구조와 유전자 조절망 등 뉴런 외 메커니즘이 정보 저장과 행동 변화에 관여할 수 있음을 뒷받침함
- Levin은 세포들이 생체전기 상태로 몸 형태와 재생을 조율한다고 보고, 플라나리아의 두 머리 상태, 올챙이의 이소성 눈, 개구리 다리 재생을 근거로 삼음
- 기저 인지는 암, 장기 재생, 상처 치유 같은 의학적 응용과 몸을 통해 배우는 로봇·AI 설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생명을 문제 해결 기계로 보는 시각을 강화함
플라나리아가 보여준 뇌 밖 기억
- 플라나리아는 전 세계 호수와 연못 바닥에서 사는 작은 편형동물이며, 머리에는 현미경적 구조의 뇌와 두 개의 눈점이 있음
- 몸을 반으로 찢으면 머리 쪽은 새 꼬리를, 꼬리 쪽은 새 머리를 만들고 약 1주 뒤 두 마리의 건강한 벌레가 됨
- Tufts University의 생물학자 Michael Levin은 살아 있는 것의 지능이 뇌 바깥에도 상당 부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플라나리아를 실험 대상으로 삼음
- 자연 상태의 플라나리아는 매끈하고 숨을 곳이 있는 환경을 선호하며, 골이 있는 접시에 넣으면 가장자리 쪽에 모임
- Levin은 약 10년 전 일부 플라나리아에게 골이 있는 접시 중앙의 간 퓌레를 보상으로 주며 훈련했고, 다른 플라나리아는 매끈한 접시에서 같은 방식으로 훈련함
- 이후 모든 개체의 머리를 잘라내고 머리 쪽은 버린 뒤, 꼬리 쪽이 2주 동안 새 머리를 재생하게 함
- 재생된 벌레를 골이 있는 접시에 넣고 중앙에 간을 떨어뜨리자, 이전에 매끈한 접시에 살았던 개체는 움직이기를 꺼림
- 반대로 이전에 골이 있는 접시에서 보상을 받았던 꼬리에서 재생된 개체는 먹이로 더 빨리 이동하는 법을 배움
- 뇌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간 보상 기억이 남아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임
기저 인지: 뇌 없는 학습과 문제 해결
- Levin은 뉴런 같은 특수한 뇌세포뿐 아니라 일반 세포도 정보를 저장하고 그 정보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봄
- 세포들이 미세한 전기장 변화, 즉 생체전기를 기억의 한 형태로 쓸 수 있다는 결과에 주목함
- 이 흐름은 기저 인지(basal cognition) 분야로 이어졌고, 연구자들은 학습·기억·문제 해결의 흔적을 뇌 안팎에서 찾고 있음
- 과거 다수 과학자는 진정한 인지가 약 5억 년 전 최초의 뇌와 함께 등장했다고 봤고, 복잡한 뉴런 집합이 없는 행동은 반사에 가깝다고 여김
- Levin과 일부 연구자는 세포 덩어리와 뇌의 차이를 종류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로 봄
- 인지는 복잡한 유기체를 만들기 위해 세포가 협력하기 시작하면서 진화했고, 이후 동물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생각하도록 뇌로 강화됐을 가능성이 있음
- University of Vermont의 Josh Bongard는 뇌가 자연의 최근 발명품 중 하나이며, 몸이 중요하고 그 위에 신경 인지가 더해진다고 말함
식물과 점균류에서 나타난 비신경 인지
- 생명계 전반에서 뇌 없는 지능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며 기저 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짐
- University of Florence의 Stefano Mancuso는 뉴런이 “기적의 세포”가 아니며, 식물의 거의 모든 세포도 전기 신호를 만들 수 있다고 봄
- 미모사류인 touch-me-not은 보통 접촉되면 잎을 접지만,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와 University of Firenze 연구진이 해를 주지 않고 하루 종일 흔들어 조건화하자 자극을 빠르게 무시함
- 한 달 뒤 다시 시험했을 때도 그 경험을 기억함
- 파리지옥은 감각털 두 개가 짧은 시간 안에 건드려져야 닫히고, 닫힌 뒤 감각털이 세 번 더 건드려져야 소화액을 분비함
- 식물 반응도 동물처럼 전기 신호로 매개됨
- 파리지옥과 touch-me-not을 전선으로 연결하면 파리지옥의 감각털을 건드려 touch-me-not 전체를 처지게 만들 수 있음
- 일부 식물은 마취 가스에 의해 전기 활동이 평탄해지고, 의식이 없는 것처럼 반응을 멈춤
- 식물은 환경을 정교하게 감지함
- 자기 몸 일부가 만드는 그늘과 외부 물체의 그늘을 구분함
- 흐르는 물 소리를 감지하고 그쪽으로 자랄 수 있음
- 벌 날갯소리를 감지해 꿀을 준비할 수 있음
- 벌레가 먹고 있을 때 방어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음
- 애기장대류 식물은 애벌레가 씹는 녹음을 들었을 때 잎에 겨자기름을 증가시킴
- 점균류는 신경계가 없지만 미로와 자원 배치 문제를 해결함
- 일본과 헝가리 연구진이 미로 한쪽 끝에 점균류를, 다른 쪽 끝에 귀리 조각을 놓자 점균류는 가능한 경로를 탐색한 뒤 막다른 길에서 물러나 네 가지 가능한 해법 중 매번 최단 경로를 선택함
- 같은 연구진은 도쿄 인구 구조를 나타내도록 귀리 조각을 배치했고, 점균류는 도쿄 지하철망과 상당히 비슷한 형태를 만듦
- Audrey Dussutour가 카페인이 깔린 다리 끝에 오트밀 접시를 놓자 점균류는 며칠 동안 건너지 못하다가 배고픔 때문에 건너갔고, 이후 카페인에 대한 혐오를 잃음
- 이 기억은 1년 동안 휴면 상태에 들어간 뒤에도 유지됨
기억 저장은 뉴런 연결만의 일이 아님
- 전통적 기억 모델은 기억이 뇌 속 뉴런 사이의 안정적인 시냅스 연결망에 저장된다고 봄
- UCLA의 David Glanzman은 전기 충격 기억을 한 바다민달팽이에서 다른 개체로 옮기는 실험을 수행함
- 충격을 받은 바다민달팽이의 뇌에서 RNA를 추출해 새로운 바다민달팽이의 뇌에 주입함
- 수용 개체는 충격에 앞서 주어졌던 접촉에 움츠러드는 반응을 보임
- RNA가 기억 저장 매체가 될 수 있다면 뉴런뿐 아니라 다른 세포도 기억 저장 능력을 가질 수 있음
- 세포 집단이 경험을 반영할 수 있는 후보 메커니즘은 다양함
- 세포골격과 유전자 조절망은 여러 형태로 조절될 수 있고, 이후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음
- 플라나리아의 경우 남은 몸이 세포 내부에 정보를 저장해 재생 과정에서 몸 전체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음
- 거친 바닥에 대한 신경의 기본 반응이 이미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음
- Levin은 정보가 세포 내부뿐 아니라 세포 간 상호작용 상태와 생체전기 패턴에 저장됐을 가능성에 더 주목함
생체전기가 몸 형태를 조율하는 방식
- 생물 몸에 전기가 흐른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최근까지 많은 생물학자는 그것을 주로 신호 전달 용도로 봄
- 1930년대 이후 일부 연구자는 다른 유형의 세포도 생체전기를 사용해 정보를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다고 관찰함
- Levin은 컴퓨터 과학 배경을 바탕으로, 세포막의 채널이 전압 게이트처럼 동작해 전류 수준을 조절한다는 점에 주목함
- 컴퓨터가 트랜지스터를 0과 1 사이에서 토글해 프로그램을 구성하듯, 세포도 전기 기반 정보 처리를 통해 활동을 조율할 수 있다고 봄
- Levin은 2000년대 플라나리아의 각 지점 전압을 측정하는 방법을 설계했고, 머리와 꼬리 끝 전압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함
- 약물로 꼬리 전압을 머리에서 보통 나타나는 전압으로 바꾼 뒤 플라나리아를 반으로 자르자, 머리 쪽은 꼬리 대신 두 번째 머리를 재생함
- 이후 새 벌레를 반으로 자르자 두 머리 모두 새 머리를 자라게 함
- 유전적으로 정상 플라나리아와 같았지만, 한 번의 전압 변화가 영구적인 두 머리 상태로 이어짐
- African clawed frog 실험에서도 생체전기가 형태 형성과 재생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임
- 올챙이의 특정 지점에 특정 전압을 유도해 기능하는 눈을 만들 수 있었음
- 상처에 적절한 생체전기 신호를 24시간 적용해 기능하는 다리 재생을 유도할 수 있었음
- Levin은 이를 프로그래밍의 서브루틴 호출에 비유함
- 렌즈, 망막 등 눈의 세부 구성을 직접 하나씩 지시하지 않아도 생체전기 수준의 신호가 세포 집단의 하위 작업을 실행하게 함
- 생체전기는 세포 집단이 함께 작동하도록 묶는 “인지적 접착제”로 해석됨
의학적 응용: 암, 재생, 상처 치유
- Levin은 생체전기로 세포 행동을 조율하는 법을 배우면 암 치료, 장기 재생, 상처 치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봄
- 암은 몸의 일부가 나머지 몸과 협력하지 않는 상태로 해석됨
- 정상 세포는 간세포, 피부세포처럼 집단의 일부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함
- 암세포는 주변 몸을 낯선 환경처럼 대하고 영양을 찾고, 복제하고,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독립 유기체처럼 행동함
- 스트레스, 화학물질, 유전적 돌연변이는 세포 간 소통을 무너뜨릴 수 있음
- Levin의 팀은 건강한 조직에 “나쁜” 생체전기 패턴을 강제로 적용해 개구리에서 종양을 유도할 수 있었음
- 적절한 생체전기 패턴을 다시 넣어 종양을 사라지게 한 사례도 있음
- 이 방식은 이탈한 암과 몸 사이의 소통을 다시 세우는 접근으로 볼 수 있음
- Levin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생체전기 치료가 인간 암에 적용되어 종양 성장을 멈출 가능성을 제시함
- 장기 재생에서도 세포가 올바른 패턴으로 자라기 시작하게 하는 생체전기 코드를 해독하는 일이 중요함
- 올챙이 실험에서는 출생 시 큰 뇌 손상을 입은 동물이 적절한 생체전기 자극 뒤 정상적인 뇌를 만들 수 있었음
집단 지능으로서의 몸
- Levin은 2019년 논문 “The Computational Boundary of a Self”에서 인간을 더 작은 문제 해결 에이전트들로 구성된 집단 지능으로 해석함
- Josh Bongard는 인간을 “지능형 기계로 만들어진 지능형 기계로 만들어진 지능형 기계”라고 표현함
- African clawed frog의 변태 과정은 이 관점을 강화함
- 올챙이가 성체 개구리로 변할 때 머리 형태가 크게 바뀌고 눈, 입, 콧구멍 위치가 이동함
- Levin은 개구리 배아의 정상 발달을 전기적으로 뒤섞어 눈, 콧구멍, 입이 잘못된 위치에 있는 “Picasso tadpoles”를 만듦
- 최종 얼굴 형성이 단순히 사전 프로그램된 기계적 알고리듬이라면 성체 얼굴도 망가졌어야 함
- 하지만 변태 과정에서 눈과 입은 올바른 배열을 찾아감
- Levin은 세포가 추상적 목표를 갖고 변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단계를 거쳐 문제를 해결하는 지능의 작동으로 이 사례를 봄
AI와 로봇공학으로 이어진 기저 인지
- AI와 로봇공학 분야는 기저 인지를 현재 시스템의 약점을 다루는 방법으로 주목함
- 언어 조작이나 규칙이 명확한 게임에서 뛰어난 AI도 물리 세계 이해에는 큰 어려움을 겪음
- 셰익스피어 스타일의 소네트는 만들 수 있지만, 걷는 방법이나 공이 언덕을 굴러가는 방식을 예측하는 데 취약함
- Bongard는 이런 AI가 몸을 통한 원인과 결과 학습을 하지 못한다고 봄
- 몸이 있으면 세상에 영향을 일으키고 그 반응을 관찰하며 원인과 결과를 배울 수 있음
- 그는 체화 인지(embodied cognition) 흐름에서, 형태가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관찰하며 배우는 로봇 설계를 추구함
- Bongard의 연구실은 유연한 LEGO 같은 큐브로 로봇을 설계하는 AI 프로그램을 사용함
- 그는 이를 로봇공학을 위한 “Minecraft”라고 부름
- 큐브는 블록형 근육처럼 작동해 로봇이 애벌레처럼 움직이게 함
- AI 설계 로봇은 시행착오로 큐브를 더하거나 빼고, 가장 나쁜 설계를 제거하면서 더 잘 움직이는 형태로 “진화”함
- 2020년 Bongard의 AI가 걷는 로봇 설계법을 발견했고, 이는 Levin 연구실의 xenobot 실험으로 이어짐
Xenobot과 anthrobot
- Levin 연구실은 African clawed frog의 살아 있는 피부 줄기세포를 미세수술로 떼어 물속에서 서로 뭉치게 함
- 세포들은 참깨 크기의 덩어리로 융합되어 하나의 단위처럼 행동함
- 피부세포의 섬모는 보통 성체 개구리 표면의 보호 점액층을 유지하지만, 이 구조물에서는 노처럼 쓰여 물속을 이동함
- 이 덩어리들은 미로를 탐색하고, 손상되면 상처를 닫기도 함
- 세포는 같은 유전체를 공유하지만 개구리는 아니며, Levin과 Bongard는 Xenopus 속 개구리에서 온 점을 따서 “xenobots”라고 이름 붙임
- 2023년 Tufts 팀은 인간 폐세포 조각으로도 유사한 일이 가능함을 보임
- 인간 세포 덩어리는 스스로 조립되고 특정 방식으로 움직임
- 팀은 이를 “anthrobots”라고 이름 붙임
- Levin은 xenobot과 anthrobot이 특정 문제에 대한 특정 해법이 아니라 문제 해결 기계를 진화가 만든다는 관점을 뒷받침한다고 봄
- xenobot은 역사적으로 존재한 적이 없고, 좋은 xenobot이 되라는 선택압도 없었음
- 그런데도 세포 덩어리는 세계에 놓인 지 24시간 안에 새로운 방식으로 행동함
생명을 인지 상태로 보는 시각
- Levin은 기저 인지가 점균류나 실리콘처럼 인간과 닮지 않은 형태의 마음을 인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봄
- University of Adelaide의 Pamela Lyon은 “basal cognition”이라는 용어를 2018년에 만든 학자이며, 인간 지능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예외주의의 한 형태로 봄
- Lyon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인지 상태라고 말함
- 모든 세포는 주변 환경을 계속 평가해야 함
- 무엇을 들이고 무엇을 막을지 결정해야 함
- 다음 단계를 계획해야 함
- 이 관점에서 인지는 진화 후기에 등장한 부가물이 아니라 생명을 가능하게 한 조건임
- 살아 있는 것은 외부 세계에서 연료와 원재료를 들여오고, 구성 요소뿐 아니라 그 구성 요소를 만드는 기계까지 만들며, 동시에 수리까지 수행하는 존재로 비유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