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P by spilist2 2023-07-24 | favorite | 댓글 11개

Robert E. Kelley는 <How to be a Star Engineer>라는 1999년 논문에서 최고 성과자(Star Performer)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며, 최고 성과자들의 9가지 작업전략을 교육함으로써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무척 흥미로운 주장이었고 실제로 이걸로 수많은 회사와 직원들을 교육해서 성과를 이뤄냈다고는 하나, 이 논문만으로는(사실 논문이 아니라 기고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디테일이 턱없이 부족해서 다른 출처들을 좀 더 찾아봤습니다.

  1. How to be a star engineer - 1999년 IEEE에 게제. 30회 인용. (PDF 버전)
  2. How to be a star at work: 9 breakthrough strategies you need to succeed - 1999년 출판된 책. 168회 인용. (Sribd 요약 버전, 더 간단한 요약)
  3. How Bell Labs creates star performers - 1993년 Harvard Business Review 게제. 427회 인용. (HBR 링크)

셋 다 읽어본 결과 (책은 요약된 버전만 읽었지만) 1, 2, 3의 내용이 조금씩 다르더군요. 어쨌든 9가지 작업전략이 모두 Bell Labs에서의 연구에 기반한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비록 30년이 지났지만 현재에도 유효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 3가지 출처를 간추려 의역 및 요약하고, 중간중간 제 생각을 더했습니다. 읽는 분들은 30년 전 연구임을 감안한 채 봐주시면 좋겠네요.


최고 성과자(Star Performers)는 어떻게 그 성과를 내는가?

저자는 1980년대에 연구를 시작하면서 Bell Labs에서 관리자와 동료들에게 ‘이직한다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게 했다. 관리자의 목록과 직원들의 목록은 50%만 일치했으며 둘 모두에 속하는 사람을 ‘최고 성과자’로 간주했다.

저자는 최고 성과자들이 일반 성과자들과 무엇이 다른지 가려내기 위해 여러 인터뷰를 통해 45가지 성과 요인을 찾아내,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눴다.

  • 인지적 요인: 높은 IQ, 논리력, 추론력, 창의력 등.
  • 성격적 요인: 자신감, 야망, 용기, 스스로의 운명에 대한 통제감 등.
  • 사회적 요인: 대인관계 기술, 리더십 등.
  • 업무/조직적 요인: 상사와의 관계, 직무 만족도, 급여 및 기타 보상에 대한 태도 등.

그러나 수년간의 관찰 결과 그 무엇도 최고 성과자들과 일반 성과자들의 차이를 유의미하게 예측하지 못했다. 따라서 저자는 ‘최고 성과자들은 무언가 머릿속에 다른 게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에, 즉 그들의 재능을 높은 생산성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에 성과를 낸다’고 결론지었다.

저자는 Bell Labs와 외부 전문가를 인터뷰하여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뽑아내 크게 두 가지, 인지적 기술과 작업전략이 높은 생산성에 영향을 준다는 결론을 냈다. 그런데 Bell Labs의 엔지니어들은 모두 IQ 검사에서 최고 수준을 받은 사람들이었으므로 인지적 기술보다는 작업전략에서 성과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보는 게 합당해 보였다.

그래서 최고 성과자들이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는지를 도출해낸 결과 총 9개의 작업전략이 나왔다. 최고 성과자들이 그 전략을 중요한 순서대로 정렬했는데, 일반 성과자들과도 비슷하게 해봤더니 전략 자체는 비슷하게 나왔으나 각 전략을 중요하게 여기는 순서도 달랐으며 각 전략의 묘사 수준도 크게 달랐다.

9가지 작업 전략

저자는 다음과 같은 작업 전략을 교육함으로써 참여자들의 성과를 크게 향상시켰다고 주장한다. 위에 있을수록 중요한 전략이다.

  1. 주도성을 보여줘라: 조직의 공백을 파고들기 (Initiative: Blazing Trails in the Organization’s White Spaces)
  2. ‘아는 사람’들이 누군지 알라: 지식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Knowing Who Knows: Plugging Into the Knowledge Network)
  3. 직장생활 전반을 관리하라: 자기 관리 (Managing Your Whole Life at Work: Self-Management)
  4. 큰 그림을 파악하라: 관점을 구축하는 법 배우기 (Getting the Big Picture: Learning How to Build Perspective)
  5. 팔로워십을 구축하라: 리더에게 도움을 얻기 위해 자아를 잠시 내려놓기 (Followership: Checking Your Ego at the Door to Lead in Assists)
  6. 명시적 리더가 아니어도 리더십을 발휘하라 (Small-L Leadership in a Big-L World)
  7. 팀워크가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라 (Teamwork: Getting Real About Teams)
  8. 조직 내 정치역학과 사회역학을 이해하고 이용하라 (Organizational Savvy: Street Smarts in the Corporate Power Zone)
  9. 올바른 대상을 올바른 메시지로 설득하라 (Show-and-Tell: Persuading the Right Audience with the Right Message)

최고 성과자들의 작업 전략을 가르치면 실제 성과를 높일 수 있을까?

저자는 1989년부터 Bell Labs에서 위 전략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교육을 이수한 엔지니어 300명과 이수하지 않은 300명을 대상으로, 교육 이수 전과 이수 8개월 후 각 직원들의 관리자가 평가한 생산성 지표의 향상 정도를 비교했다. 결과적으로 교육 이수자의 생산성 향상 정도가 비이수자보다 여러 측면에서 2배 이상 높았으며, 이는 Bell Labs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성과 평가의 결과와도 대부분 맞아떨어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가 특히 여성과 소수자에게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통적 조직에서 이들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효과적 피드백 루프에서 암묵적으로 제외되는 일이 잦았는데, 교육을 통해 전문성의 모델이 명시적으로 밝혀짐으로써 그 피드백 루프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여성과 소수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생산성 향상 효과가 크지 않았던 반면(음수가 된 항목도 있음) 이수자 그룹에서는 생산성 향상 정도가 훨씬 컸다.

당연하게도, 교육이 모두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동기부여 수준이 높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교육 프로그램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교육 프로그램의 이수자들은 스스로의 생산성뿐 아니라, 교육에 참여하지 않은 동료들에게도 여러모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생산성 향상이 팀의 변화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결론

전문가 모델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은 여러 직군에서 아주 유용한 지적 자산이 된다. 그러나 Bell Labs에서 만든 이 교육이 모든 교육 프로그램의 청사진이 될 수는 없다. 직군에 따라 유효한 전략의 목록은 물론이고, 어떤 전략이 더 유효한지도 충분히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 부서에서는 Show-and-TellInitiative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직군과 관계없이 최고 관리자들은 누군가가 생산성 향상을 원할 때 집중하여 도와야 한다. 새로운 지식경제에서는 지식 전문가가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 전략을 교육하는데 적극 투자하라.

연구의 한계에 대한 나의 생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이러한 작업전략을 내 삶에 적용하고자 할 때 주의할 만한 점을 몇가지 생각해봤다.

  1. 기저가 된 연구 대상이 너무 좁다. 80년대 말 ~ 90년대 초 Bell Labs의 엔지니어들로만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2. 반대로 어떤 면에서는 연구 대상이 너무 넓다. 연구 대상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만 속한 게 아니라 ‘전통적’인 엔지니어도 속해있기 때문이다.
  3. 9가지 작업전략이 모두 소프트 스킬에 대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하드 스킬, 즉 코딩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역량인 것은 자명하다. 물론 소프트 스킬만 교육하더라도 성과 향상이 가능할 것이나, 기본이 되는 하드 스킬이 없다면 그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4. 동기부여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스스로의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회사에, 나아가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교육 효과가 미미했다. 하지만 동기를 어떻게 고취시키는가에 대한 부분은 이 작업전략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어있지는 않다.
  5. 이론적 근거가 부족하다. 30년 된 연구라는 게 큰 이유일 수 있겠다. 개인의 학습 및 전문성에 대한 인지과학 연구가 무척 많으며, 팀 역동과 영향력에 대한 연구도 무척 많다. ‘9가지 작업전략이 성과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알겠지만 ‘왜 도움을 주는가’는 빈약하다.
  6. 전략이 너무 많고, 길고, 복잡하다. 일상에서 기억하고 활용하기에 9개는 너무 많으며, 각 항목의 제목만 봐서는 핵심을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디테일하게 들어가보면 ‘해서 나쁠 것 없는’ 행동으로 가득차있는데, 현실적으로 우리는 언제나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다. 물론 저자가 9개 전략을 우선순위로 정렬해두긴 했지만, 이보다 더 효과적으로 추상화/조직화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하드 스킬이 다들 어느 정도 이상의 레벨이 된다는 컨텍스트가 있어서 소프트 스킬 위주로 항목이 나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정독하면서 읽었어요.

최고 중요 전략으로 뽑힌 주도성 항목을 오랫동안 생각해보게 되네요. 직접적인 관련성은 적을지 몰라도 저는 이 글이 생각났습니다. https://jojoldu.tistory.com/67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실을 추구하며 비판적으로 읽으신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정보탐색을 할 때 이런 자세를 취해야겠네요

그런데 Bell Labs의 엔지니어들은 모두 IQ 검사에서 최고 수준을 받은 사람들이었으므로 인지적 기술보다는 작업전략에서 성과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보는 게 합당해 보였다.

일단 그룹의 예선통과의 기준이 매우 높다는점을 유의하고 읽어야겠습니다... ^^

보통 사람들도 숨 쉴 구멍은 있어야죠 ㅠㅠ
'애초에 IQ 150 이하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이럴 순 없잖아요 ㅎㅎ

1993년 연구는 꽤 솔직한 제목인데 그 뒤 저자가 책 내고 교육 다니면서 마케팅 요소를 듬뿍 넣은 것 같더군요. 저도 저자가 처음 주장한 바가 연구의 구체적 내용에 비해서는 과장된 게 많다고 느껴 비판적으로 읽었습니다. 그래도 출처를 정확히 찾고 연구 방법론 파트를 읽으며 출처의 힘을 판단하는 연습으로는 잘 된 것 같아요.

사실 앞에서 처음에 썼던 "이직한다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이 정말 중요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 회사가 폭파(?)될 때 데리고 가고 싶은 사람 다 데려가라고 해줘서.. 추려서 데려간 멤버들로 창업을 하니 성공적이었던 생각이 나서 댓글을 적어봅니다.

'같이가자'고 하면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었던 쥔장님도 대단하신데요 ㅎㅎ

어떤 기준으로 멤버분들을 결정했는지 궁금해요 :-)

아 이게 뭔가 정확히 글로 적기는 어려운데요.
서비스 초기에 다양한 것들을 밑바닥부터 함께 해야하는데 그런게 가능한 사람지가 중요했고, 또한 개개인의 능력치에 대해 제가 잘 아는 것도 있었고, 만들려고 하는 서비스에 잘 맞는 사람인가 까지도 고려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