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P by kunggom 2021-03-20 | favorite | 댓글 1개

지금의 인터넷은 흔히 “웹”이라 불리는 WWW(World Wide Web)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WWW이 인터넷의 전부는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WWW는 인터넷의 서비스 중 하나이죠. 다른 인터넷 서비스로는 E-Mail, FTP, Gopher 같은 것이 있습니다. Gopher는 WWW 등장 이전에 인터넷에서 사용하던 프로토콜 및 그걸 이용한 정보검색 서비스입니다.

Gemini라는 새로운 인터넷 프로토콜을 소개합니다. (영어) 이 프로토콜은 현대의 웹이 이제는 기능이 많아지면서 올바로 구현하기에 너무 까다로워졌고 또한 사용자 추적 등 프라이버시 침해의 소지가 커진 점을 비판하며, 웹 등장 이전에 사용되던 고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프로토콜이라 합니다. 그러나 이 프로토콜은 그 자체로 웹이나 고퍼를 대체하기 위해 나온 것은 아니라는군요.

이 프로토콜의 가장 큰 특징은 구현의 단순화와 추후 사용자 추적 등이 추가될 가능성을 막기 위하여 일부러 기능과 확장성을 극도로 제한했다는 점입니다. CSS와 같은 스타일링은 물론 인라인 링크마저도 지원하지 않을 정도인 데다가, 프로토콜 사양은 동결되어 추후 버전업은 없을 예정입니다. 대신 이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드는 것은 아주 간단한 편에 속합니다. 웹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URI나 MIME, TLS 등을 그대로 빌려와서 사용하며, 구현해야 할 기능의 수 또한 얼마 없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Python이나 Go 언어로 100줄 정도면 간단한 클라이언트를 만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만약에 대용량 파일 전송 같은 기능이 필요하면 그냥 비트토런트와 같은 다른 프로토콜을 사용하라는 것이 해당 프로젝트의 공식 입장입니다.

이 프로토콜은 텍스트 기반으로 된 경량 하이퍼텍스트 문서를 배포하는 데 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검색 엔진에 따르면, 작년 말(2020년 12월 6일)을 기준으로 제미니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인터넷 문서는 약 20만 개, 도메인의 수는 약 422개 정도라고 하는군요.
https://proxy.vulpes.one/gemini/gus.guru/statistics

Gopher 예전에 몇번 들어보고 브라우저 확장으로도 깔아서 통신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야후 디렉토리 검색이랑 비슷한 느낌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