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P by kunggom 2021-01-25 | favorite | 댓글 4개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인류는 유례없는 속도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백신을 여럿 개발하였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백신의 접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승인받은 바이오엔테크-화이자의 백신(이하 “화이자 백신”)은 기존에 쓰이지 않던 mRNA(messenger[전령] RNA) 기반의 백신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현재 승인받은 대부분의 백신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SARS-CoV-2) 표면에 돌기처럼 솟아나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공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이자 백신 또한 마찬가지로 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공략합니다. 화이자 백신은 기본적으로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부분만을 생산하는 내용의 유전 정보를 mRNA에 담고, 이 mRNA 분자를 세포 속까지 옮길 수 있는 지질 나노입자(Lipid Nano Particle; LNP)로 감싼 것입니다. 화이자 백신이 몸 속에 들어가면 세포 속의 리보솜(Ribosome)이라는 소기관에 의해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부분이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이에 인체의 면역계가 반응하여 스파이크 단백질을 무력화시키는 항체가 생산됩니다. 이 항체가 몸 속에 남아있는 동안에는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 안으로 들어와도 세포에 침입하는 데 필요한 스파이크 단백질이 항체에 의해 빠르게 무력화되므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거나 혹은 걸려도 가볍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화이자 백신에 사용된 mRNA 유전 정보는 엄밀히 말하면 원래의 코로나19 바이러스와는 조금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왜 과학자들은 이런 변형을 가했을까요? 이에 관하여, IT 배경이 있는 사람들이 해당 부분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글의 한국어 번역을 소개합니다. (원문 영어)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이러한 유전 정보를 마치 *.exe와 같은 컴퓨터 실행 파일과 같은 관점에서 설명하였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러한 유전 정보는 마치 [특정한 단백질을 생성하기 위한 응용프로그램 코드]와도 같다는 것이죠. 현대의 컴퓨터에서 흔히 쓰는 기본 정보 처리의 단위가 1바이트(8비트)라면, 지구상의 생명체가 사용하는 유전 정보 처리의 기본 단위는 1코돈(6비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어떠한 출력을 만들기 위한 명령 코드라는 점은 일맥상통하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 중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 흥미로운 내용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화이자 백신의 mRNA에 사용된 염기 분자는 실은 인체의 면역 반응에 의한 즉각적인 파괴를 막기 위해 화학적으로 살짝 변형된 것이라던가, 기존의 SARS와 MERS를 일으키던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최신 연구 성과가 화이자 백신에 적용되어 있다던가 하는 놀라운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걸 보니 화이자 백신은 현대 생물학의 놀라운 성과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는군요.

참고로 화이자 백신의 mRNA 배열(이 글에서 말하는 “소스코드”)은 WHO(세계보건기구)에 의해 공개되어 있습니다.
https://mednet-communities.net/inn/db/media/docs/11889.doc

히야- 짬이 난다면 관련 문서까지 꼼꼼히 들여다보고 싶군요

참고 - IBS(기초과학연구원)에서 소개하는 mRNA 백신의 원리:
https://ibs.re.kr/cop/bbs/…

생물학과 컴퓨터공학은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다룬다는 점에서 서로 배울 수 있는 영역이 많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네요. 흥미로운 글 번역 고맙습니다.

와 이 글 정말 재미나네요. 개발자들이 읽기 쉬운 글이어서 더 흥미롭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