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P by xguru 2020-08-16 | favorite | 댓글 2개

모질라에 10년전 근무했던 사람이 좀 멀리서 객관적으로 바라본 모질라의 현재 상태 설명

- 모질라는 실제로 2개 : 재단과 회사
1. Mozilla Foundation(재단)
ㅤ→ 2003년에 만들어진 비영리(비과세) 재단으로 넷스케이프 브라우저 소스코드 개발을 넘겨받기 위해 설립
ㅤ→ 직원 80명, 2018년도 예산 $27M(320억원)
2. Mozilla Corporation(회사)
ㅤ→ 2005년에 만들어진 영리 회사로 모질라 재단이 전체를 소유
ㅤ→ 직원수 천명이상, 2018년도 매출 $440M(5200억원)

이 구조를 통해서 회사가 미국의 비과세 법령에 맞지 않는 일들을 할수 있게 되고, 그 수익 중 일부를 재단에 보내서 활동을 유지하게 할 수 있음. 이렇게 회사가 비영리 부모를 가지는 것은 모질라 회사의 멤버들이 재미난 일들과 적절한 연봉수준을 받으면서 활동 하는 것 자체가 재단의 공공목적을 도와주는 것이 되게 만듦.

모질라 회사의 고객은 Firefox 의 사용자가 아님. 모질라 회사의 고객은 구글같은 대기업 들로 Firefox 브라우저의 기본 검색이 Google이 되게함으로써 돈을 벌고 있음. 다르게 말하면 2억명의 파이어폭스 사용자가 제품이며, 그들은 구글같은 회사의 광고의 노출대상이 되는 것.

(구글의 크롬에 대한 경쟁자로 Firefox 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구글이 반독점에 대한 이슈를 피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임. 특히 MS가 자체 브라우저를 포기하고 크롬으로 넘어간 것도 있고. 하지만 이게 구글의 고위경영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불분명.)

이 기본 검색엔진 계약은 모질라 회사의 초기인 2004년에는 $5M(60억원)에서 2005년엔 $50M(600억원)이 되고, 2017년에는 $540M(6400억원)까지 올라갔음.

하지만, Firefox 사용자가 줄어들고(크롬 사용자 층이 더 넓어지면서), COVID-19 여파로 광고클릭양이 줄어들거나 하면서 구글과 다른 고객들이 모질라 회사에 주는 비용도 같이 줄어들게 되자, 모질라 회사는 인력의 1/4을 감축하게 된 것.

(대조적으로 모질라 재단은 아무도 해고하지 않음. 재단은 Firefox 및 Mozilla 상표의 사용, 정부 및 재단 보조금, 개인기부등에서 예산을 충당. 2018년 기준 로열티가 예산의 절반이며, 보조금과 개인기부금이 각각 1/4씩을 차지)

당신이 열성적인 Firefox 사용자여서 개발을 후원하고 싶다고 해도 직접 돈을 보낼 방법은 없음. 당신의 기부금은 재단으로 갈꺼고 그 비용은 그 재단이 하는 홍보(Outreach) 및 옹호(Advocacy) 활동을 지원하게 되는 것. "모질라 재단은 제가 알기로는 Firefox 및 어떤 소프트웨어도 개발하지 않습니다."

- 현재 모질라는 어디에 있을까 ?

모질라 회사는 왜 이런 상태가 되었을까 ? 내가 이걸 가장 잘 설명하는 방법은, 모질라 회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비즈니스(수익에 집중하고 시장 규율을 따르는) 회사가 아니라는 것.

모질라 회사는 예전의 Bell Labs 나 Xerox PARC와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음. 그때 이 R&D 조직들은 각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한 다른 사업에서 벌어들인 끝없는 수익으로 자금을 지원 받았음. 즉, 현재의 구글과 모질라의 관계는 AT&T 와 Bell Labs, Xerox 와 Xerox PARC 의 관계와 같음. ( 구글이 낸 수익으로 모질라에게 돈을 줘서 그 R&D를 지속한다는 얘기 )

벨연구소와 제록스PARC 처럼 모질라 재단은 뛰어난 개발자들이 모여들 수 있게 했고, 유용한 프로젝트 부터 약간은 난해하고 신기한 프로젝트 까지 다양한 것들을 만들고 외부에 공공재 형태로 제공했음.

벨연구소와 제록스PARC 처럼, "Build It Yourself" 에 빠져서 수직통합을 통해 모든것을 직접 만들었음. Firefox OS 부터, Rust 언어, 브라우저 까지.

그래서 최종적으로, 벨연구소와 제록스PARC 가 했던 투쟁에 똑같이 동참. 연구중심 조직을 실제 비즈니스로 전환하고, 무료로 제공했던 것들로 부터 좀 더 가치를 끌어내려고 하는.

- 모질라는 어디로 갈까 ?

기본적으로 모질라 회사는 3가지 것을 동시에 추구했음.
1. 옹호단체(Advocacy Organization)
2. 대중을 위한 소프트웨어 및 관련 서비스의 개발자 및 배포자
3. 연구 실험실(Research Lab)

옹호단체가 되는것은 비용이 적게 들지만, 나머지 두개는 그렇지 않음. 소프트웨어 개발과 브랜딩&마케팅은 모질라 회사 및 재단 비용의 3/4를 소비(2018년 $450M). COVID-19가 발생하고 모질라 회사가 검색엔진 수익이 줄었을 때 그들의 선택은 2번과 3번 둘중의 하나를 그만두는 수 밖에 없음.

그래서 최종적으로 모질라 회사의 경영진의 선택은 2번 소비자 대상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회사가 되고, 그 외의 연구프로젝트를 포함한 모든 활동을 다 걷어내는 것이 된 것. 그러자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됨

1. 모질라 정신은 사업보다는 R&D 실험실과 더 비슷한데, 모질라의 멤버들이 자신이 수익사업에 일한다고 생각하게 하는건 힘듬.

2. 모질라는 최대고객인 구글에게 필요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음. 구글은 자체 연구조직에 비용을 쓰고 싶어할 것이고, 또한 Firefox 사용자를 끌어올 능력과 기회를 둘 다 가지고 있음. 많은 Firefox 사용자는 검색엔진을 구글 대신 다른것을 사용하기도 하고, 광고차단기도 실행. 구글에게 있어서 Firefox 의 가치는 반독점 이슈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2억명이나 되는) 사용자 기반까지는 필요없음.

3. 모질라 회사가 검색엔진 회사가 아닌 일반 사용자 대상 비즈니스를 잘 운영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 예전부터 구글 의존을 탈피하고자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음.

간단하게 계산해봐도 검색엔진으로부터 들어오는 $100M 의 수익을 대체하려면, 2억명 이상의 Firefox 사용자로부터 1년에 50센트 씩만 받으면 됨.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들은 무료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아무리 Firefox 사용자일지라도, 저렇게 낮은 금액 마저도 지불하지는 않을 것.

만약 2%의 Firefox 사용자가 모질라 제품을 구매한다면 (일반적으로 freemium 제품군의 컨버전 레이트가 2% 정도니까), 지금 올리는 $500M 매출을 올리려면 인당 년에 $125씩 내야 한다는 것. 이건 엄청 큰 금액임.

만약 모질라 회사가 수익내는 비즈니스로 사업전환을 하지 못한다면 다른 기회는 뭘까 ?

하나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규모로 조직을 축소하고 모질라가 비영리 미션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 예를 들어, Firefox 자체의 기본 유지보수를 제외한 모든 개발을 중단하고, 더 큰 사용자 기반을 유지해서 모질라에 돈 내는 사람(구글같은)들에게 정당한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

보다 과감한 방식은 몇년동안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을 다 접고 모질라 회사의 자산을 다 청산한 다음, 인터넷 및 웹 옹호(Web Advocacy)에 초점을 맞춘 순수한 비영리 조직으로 되돌리는 것. 하지만 이건 앞 시나리오보다 더 실현가능성이 적음.

마지막으로는 인터넷과 웹을 위한 "공익 R&D 연구소"가 되어, 공공재를 생산하는 연구활동을 주로하면서 여러 재단과 정부로 부터 펀딩을 받는 것도 있음. 이런방식으로 대규모 비영리 재단을 만드는 것이 가능. 예를 들어 Battelle Memorial Institute, the MITRE Corporation, Johns Hopkins University Applied Physics Laboratory 같은 것들 처럼. 물론 이들이 크게 된 것은 국방계약을 따냈기 때문인데 모질라의 멤버나 경영진이 DoD(미국 국방부)와 계약할 의사가 있는지는 미지수.

결국, 모질라 회사는 현재의 길을 계속 가면서 다양한 사용자 대상 비즈니스를 계속 시도할 가능성이 가장 높고, 그 중 성공하는 것 없이 점점 매출이 줄으면서 조직을 천천히 축소하게 될지도 모름. 10년안에 모질라 재단은 적당한 자금을 지원받는 옹호단체로 남고 모질라 회사는 그냥 추억이 될 수 있음.

모질라 회사가 15년, 모질라 재단은 17년, 모질라 프로젝트는 20년이 넘었음.
그동안 실제로 모질라는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더 큰일을 수없이 해왔음.
당장 내일 닫더라도 Bell Labs 나 Xerox PARC처럼 역사에 한 자리를 차지할 것.

HN에 모질라 직원도 현재 전체 상황설명을 잘 했다고 댓글을 달았더군요
근데 최종 결론은 모질라 회사 자체는 저렇게 없어질거라는 예언(저주? 운명?)스러운 건데..

저는 그 정도까지 가지는 않을거라 생각하고, 그렇게 안되었으면 좋겠어요.
브라우저 시장에 크롬만 남은 상황은 바라지 않아요.
사파리가 있잖아! 하기엔 애플은 너무 독단적이고요.

모질라가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들중 몇개는 수익화에 성공해서 오래오래 유지되기를 기원합니다.

부디 오래오래 유지되길.. Pocket 구독이라도 하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