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P by GN⁺ 2일전 | ★ favorite | 댓글 2개
  • 현대 연구 환경이 빠른 결과 중심으로 변하면서, 진정한 탐구형 연구가 설 자리를 잃고 있음
  • 연구(research) 는 명확한 계획 없이 직관과 추측을 따라가는 과정이며, 개발(development) 은 이미 정해진 목표를 향한 실행 과정임
  • 지능의 속도 중심 정의가 문제 선택 능력과 창의적 탐색을 배제하고, 사회적으로 ‘빠른 해결자’만을 보상하는 구조를 만듦
  • 가시성(legibility)속도가 결합되어, 명확히 설명 가능한 과제만 자금과 인정을 받는 제도적 편향이 형성됨
  • 느림은 불확실한 영역을 탐험하고 새로운 발견을 가능하게 하는 진정한 연구의 덕목으로 제시됨

속도 중심 문화와 연구의 왜곡

  • 현대 사회는 빠르게 답할 수 있는 질문만을 가치 있게 평가하는 경향이 강함
  • 빠르게 답할 수 있는 질문만이 학계의 자금 지원과 경력 구축의 대상이 되고 있음
    • 몇 주 안에 논문을 내고 인용을 쌓을 수 있는 주제만이 선택됨
  • 이런 구조는 커리어 구축에는 유리하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질문을 배제하는 효과를 가짐

연구와 개발의 차이

  • 중요한 질문일수록 빠르게 답할 수 없음, 명확한 계획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연구가 아니라 개발
  • 연구는 목표는 있지만 경로가 불분명한 탐색 과정, 직관과 추측을 따라가는 형태
    • 개발은 지도에 따라 목표로 이동하는 실행 과정
  • 빠른 문제 해결은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입 부재를 의미
  • 느림은 미지의 영역 탐험과 예상치 못한 발견을 가능하게 함
    • 예: 요한 프리드리히 뵈트거는 금 제조를 시도하다가 자기(磁器, porcelain) 제조법을 발견
    • 앤드루 와일스는 7년간 비밀리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연구
    •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의 기초 방정식을 완성하는 데 약 10년 소요
  • 따라서 연구에서는 속도가 부정적 신호, 지속성 & 인내가 성과와 직결되므로 느림이 미덕으로 간주됨

지능과 속도의 함정

  • 현대의 지능 정의잘 정의된 문제를 얼마나 빨리 푸는가처럼 문제 해결 속도에만 초점을 맞춤
    • IQ 테스트는 문제 해결 능력보다 해결 속도를 측정
  • 이러한 정의는 가치 있는 문제를 선택하는 능력을 완전히 배제
  • 많은 사람들이 이 좁은 기준에 맞지 않아 자신이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없다고 착각하고, 자신의 기여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게 됨
  • 잘못된 과학이 IQ 집착을 강화함
    • 1950년대 하버드 교수 앤 로(Anne Roe) 가 노벨상 수상자들의 IQ를 166으로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SAT 문제로 만든 자체 시험이었고 비교군도 없었음
    • 원본 자료는 평균 수준이었으나 통계 조작으로 수치가 부풀려짐
  • 아인슈타인은 IQ 테스트를 치른 적이 없으며, 학교 성적은 B+ 수준, 대학 입시에서 한 번 떨어짐
    • 리처드 파인만의 IQ는 125로 기록되어 극단적으로 높지 않음
  • 빠른 문제 해결 능력은 오히려 잘 정의된 문제에만 몰입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짐
    • 이는 가치 있는 문제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문제를 선택하게 만듦
    • 예: Marilyn vos Savant는 최고 IQ 기록 보유자지만, 퍼레이드 매거진의 퍼즐 칼럼을 집필
  • 처리 속도는 오히려 문제 선택의 폭을 좁히는 요인이 될 수 있음
  • 느린 사고자는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문제를 무시하지 않고 탐색할 여유를 가짐

제도적 속도 편향

  • 처리 속도 중심의 지능 평가‘단거리 주자(sprinter)’ 만을 선별
    • 이들은 명확한 목표가 있는 영역에서만 활동하며, 불확실한 탐구 영역에는 진입하지 않음
  • 이러한 인물들이 제도 내에서 리더가 되어, 측정 가능한 성과 중심의 구조를 강화
  • 결과적으로 현대 기관은 “잘 정비된 트랙” 만 존재하는 형태로 변함
    • 빠르게 계획을 세우고 완성할 수 있는 사람만 보상받는 구조
    • 계획이 없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음

가시성과 느림의 관계

  • 가시성(legibility) 은 속도와 밀접히 연결
    • 명확한 문제는 측정 가능한 진전과 성공 지표를 제공
    • 자금 지원, 이력서, 대화에서 설명하기 쉬움
  • 그러나 가장 창의적인 작업은 제도적으로 읽히지 않음, 따라서 거의 지원 불가
    • Michael Nielsen 인용: “가장 중요한 창의적 작업은 기존 제도에서는 읽히지 않으며, 따라서 거의 자금 지원이 불가능함”
    • 자금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경로가 명확하다는 뜻, 즉 그 일은 어차피 누군가가 하게 됨
  • 많은 연구자들이 설명 가능한 경로가 없다는 이유로 흥미로운 문제를 포기
    • “무엇을 하고 있나?” “진행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즉답할 수 없기 때문
  • 이런 사회적 압박이 느린 사고자와 불명확한 탐색을 제도적으로 억압
    • 수많은 작은 순간들이 모여 불가시적 경로를 견디기 어렵게 만듦

느린 사고의 개인적 경험

  • 느린 사고는 모호한 문제를 인내하며 탐색할 수 있는 힘을 줌
    • 학교에서는 빠른 사고 중심의 평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느림이 결국 강점으로 작용
  • 계획을 말로 설명하는 행위는 뇌가 이미 진전을 이룬 듯한 착각을 주어 실행 의지를 약화시킴
  • 따라서 불가시적 아이디어를 방어하거나 설명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연구를 공개하지 않음

결론적 질문

  • 향후 10년 내 가시적 진전이라는 조건을 지울 수 있다면, 어떤 문제에 몰두하겠는가?”
    • 이 질문이 느림의 미덕을 실천하는 출발점

멋진 본문과 댓글들이네요.

Hacker News 의견들
  • 이 글의 시점이 HN 메인에 있던 “Working quickly is more important than it seems (2015)” 글과 맞물려 보임
    많은 사람들이 James Somers가 ‘빠르게 일하라’는 말을 품질보다 속도로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피드백 루프를 단축하라는 뜻임
    즉, 느림이 미덕이라는 말은 Somers의 ‘빠르게 일하라’는 조언과 반대가 아님

    • 맞음, 중요한 건 반복 속도
      AI가 피로 없이 OODA 루프를 더 빨리 돌릴 수 있다면 품질이 조금 떨어져도 결국 승리함
      MiG-15와 F-86의 사례처럼, 더 나은 성능보다 빠른 피드백 주기가 승패를 가름함
      관련 글: Boyd’s Law of Iteration
    • 나도 동의함. 결국 중요한 건 도구와 흐름이 방해되지 않는 상태에서 빠른 피드백을 받는 것임
      글쓰기든 코딩이든, 단축키·디버거·핫리로드·빠른 유닛테스트 등으로 근육 기억을 쌓아야 함
      이런 워크플로우를 공유하면 서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음
    • 보안 엔지니어링에서도 피드백 루프는 핵심임
      취약점이 5년 뒤에 발견되면 보안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임
      반면 2주 내에 발견하면 리팩터링으로 세대 간 부채를 없앨 수 있음
      이는 단순한 “shift left”가 아니라 시스템 사고로 조직 전체의 개발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접근임
    • 시작 전에 약간의 느림을 추가해야 함
      즉, 일을 시작하기 전에 지연 요소를 제거하고 계획을 세우는 게 진짜 빠름
    • 관련 링크: HN 원글
  • 이 글이 흥미로웠음. 특히 IQ 테스트를 미리 받아본다면이라는 예시가 인상적이었음
    대부분의 시험은 ‘빨리 푸는 능력’을 ‘깊이 있는 사고력’으로 착각함
    하지만 실제로는 더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정보를 통합해야 해서 시간이 더 필요함
    AI도 마찬가지로, 더 많은 시간을 주면 더 나은 결과를 냄
    결국 교육 시스템이 ‘비판적 사고’보다 ‘순응적 학습’을 선호하도록 설계된 것 같음

    • “새로운 어려운 문제를 푸는 능력”이 더 경제적으로 가치 있다는 말에 완전히 동의함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회는 중간 난이도 문제를 빨리 푸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함
    • 나도 예전엔 그 가정에 의문을 가졌지만, 경험상 빨리 푸는 사람이 어려운 문제도 잘 푸는 경우가 많았음
      그래서 완전히 틀린 가정은 아닐 수도 있음
    • 하지만 IQ 테스트는 시간 제약이 핵심임
      일주일 동안 풀 수 있다면 그건 IQ 테스트가 아니라 단순한 퍼즐 모음임
      규칙이 달라지면 게임 자체가 달라지는 셈임
    • 시험은 결국 암기와 이해의 상관관계를 측정하는 도구임
      대학생들이 과거 시험 문제를 외워서 점수를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음
      나도 일부러 이전 시험문제를 늦게 봤는데, 장기적으로 훨씬 도움이 되었음
  • Andrew Wiles가 7년 동안 아무것도 발표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이 아님
    그는 실제로 미리 준비한 논문들을 꾸준히 발표하며 연구 시간을 확보했음
    진짜 문제는 연구자들이 관료적 절차와 행정 업무에 대부분의 시간을 빼앗긴다는 점임
    만약 그런 제약이 없다면 얼마나 더 많은 성취가 가능할지 궁금함

  • 내 직장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이 있음
    모든 프로젝트를 2일 단위로 쪼개야 하는 스프린트 기반 방식이 창의적 연구에는 맞지 않음
    예를 들어 새로운 라우팅 알고리즘을 개발할 때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탐색적 시도가 반복됨
    이런 일은 본질적으로 추정 불가능한 작업

    • 대부분의 관리 방식이 여전히 Taylorism에 묶여 있음
      복잡하고 새로운 일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관리하려는 건 불가능함
      그래도 기업은 일정과 로드맵을 원하니, 다들 그게 통하는 척할 뿐임
    • 깊은 연구의 초기 단계는 오히려 기존 가정 해체와 실패의 반복
      겉보기엔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시간이 나중에 수십 배로 보상됨
    • 이런 문서화 절차는 결국 상사가 상사에게 보고하기 위한 수단일 뿐임
      문제 해결을 빠르게 하진 않지만, 사회적 구조상 필요한 의식 같은 것임
    • 창의적인 일이라면 계획은 매 단계마다 바뀌는 것이 자연스러움
  • 군대의 격언인 “Slow is smooth, smooth is fast”가 떠오름

    • IT에 있지 않았다면 군대의 규율과 절차 중심 문화를 좋아했을 것 같음
      사실 지속적 배포(Continuous Deployment) 같은 개념도 이런 사고방식에서 비롯됨
    • 스페인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음 — “서두를수록 천천히 입어라”라는 뜻임
    • Age of Empires II 고수들이 초당 수십 번 클릭하면서도 매끄럽게 보이는 플레이를 하는 게 떠오름
    • 나는 “끈끈한 느림”을 실천함.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서두르면 결국 더 느려짐
    • 현장에서는 “Slow is steady, steady is fast”라는 말로도 통함
  • 개발은 지도에 따라 목표로 가는 실행, 연구는 지도 없이 목표를 찾는 탐색”이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음
    이 한 문장만으로도 글의 핵심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음

  • 규칙을 따르는 사람과 규칙을 발견하는 사람의 차이를 구분해야 함
    예를 들어 집합론의 위기 때 Russell 같은 이들은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려 했음
    이는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과는 다른, 이론을 세우는 행위

  • 이 글은 가치 있는 주제를 다루지만 사실 오류가 많음
    예를 들어 Einstein은 실제로 ETHZ에서 상위권 학생이었고, IQ 비판을 위한 근거도 부실함
    차라리 Higgs처럼 단기성과 중심의 학계 문화를 비판한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했으면 더 설득력 있었을 것임
    관련 링크: Einstein 학업 영상, IQ 관련 블로그

    • 나도 비슷하게 느꼈음. 글이 경계가 모호하고 논리적 일관성이 부족함
      ‘빠름’과 ‘가시성’을 무조건 열등하게 취급하지만, 실제로는 유형별 작업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음
      느린 사고가 곧 깊은 사고는 아니며, 빠른 사고로도 어려운 문제를 푸는 사람이 많음
  • 체스할 때 느꼈던 점이 떠오름
    긴 게임(하루 한 수)에서는 ELO 점수가 훨씬 높았음
    모두가 느린 체스에서 잘한다면, 내 점수는 왜 더 높아졌을까 궁금했음

    • 시간의 효과는 사람마다 다름
      어떤 사람은 15분에서 1시간으로 늘리면 급상승하지만, 어떤 사람은 집중력이 떨어짐
    • 모두가 더 잘해도, 상대적으로 더 많이 향상된 사람은 순위가 오름
      모두에게 1달러를 주고 나에게만 1억 달러를 주는 것과 같음
    • 체스닷컴의 시간 제어별 등급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점수 차이는 자연스러움
      느린 경기에서 더 좋은 수를 두더라도, 블리츠 등급이 더 높게 나오는 경우도 많음
  • 느림에는 두 종류가 있음
    하나는 보이지 않는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 다른 하나는 단순한 미루기
    이 글이 말하는 건 전자임

    • 문제는 관리자가 이 둘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 하지만 실제로는 구분이 쉽지 않음
      특히 결과가 바로 보이지 않는 노력은 외부에서 보면 게으름처럼 보이기 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