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 by GN⁺ 9일전 | ★ favorite | 댓글 1개
  • 인간의 사고 과정 중 일부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비언어적 사고로 이루어지며, 이는 수학자나 과학자들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임
  • 이러한 사고는 무의식적 병렬 탐색과 유사하지만, 완전히 무의식적인 것이 아니라 긴장된 집중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의식적 비언어 사고 형태로 설명됨
  • 언어는 사고를 정확하게 구조화하고 검증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사고의 속도를 늦추고 ‘거짓된 정밀함’ 을 유발할 수 있음
  • 깊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은 언어적 압축 없이 고차원적 개념 공간에서 빠르게 탐색할 수 있으나, 초보자는 언어를 통해 사고를 안정화해야 함
  • 글쓰기와 비언어적 사고는 상호 보완적 관계로, 글쓰기는 사고를 정제하고 검증하는 도구, 비언어적 사고는 창의적 탐색의 원천으로 작동함

1. 비언어적 사고의 발견과 수학자들의 사례

  • 1940년대 프랑스 수학자 Jacques Hadamard는 동료 수학자들에게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물었고, 대부분이 단어, 이미지, 수식 없이 사고한다고 답변
    • 그들은 손끝의 진동, 귀에 들리는 무의미한 소리, 흐릿한 형태 등으로 사고 과정을 묘사
    • Hadamard 자신도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며, 이를 단순한 공상과는 다른 특수한 인지 처리 방식으로 구분
  • 저자는 이 기록을 읽고, “언어 없이 사고한다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제기
    • 자신이 글로 생각을 정리할 때마다 논리적 결함이 드러나는 경험을 떠올리며, 언어화 과정이 사고의 검증 장치임을 인식
  • Paul Graham의 글을 인용하며, “글로 쓰지 않은 생각은 완전한 생각이 아니다”라는 주장 소개
    • 그럼에도 불구하고 Hadamard의 동료들은 며칠간 언어 없이 생산적인 사고를 지속할 수 있었음

2. 긴장된 무의식적 처리와 ‘갑작스러운 통찰’

  • Hadamard의 저서 The Psychology of Invention in the Mathematical FieldHenri Poincaré의 ‘갑작스러운 조명(sudden illumination)’ 개념으로 유명
    •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무의식 속에서 해결책이 ‘샤워 중’처럼 불현듯 떠오르는 현상
  • 이 과정은 무의식이 병렬적으로 탐색하며 다양한 조합을 시도한 결과로 설명됨
    • 의식적으로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는 동안, 뇌는 문제의 구조와 공백을 모델링
    • 이후 의식이 다른 일에 집중할 때, 무의식이 자유롭게 탐색을 수행
  • Hadamard가 말한 사고는 단순한 무의식적 탐색이 아니라, 집중된 상태에서의 병렬적 사고로 보임
    • 그는 문제를 머릿속에 ‘단단히 고정’한 채, 단어 없이 흐릿한 형태로 유지
    • 예를 들어, 무한급수 문제를 다룰 때 머릿속에 두꺼운 리본 형태의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기록

3. 뇌의 네트워크와 비언어적 사고의 신경학적 추정

  • 저자는 언어적 표현이 감정 반응을 억제하거나, 집중 시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가 억제되는 연구를 인용
    • 이는 왜 ‘샤워 중 통찰’이 발생하는지를 설명함
  • 가설적으로, Hadamard와 같은 수학자들은 기본 모드 네트워크와 실행 통제 네트워크를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
    • 이는 무의식적 탐색을 유지하면서도 문제의 제약 조건을 벗어나지 않게 하는 이중 모드 사고 가능성 제시
  • 실제 연구에서도 창의적 작업 시 두 네트워크가 동시에 활성화된다는 결과가 있음
    • 숙련된 창의적 전문가들은 기본 모드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도 실행 통제로 사고를 조율
    • 이는 훈련된 정신적 자세로, 발레리나의 회전처럼 고도의 인지적 조정 능력을 요구
  • Hadamard는 종종 방 안을 걸어 다니며 ‘내면의 표정’을 지었다고 증언됨
    • 일부 물리학자는 하루 종일 벽을 바라보며 사고했다고 전해짐
    • 글이나 언어 없이 장시간 생산적 사고를 지속하는 사례로 제시

4. 언어의 무게와 사고의 압축

  • Hadamard는 쉬운 계산에는 기호를 사용했지만, 어려운 문제에서는 기호조차 ‘너무 무겁다’ 고 표현
  • 언어는 사고를 고차원적 연결망에서 저차원적 선형 구조로 압축해야 하므로, 본질적으로 노동집약적 과정
    • 적절한 단어를 찾고 순서를 정하는 데 집중이 필요하며, James Joyce의 “단어 7개를 썼지만 순서를 모르겠다”는 일화로 설명
  • 언어적 압축을 생략하면, 비언어적 고차원 공간에서 더 빠른 조작이 가능
    •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약한 정신 모델을 가지고 있어, 언어 없이 사고하면 오류와 모순이 많음
  • 반면, 깊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은 언어 없이도 빠르고 정확한 탐색 가능
    • 예를 들어, 한 물리학자는 청소년기에 Einstein의 ‘언어 없는 사고’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수천 시간의 학습 후 동일한 경험을 인식

5. 글쓰기의 역할: 검증과 기억의 구조화

  • Hadamard는 글쓰기가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강조
    • 비언어적으로 얻은 통찰은 수학적 기호와 논리로 검증되어야 함
    • 글쓰기는 직관의 진위를 확인하는 피드백 메커니즘 역할
  • 글쓰기는 또한 ‘중간 결과(relay results)’ 를 남겨 사고의 다음 단계를 가능하게 함
    • 수학자 William Hamilton은 이를 “모래언덕에 터널을 뚫는 작업”에 비유
    • 언어는 터널의 아치처럼, 사고를 지탱하는 구조물로 기능
  • 그러나 글쓰기는 ‘거짓된 정밀함(false precision)’ 을 유발할 위험도 있음
    • 불확실한 부분을 억지로 문장으로 채우면, 그럴듯한 허구적 완결성이 생김
    • Hadamard의 동료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흐릿한 사고 상태를 유지
    • 확실히 아는 부분만 글로 고정하고, 나머지는 ‘정확하게 모호한 상태’ 로 남김

6. 언어적 사고와 비언어적 사고의 상호작용

  • 비언어적 사고는 속도와 폭넓은 탐색이 장점이지만, 오류 가능성이 높음
  • 글쓰기는 정확성과 검증을 제공하지만, 사고의 유연성을 제한할 수 있음
  • 깊은 사고는 두 방식을 오가며 이루어짐
    • 비언어적 사고로 통찰을 얻고, 글쓰기로 구조화하고 검증
    • 글쓰기와 독서는 무의식이 활용할 정신적 구조물과 중간 결과를 제공
  • 저자는 9개월간 이 주제를 탐구하며, 언어가 언제 도움이 되고 언제 방해가 되는지를 의식적으로 구분하게 되었음
    • 최근에는 비언어적 사고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글쓰기를 통해 사고의 구조를 정제하는 습관을 유지

7. 결론

  • 언어 없는 사고는 창의적 탐색의 원천, 글쓰기는 사고의 검증과 구조화 도구로 상호 보완적 관계
  • 깊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일수록 언어적 압축 없이 사고할 수 있지만, 글쓰기를 통해 직관을 검증해야 함
  • 언어는 사고를 느리게 하지만, 동시에 사고를 현실로 고정시키는 유일한 수단
  • 따라서 생산적 사고는 언어적 명료성과 비언어적 유연성의 균형 위에서 이루어짐
Hacker News 의견
  • 평소에는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사고 방식이 바뀌거나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날 때 이런 걸 깨닫게 됨
    나는 항상 ‘압축되지 않은’ 형태로 생각을 진행해왔고, 그걸 언어로 옮기려 애쓰는 과정이 늘 고통스러웠음
    말로 옮기면 사람들은 종종 오해하거나, 문단 끝에 있는 핵심에 도달하기도 전에 첫 문장에 걸려버림
    그래서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면 대화의 깊이가 엄청나게 확장되고, 언어의 한계에서 해방되는 느낌을 받음
    병을 앓은 이후로는 심한 브레인포그가 생겨 생각이 끊기거나 사라지는 경험을 자주 함. 예전엔 잠자기 전 정보를 머리에 넣어두면 아침에 해결책이 떠올랐는데, 이제는 이유도 모른 채 좌절감만 남음

    • “압축되지 않은 사고”라는 표현이 정말 와닿음
      나도 오해받을까 두려워 공개 포럼에 글을 잘 안 쓰는데, 이 글 덕분에 그 두려움을 조금 넘어서게 됨
      완벽하지 않아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예상치 못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음
    • 머릿속에서는 완전하고 의미 있는 생각이 있었는데, 말로 옮기는 순간 2차원적인 그림자로 변해버리는 경험을 자주 함
      그 과정에서 원래의 복잡한 형태와의 연결이 끊겨버리는 게 가장 괴로움
    • 나도 최근 몇 달간 비슷한 느낌을 겪고 있음
      마치 아이디어가 눈앞에 놓여 있는데 손이 얼어붙은 듯 제대로 잡거나 다루지 못하는 느낌임
    • 어떤 병인지 물어봐도 괜찮을지 궁금함
    • 답은 즉각 떠오르는데, 그걸 말로 풀어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림
      통찰은 종종 A에서 Z로 바로 건너뛰는 능력에 있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면 후처리가 필요함
      그래서 “글로 쓰지 못하면 모르는 것이다”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음. 노래의 음은 알지만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것과 같음
  • 나는 내면의 독백(inner monologue) 이 없고, 단어가 아닌 이미지로 생각함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각자 얼마나 언어적으로 사고하는지 순서를 매겨봤는데 나는 감정과 이미지 중심이었음
    반면 베이시스트 친구는 완전한 문장으로 생각하고, 어려운 구간에서는 “집중하자, 실수하지 말자” 같은 문장이 머릿속에 울린다고 함
    나는 문단의 형태를 보고 의미를 이미지로 조립하듯 읽기 때문에 속독은 빠르지만 이해도는 낮음
    아내는 반대로 천천히 읽으며 머릿속에서 단어를 들으니 이해도가 높음. 나도 속도를 늦추면 이해가 되지만, 마치 들뜬 개를 억누르는 기분임

    • 나는 aphantasia라서 머릿속 이미지가 전혀 없음
      대신 ‘소리 없는 언어’로 생각함. 단어가 머릿속에 있지만 음성은 없음
      생각 속도는 말보다 훨씬 빠르고, 철학책을 좋아하지만 사람의 눈 색깔 같은 시각적 정보는 잘 기억 못함
      흥미롭게도 프로그래밍 커뮤니티에는 aphantasia와 hyperphantasia 양쪽 극단이 모두 많음
    • 철학서를 읽을 때 같은 어려움을 느낌
      언어가 아닌 틀에서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려다 보니, 단어만 재배치하고 실제로는 내면화하지 못할 때가 많음
    • 나도 비언어적 사고자라 공감됨
      단어로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게 기본 모드는 아님. 글의 형태나 구조가 낯설면 이해가 훨씬 어려움
    • 보통은 빠르게 훑으며 시각화하다가, 밀도 높은 글을 읽을 때는 억지로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함
    • 나도 단어를 ‘소리 내어 읽지 않고’ 개념으로 바로 흡수하는 편임
      그래서 단어 재배열이나 철자 맞추기 같은 언어 기반 퍼즐 게임은 정말 약함
  • 문제 해결(psychology of problem solving) 은 실험심리학에서 오래 연구된 분야임
    TFA 글은 흥미롭지만 다소 산만하고, 검증된 이론과 추측이 섞여 있음
    “통찰(insight)” 문제 해결은 막혔다가 갑자기 해답이 떠오르는 현상인데, 언어화가 시각화보다 고착(fixation) 을 더 유발한다는 연구가 있음

    • 저자가 이 분야를 잘 모른 채 사색적으로만 접근한 게 아쉬움
      수학자의 생각을 인용했다고 해서 그게 전문적 근거가 되진 않음.
      당신이 언급한 참고문헌처럼 실제 연구 기반으로 글을 썼다면 더 유익했을 것임
  • 이 주제에 관심 있다면 Helen Keller의 『The World I Live In』 을 강력히 추천함
    그녀는 언어를 배우기 전에는 자신이 인간이라는 인식조차 없었다고 함
    언어가 그녀에게 의식과 자아를 부여한 도구였지만, 동시에 촉각과 탐구를 통해 세상을 느끼는 독특한 감각 세계를 묘사함

  • 예전에 알던 뛰어난 프로그래머는 머릿속에서 전체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거의 두 글자짜리 변수명으로만 코드를 짰음
    그는 클래식 피아니스트이자 천문학자였고, 80년대에 ‘Chief Scientist’라는 직함을 가졌음
    마치 Tesla가 머릿속에서 모터를 설계하듯, 그는 프로그램을 완성한 뒤 단지 전달을 위해 코드로 옮겼음

    • 하지만 이런 방식은 유지보수나 협업을 고려하지 않은, 초보적이고 직관적인 접근임
  • ‘샤워 중 번뜩임’처럼 무의식적 사고가 언어적 사고와 대립된다고 보지 않음
    비언어적 통찰도 결국 나중에 언어로 구조화되어야 의미가 있음
    나는 꿈이 그 다리를 놓아준다고 느낌. 예를 들어 데이터 동기화 문제를 고민하다가, 꿈속에서 비행기를 놓치는 장면을 보고 해답을 떠올림
    그 후엔 그 비유를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문제를 설명할 수 있게 됨
    실제 문서화할 때는 코드를 수없이 테스트한 뒤 글로 정리함

  • 생각은 단어가 아니며, 단어는 생각 뒤에 옴
    문장을 중간에 멈춰도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아는 이유가 그것임

    • anendophasia라는 현상이 그 증거임
      내면의 목소리가 없어도 사고는 가능하며, 관련 연구에서도 확인됨
    • 하지만 단어가 생각을 구조화하는 틀을 제공하기도 함
      언어는 추상 개념을 다루는 데 유용하며, 개념을 언어로 이해한 뒤 다시 언어를 벗어나 사고하는 것도 가능함
    • 반대로, 생각은 있지만 그걸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잃는 순간도 있음
  • 외가 쪽 가족 중에는 언어에는 약하지만 과학에 강한 사람들이 많음
    나 역시 비언어적 IQ가 언어적 IQ보다 20~30점 높음
    알고리즘을 생각할 때는 추상적 이미지로 사고하고, 코딩할 때 함수 이름이나 매개변수 순서를 자주 잊음
    학업 성취는 언어적 지능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어, 이런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더 있을지 궁금함

    • 나도 비슷함. AI 도구를 쓸 때, 머릿속 모델을 자연어로 번역해 코드로 만들고 다시 읽어들이는 과정이 어색함
      차라리 직접 코드로 사고를 표현하는 게 자연스러움
    • IQ는 측정치일 뿐 본질은 아님
      단어는 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로 제한되지만, 생각은 그렇지 않음
      복잡한 생각을 표현할 단어가 부족할 때 “모르겠다”로밖에 말할 수 없는 게 그 예임
  • 시각 예술을 할 때는 단어로 생각하지 않음
    형태, 색, 명암, 원근이 합쳐져 그림이 완성됨. 단어로 그리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움
    버섯을 찾거나 코딩할 때도 대부분 비언어적 사고로 진행됨
    단어는 유용하지만, 본질적으로 언어 기반 매체에서 비언어적 사고를 전달하는 건 어렵고,
    마치 전혀 다른 문화의 관용구를 번역하는 것처럼 느껴짐
    나에게 단어는 의식의 흐름 중 일부일 뿐임. 다른 사람들도 이런 감각을 느끼는지 궁금함

    • 맞음, 이건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느껴지는 것에 가까움
  • Rilke의 말이 떠오름 — “단어가 닿지 않는 사고의 깊이가 있고, 그보다 더 깊은 형태 없는 감정의 층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