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면 그 자체로 반복되기 시작함
(henrikkarlsson.xyz)- 지속적인 주의가 뇌의 다양한 시스템을 동기화해 현실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음
- 기쁨, 불안, 예술 감상 등 다양한 경험에서 주의가 반복적으로 증폭됨
- 오랜 시간 한 가지에 집중할 때 몸과 마음의 피드백 루프가 심화됨
- 예술 작품에 몰입하면 내면의 경험이 변화하고 감정적으로도 큰 영향을 받음
- 각 주의 시스템의 리듬이 다르기 때문에 짧은 주기적 전환은 몰입도를 떨어뜨림
1. 주의 집중의 쾌감과 신체 메커니즘
- 일반적으로 주의 집중과 느림의 미덕은 엄격하고 수도자적 마음가짐으로 여겨짐
- 하지만 진정한 집중 경험은 강렬하고 매혹적인 쾌감을 동반함
- 예를 들어 좋은 성 경험에서처럼 만족을 지연시키고 순간에 머무르면 욕망이 반복되고 증폭됨
- 이 과정에서 도파민 시스템이 활성화되며, 도파민은 쾌락 자체보다 쾌락에 대한 기대와 연관이 깊음
- 여러 신체 시스템이 각기 다른 속도로 반응하여 완전한 몰입까지 시간이 필요함
- 시각 피질은 0.5초 미만에 반응하지만,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은 6시간까지 지속될 수 있음
- 너무 잦은 주의 전환은 시스템 간 주목 잔여물을 남겨 몰입을 방해함
- 반대로 오래 집중할수록 피드백 루프가 강화되고 더욱 깊은 경험으로 이어짐
2. 다양한 경험에서의 주의 루프
- 성적 경험뿐 아니라 불안, 기쁨, 예술 감상 등에도 유사한 메커니즘이 작동함
- 예를 들어 불안에 집중하면 반복적 루프와 신체 반응(과호흡, 터널 시야 등)으로 공황 상태에 다다를 수 있음
- 반대로 기쁨에 집중하면 즐거움이 증폭되어 신기루 같은 지각 변화와 일시적 해체감을 경험하게 됨(이 과정은 jhana라고 불림)
- 여러 명상의 체험담과 가이드들이 이런 상태를 탐구함
- José Luis Ricón Fernández de la Puente, Nadia Asparouhova 등 다양한 사람이 심리적 상태 변화 경험을 공유함
- 외부 대상을 깊이 바라볼 때, 이전과 전혀 다른 정신 상태에 진입할 수 있음
- 문학, 수학적 개념, AI의 신경망 등 다양한 것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체험이 가능함
3. 예술과 깊은 주의
- 한때 예술을 정보 전달 수단으로 여기며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시기가 있었음
- 본질적으로 좋은 예술은 전달이 아니라, 잠시 머물러 바라볼 때 정신 상태를 구조화시키는 정보 패턴을 제공함
- 예술적 몰입은 가이드 명상과 유사하게 내면에 변화를 일으키며, 이해가 아닌 순수한 경험에 가까움
- 2019년, Uppsala의 University Hall에서 Sibelius의 5번 교향곡 공연을 감상하며 심도 깊은 내면의 영화 같은 경험을 했음
- 음악의 구조가 예상과 놀라움 사이 균형을 맞추며, 청자는 무의식적 이미지와 감정을 끌어올려 복합적 경험을 하게 만듦
- 결과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잊을 정도로 몰입하며, 큰 정서적 변화를 겪음
- 하지만 같은 공연에도 사람마다 다양한 몰입 수준을 경험함
참고
- 이 글은 지속적 주의와 몰입의 기제를 일상적‧예술적 경험에서 다양한 예시로 설명함
- 추가 주제와 질문은 Becoming perceptive 등 후속 에세이 참고 가능
Hacker News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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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방향과 달라서 오히려 즐겁게 읽었음, 정신과에 대해서 전문 지식은 없지만 실제 경험과 부합함을 느낌, "딱 5분만 온전히 집중해 보고, 그래도 하기 싫으면 그만두자"라는 자기 암시 트릭이 떠오름, 거의 항상 결국 그 일을 하고 싶어짐
- ADHD 관리를 위해 실제로 저 5분 트릭을 자주 씀, 물론 5분 시작하는 것도 도전이지만 약을 복용하면 그나마 가능함, 시간 제한을 통해 심리적 탈출구를 마련해 두니 효과적임, 5분만 지나면 대부분 계속 하게 됨
- "행동이 먼저고, 동기는 나중에 옴"이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너무 많이 해서 우리 집에선 밈이 되어버림, “동기가 안 생겨”라는 말에 짧은 회로를 만드는 좋은 방식임, “좋아, 일단 하다보면 동기가 생길 거야!”라는 식의 대화가 됨
- 비디오 게임을 정말 즐기는데 집중해서 플레이하다가도 로딩화면에 휴대폰을 꺼내 뉴스 피드나 HN을 보며 멀티태스킹하게 됨, 게임 자체는 여전히 재밌지만 온전히 집중하지 않으니 경험을 스스로 빼앗는 느낌임, 영화나 TV 볼 땐 되도록 멀티태스킹을 피하려 노력하고 실제로 꽤 잘함, TV나 영화는 공동 경험이고 게임은 주로 혼자 하는 경우라 미묘한 차이가 있음, 이런 글을 쓰면서 내 ADHD를 스스로 진단하는 기분이 듦
- 도파민의 기능을 쾌락과 혼동하지 않고, 현대 신경과학처럼 ‘미래의 쾌락을 예측하는 역할’로 제대로 설명해 주는 걸 보니 반가움, 진짜 쾌락 화학물질은 내측 핵껍질의 글루타메이트임
- ADHD 주의력에 대한 좋은 비유는 관성임, 내 주의력은 화물 트럭같아서 출발하고 속도가 붙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움, 5분만 무언가에 투자하는 것은 자신을 시작하게 만드는 트릭임, 한 번 돌입하면 관심을 끊기 어려우니, ADHD가 있으면 어디에 집중할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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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에세이였고, 강박적으로 주변을 지나치게 인식하는 OCD를 겪는 입장에서 읽으며 울기도 했음, 성적 경험에 집중함으로써 쾌감이 깊어지는 긍정적 피드백 루프 예시가 특히 공감됨, 이 현상은 성적인 순간뿐 아니라 영화·비디오 게임, 몇 시간의 창의적 작업 등 다양한 영역에도 적용됨, 오래 조용히 야외에 앉아 있으면 점점 더 미묘한 감각에 깨어나는 것도 같은 원리임, 반면 이 루프가 부정적 감각에 고정되면 고통과 집착으로 이어짐, 내 경우엔 삶의 시점마다 근육 긴장, 숨, 눈의 부유물 등으로 그랬음, 주의가 자꾸 원치 않는 감각에 쏠리고 민감도는 높아져 악순환을 만듦, 역설적으로 치료는 이 감각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법을 연습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어렵게 느껴짐, 동시에 우리 뇌가 가진 깊은 집중과 감각 증진 능력이 예술, 삶, 창의, 우정, 경청 등 긍정적 성장에도 크게 기여함을 다시 한 번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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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의 『의례의 소멸』이 떠오름, 책의 핵심을 간단히 말하긴 어렵지만, 시간과 주의를 가로로 분산시키기보다 수직적으로 쌓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함
- 우연이지만 "Philosophize This!"의 최신 에피소드가 '선 불교의 철학 – 한병철'임을 알게 됨, 한병철은 『피로사회』로도 추천도서를 얻고 있음, Philosophize This! Spotify 링크
- 주제와 벗어나지만, 『의례의 소멸』을 재미있게 읽었는지 궁금함, 작년에 한병철 도서를 여러 권 몰아서 읽었고, 어렵지만 최소 두 번씩 정독함, 다음 읽을 책을 찾던 중이라 『의례의 소멸』을 계획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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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t's a Wonderful Life</i>가 왜 그렇게 인기 있는지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함, 개봉 당시엔 흥행 실패였고 저작권 미갱신으로 TV에서 매년 반복 방영되며 사람들에게 다른 크리스마스 추억과 연결되는 긍정적 경험 축적으로 명작이 된 것 같음, 위키피디아 관련 정보
- 내 생각엔 이 경우 다른 메커니즘이 작동한 것 같음, 휴일에 TV에서 보는 영화는 오히려 깊고 오랜 집중을 잘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낌
- 저 영화가 20년 가까이 하루 종일 방영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저작권 처리 실수로 방송국들이 무료 채움용으로 썼기 때문임, 어릴 때는 『34번가의 기적』이랑 경쟁하더니 점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영화가 됨, 너무 자주 봐서 심지어 싫어지기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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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지켜라, 그것이 말이 되고, 말을 지켜라, 그것이 행동이 되고, 행동을 지켜라, 그것이 습관이 되고, 습관을 지켜라, 그것이 인격이 되고, 인격을 지켜라, 그것이 운명이 된다"라는 말에 공감함, 흔히 노자 명언으로 알려짐
- 이와 비슷한 사상이 브리하다라냐카 우파니샤드(기원전 7세기 경)에도 있음, “사람은 욕망으로 이뤄지며, 그의 욕구는 의지가 되고, 의지는 행동이 되며, 그가 행한 행동은 결국 그가 얻게 됨”
- 노자의 말은 아님, 실제로는 1970년대 슈퍼마켓 체인 소유주가 만든 문구로 추정함
- 고대부터 전해오는 생각임, "생각하는 대로 우리가 된다"라며 부처님의 말씀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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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오래 하다 보면 광고 밈 등의 모든 콘텐츠를 거의 다 보게 되고, 수년간 반복 사용하다보면 똑같은 밈이 계속 돌고 반응마저 같아지는 반복 구조에 들어가는 걸 느끼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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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예술 창작을 통해 주의를 이런 식으로 의도적으로 조절함, 한편으론 "공원에서 소리치는 아이가 육지보다 오래된 불멸의 초유기체의 최신 결실"로 볼 수 있고, 또 한편으론 "끈적이고 오줌 냄새가 남"이라는 생각도 듦, 작업을 할 때 좋은 하이쿠처럼 신선한 감각으로 순간을 만끽하는 법을 연습함, lucaaurelia 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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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불안과 반추로 고생하는 이유는, 기본 정보처리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를 끊어줄 내적 메커니즘이 부족해서임
- 내적 메커니즘이 없다는 게 아니라, 뇌 배선이 잘못돼서 일시적으로 어떤 물질 과부족이 혈류를 다른 경로로 우회시켜 발생함, 적절한 혈류가 다시 원래 경로로 돌아오면 묻힌 메커니즘도 회복 가능함, ADHD 등은 전전두엽(PFC) 내 혈류나 산소 공급이 미세하게 떨어져서 그런 증상이 나타나다가, 정상 수준이 되면 바로 개선됨, 이런 사실은 뇌 어느 부분에 적용해도 대체로 진실임, 물론 전체 경로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만, 정상·문제 행동 비교로 전체 경로 추론이 가능함, 기본적으로 산소·혈류가 잘 돌면 어떤 유기체든 성능이 향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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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Pitch Black Playback이 열리는 도시 근처에 거주한다면 꼭 방문하길 추천함, Pitch Black Playback 링크, 어두운 공간에서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할 때 깊은 연결감을 경험하고, 처음에는 ‘음량을 좀 더 키웠으면’ 하지만 집중도가 깊을수록 소리가 점점 벅찰 정도로 느껴짐
- 출장 중 낯선 도시에서 회의로 지칠 때 호텔 방에 돌아오면 항상 불끄고 누워서 헤드폰 끼고 음악에만 집중하는 습관이 생김, 이럴 때 음악에서 평소 못 듣던 요소도 확연히 들리기 시작함, 예전에 Portishead의 "Wandering Stars"를 이런 방식으로 처음 들었을 때 오르간 리프가 박자에 딱 맞지 않고 밀고 당기는 미묘함을 처음으로 정확히 알아챘던 기억이 있음
- 오래 전에 Sennheiser HD600 헤드폰을 저렴하게 구입한 뒤 Schiit 스택(Magni+Modi)과 고품질 음원까지 갖추자,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 진짜 음악을 '지각'하는 경험을 즐김, 이런 청각 경험은 시각 중심의 영화 몰입과 비슷한 차원이 있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각에만 의존하는데, 다른 네 감각(청각, 촉각, 미각, 후각)도 의도적으로 훈련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림
- 이번 주말과 다음 주에 밴쿠버 Lobe에서 David Bowie의 'Live At Montreux'를 상영 예정임, Lobe는 독특하게 바닥과 천장에 스피커가 설치된 공간임, 이벤트 상세정보
- 만약 이런 경험에 관심 있고 Bay Area에 있다면 Audium에 방문해보라 추천함, Audium 홈페이지, 역시 어두운 공간에 앉아 소리 중심의 공연을 듣는 곳이지만, Pitch Black Playback이 앨범 중심인 반면 Audium은 음경치와 사운드스케이프에 더 집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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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묘사한 심상 능력상태를 보니 하이퍼판타지아(심상 과다형)이 있는 듯함, 하지만 다른 예시를 보면 이런 능력 없이도 충분히 자기 강화적 기쁨을 깊게 느끼는 경우도 있음, 반대로 아판타시아(심상 결여형)인 사람들은 이걸 더 어렵게, 혹은 더 쉽게 느낄까 궁금함, 내적 잡념은 적어서 더 쉬울 수도 있지 않을까?
- 나는 아판타시아가 있지만 음악에는 정말 깊이 빠져듦, 오히려 좋은 음악을 심상으로 영화처럼 상상하는 건 오히려 본질을 놓치는 느낌임, 음악은 <i>음악 자체로</i> 경험하는 쪽이 좋음
- 아판타시아인 사람도 내적 독백이나 텍스트, 혹은 순수한 느낌 자체만으로 이 몰입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함, 다만 심상을 떠올릴 수 없는 상태를 상상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느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