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rim Fandango는 Full Throttle 이후 Tim Schafer가 구상한 LucasArts 어드벤처로, 멕시코 망자의 날 민속과 필름 누아르를 3D로 결합한 독창적 시도였음
- 3D 전환은 영화적 연출을 넓히려는 선택이면서, 픽셀 아트 기반 어드벤처의 높은 제작비와 PlayStation 같은 콘솔 시장을 의식한 현실적 판단이기도 했음
- Bret Mogilefsky는 기존 SCUMM에 3D를 덧붙이기보다 새 엔진 GrimE를 만들었고, 사전 렌더링 배경·실시간 3D 캐릭터·Lua 스크립팅을 결합함
- 1930년대 Art Deco, 멕시코 민속미술, 1940년대 갱스터 영화풍의 미학과 성우·음악·서사는 강했지만, 퍼즐 설계와 탱크식 조작이 플레이 경험을 크게 깎아먹음
- 1998년 출시 당시 평가는 호의적이었으나 판매 성과는 논쟁적으로 남았고, LucasArts는 이후 GrimE 기반 어드벤처를 한 편 더 내는 데 그쳐 이 작품은 뛰어난 세계관을 게임플레이가 충분히 받치지 못한 사례로 남음
Tim Schafer가 잡은 초기 방향
- Tim Schafer는 1995년 6월 Full Throttle 출시 뒤 다음 프로젝트를 고민하기 시작함
- Grim Fandango의 출발점은 멕시코의 종이 반죽 해골 인형이었음
- 뼈가 바깥에 그려진 단순한 형태가 3D 모델과 텍스처 맵에 잘 맞는다고 봄
- 처음에는 죽은 자들이 Mictlān을 4년 동안 걸어 아홉 번째 세계이자 영원한 안식의 땅에 도착한다는 신화를 퀘스트 구조로 생각함
- 리드 아티스트 Peter Tscale이 “초자연 세계를 걷는 남자”라는 발상을 충분히 흥미롭게 보지 않자, Schafer는 주인공을 Grim Reaper로 바꿈
- Manny Calavera는 죽은 자를 다른 세계에서 데려오는 여행사 직원이 됨
- Chinatown, Glengarry Glen Ross, Casablanca에서 부동산 사기, 영업 단서, 통행증 대기 구조를 가져와 줄거리를 다듬음
- 악역 Hector Lemans는 영혼들이 원하는 안전한 통행권을 훔치는 인물로 설정됨
- Manny의 운전사이자 정비공인 Glottis는 Full Throttle과 Grim Fandango를 잇는 “스피드 데몬” 성격의 캐릭터로 기능함
망자의 날, 필름 누아르, 3D
- 핵심 피치는 멕시코 망자의 날 민속과 고전 필름 누아르를 결합해 “라틴계 사후세계의 Raymond Chandler”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었음
- 3D는 더 영화적인 장면 구성을 가능하게 했음
- 기존 LucasArts 어드벤처는 픽셀 아티스트가 그린 고정 시점 배경에 묶여 있었음
- 3D를 쓰면 플레이어 캐릭터의 이동에 따라 극적인 앵글과 클로즈업을 구현할 수 있었음
- 전환의 배경에는 경제적 압박도 있었음
- 어드벤처 게임은 퍼즐과 에셋을 대부분 일회성으로 만들어야 해 플레이 시간 대비 제작비가 높은 장르였음
- 1995년에는 여전히 잘 팔렸지만, 1996년에는 장르가 5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 장 이상 히트를 내지 못하며 제작비 문제가 위협으로 커짐
- Silicon Graphics 워크스테이션과 3D 모델링 소프트웨어는 다수의 픽셀 아티스트보다 이미지를 더 빠르고 낮은 단가로 만들 수 있다고 여겨짐
- PlayStation 시장도 중요한 변수였음
- PlayStation은 3D 하드웨어, CD 드라이브, 메모리 카드, Nintendo·Sega보다 약간 높은 연령대의 사용자층을 갖고 있었음
- 마우스 기반 2D 어드벤처는 컨트롤러에 잘 맞지 않았지만, 컨트롤러 친화적인 3D 어드벤처라면 PC 게임보다 5~10배 큰 설치 기반에 접근할 수 있다고 봄
- PlayStation용 마우스는 있었지만 널리 쓰이지 않았음
기술 한계를 스타일로 바꾼 시각 설계
- 1990년대 후반 3D 그래픽은 그대로 쓰면 조악해 보일 위험이 컸고, Grim Fandango는 캐릭터를 해골로 만들어 이를 피함
- Manny Calavera 같은 캐릭터는 3D 모델 자체를 변형하지 않고 얼굴의 텍스처 맵을 조작해 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함
- 이 방식은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를 떠올리게 하는 외형을 만들면서, 부드러운 살결 렌더링 문제도 우회함
- Tim Schafer는 3D의 기술적 한계와 싸우기보다 이를 받아들여 스타일로 바꾸는 쪽을 택함
GrimE 엔진과 Lua
- LucasArts는 1995년 11월 Bret Mogilefsky를 고용해 기존 어드벤처 엔진 SCUMM을 3D에 맞추는 일을 맡김
- Mogilefsky는 몇 달간 시도한 뒤, 1986년 무렵 Commodore 64에서 출발한 SCUMM에 3D 기능을 덧붙이기보다 새 엔진을 만드는 편이 낫다고 판단함
- 새 엔진 GrimE는 사전 렌더링 3D와 실시간 렌더링 3D를 섞어 사용함
- 배경 세트는 사전 렌더링됨
- 캐릭터와 상호작용 대상은 실시간 3D로 처리됨
- LucasArts 내부의 유용한 코드, 특히 1인칭 슈터 Jedi Knight의 코드도 가져다 씀
- GrimE는 SCUMM처럼 비전문 프로그래머인 디자이너가 줄거리와 퍼즐 동작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고수준 스크립팅 언어를 제공함
- Mogilefsky는 이 목적에 브라질에서 나온 비교적 덜 알려진 언어 Lua를 채택함
- Lua는 배우기 쉽고 확장하기 쉬운 언어로 평가받음
- 이후 Roblox 같은 현대 게임 개발 환경에서도 쓰이게 됨
엔진 개발의 난점과 비용
- GrimE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사전 렌더링 배경과 실시간 3D 오브젝트가 만나는 지점이었음
- 예를 들어 Manny가 위스키 잔을 마실 때, 배경에 포함된 사전 렌더링 잔을 실시간 렌더링 잔으로 자연스럽게 바꿔야 했음
- 이런 전환을 매끄럽게 보이게 하는 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감
- 비용 절감이라는 기준만 보면 GrimE는 성공으로 보기 어려움
- Grim Fandango는 거의 3년 동안 개발됨
- 제작비는 최대 300만 달러였을 수 있음
- 이는 Full Throttle의 최소 2.5배이며, LucasArts의 마지막 대형 SCUMM 어드벤처 The Curse of Monkey Island와 비슷한 수준임
- 콘솔 친화적인 조작을 택했지만 정작 PlayStation으로는 나오지 못함
- GrimE가 제한된 PlayStation 하드웨어에서 동작하기에 너무 무거웠음
- GrimE로 만들어진 유일한 다른 게임 Escape from Monkey Island는 2001년 더 강력한 PlayStation 2로 이식됨
- 다만 첫 엔진으로 만든 첫 게임은 보통 더 비싸며, 후속작에서는 비용 절감 가능성이 있었음
- Grim Fandango는 Full Throttle보다 2.5배 이상 긴 게임이기도 했음
크런치가 남긴 퍼즐 설계의 상처
- 개발 막바지에는 몇 달 동안 하루 16~18시간 일하는 크런치가 이어짐
- 1998년 초 게임은 일정과 예산을 모두 크게 초과했고, 어드벤처 장르 시장도 점점 불리해지고 있었음
- Bret Mogilefsky는 Tim Schafer에게 더 이상 이런 식으로는 못 하겠고 쉬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동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함
- 당시 게임 업계에서 크런치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고, LucasArts는 특히 심한 편이었음
- Mogilefsky는 수백만 달러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 인력으로 고용됐지만 연봉은 약 3만 달러였음
- LucasArts에서 일하는 특권의 대가처럼 긴 노동시간과 낮은 임금이 받아들여짐
- 크런치는 게임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고, 특히 퍼즐 설계의 약점으로 드러남
- 좋은 퍼즐에는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테스트와 피드백 검토가 필요함
- Grim Fandango는 그런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못한 흔적이 뚜렷함
뛰어난 미학과 서사
- Grim Fandango의 시각 스타일은 1930년대 Art Deco, 멕시코 민속미술, 1940년대 갱스터 영화가 결합된 형태로 강하게 남음
- 대본은 재치와 비애를 모두 갖췄고, Manny는 실제 성장을 겪는 드문 어드벤처 게임 주인공으로 평가받음
- 줄거리의 동력은 Meche를 향한 Manny의 사랑임
- Monkey Island의 Guybrush Threepwood와 Elaine 관계보다 더 미묘하고 성인적이며 복잡함
- 결말도 그만큼 더 감동적으로 작동함
- 이미 모두가 죽은 세계에서 긴장감을 만드는 장치로 “sprouting”이 등장함
- sprouting은 캐릭터가 꽃이 되어 다른 형태의 삶을 강제로 살아가게 되는 상태임
- 죽은 자들이 산 자가 죽음을 두려워하듯 삶을 두려워할 수 있다는 구조를 만듦
- Tim Schafer가 라틴계 전통을 직접 배경으로 자란 인물은 아니지만, 게임의 세계는 피상적 문화 관광처럼 느껴지지 않음
- Tony Plana는 Manny의 냉소와 낡은 낭만성을 잘 섞어 연기함
- Maria Canalas는 Meche 역할에 잘 맞음
- Peter McConnell의 음악은 mariachi와 cool jazz를 섞어 분위기를 만듦
네 막으로 나뉜 큰 규모
- Grim Fandango는 LucasArts가 만든 어드벤처 중 가장 큰 작품으로 볼 수 있음
- 게임은 네 막으로 구성되며, 평균적인 영혼이 최종 안식에 이르기 전 지하세계를 떠도는 4년과 대응함
- 각 막은 거의 독립된 게임처럼 느껴질 만큼 큼
- Manny는 게임을 거치며 여러 삶을 겪음
- 운이 없는 Grim Reaper 겸 여행사 직원
- 밤문화 업계 운영자
- 원양 여객선 선장
- 해저 광산의 죄수 노동자
- 두 번째 막은 Casablanca에 대한 긴 오마주로, Manny가 Humphrey Bogart 같은 위치에 놓이는 구간임
- 이 막이 너무 잘 구현되어 이후 내용이 상대적으로 약해 보일 정도임
- Rubacava 항구 도시에서 술집 주인이 된 Manny를 보여주는 장면 전환은 게임의 스케일과 야심을 처음 크게 드러내는 순간임
게임플레이의 두 약점: 퍼즐과 인터페이스
- Grim Fandango의 상호작용은 크게 두 지점에서 흔들림
-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퍼즐 설계
- 마우스를 쓰지 않는 직접 조작식 인터페이스
- Tim Schafer는 세계, 캐릭터, 이야기에 더 큰 관심을 가진 디자이너로 읽힘
- Day of the Tentacle에서는 공동 디자이너 Dave Grossman의 지원 덕분에 이야기와 퍼즐이 잘 결합됨
- Full Throttle과 Grim Fandango에서는 그런 균형이 약해짐
- 게임은 플레이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음
- 바로 직전 LucasArts 어드벤처 The Curse of Monkey Island는 명시적 목표를 자주 제공했음
- Grim Fandango에서는 다음에 Manny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추측하며 돌아다니는 상황이 잦음
- 캐릭터 중심 서사를 택했기 때문에 기계적인 목표 목록을 피한 면은 있지만, 플레이어가 이야기의 요구를 알기 어려운 답답함은 남아 있음
탱크식 조작과 불편한 인벤토리
- 원작 Grim Fandango는 마우스를 쓰지 않고 숫자 키패드나 콘솔식 컨트롤러로 조작함
- 출시 당시 PC 게임 이용자 중 컨트롤러를 가진 사람은 사실상 많지 않았음
- LucasArts는 Manny를 움직이는 방식을 “탱크” 인터페이스라고 불렀음
- 이 조작은 같은 시기 콘솔 JRPG, 특히 PlayStation에서 1,000만 장 이상 판매된 Final Fantasy VII를 떠올리게 함
- 하지만 Grim Fandango는 환경과 훨씬 세밀하게 상호작용해야 하므로, 같은 방식의 조작이 더 거슬림
- 기존 SCUMM 어드벤처에서는 마우스 커서를 올리면 상호작용 지점이 드러났지만, 여기서는 Manny의 머리 움직임을 봐야 함
- Manny가 특정 방향을 보면 그곳에 상호작용할 대상이 있다는 뜻임
- 머리 움직임을 놓치면 진행에 필요한 요소도 놓치기 쉬움
- 인벤토리도 불편했음
- Manny가 가진 물건 전체를 한 화면에서 보는 대신, 키나 버튼을 반복해서 눌러 하나씩 넘겨야 함
- 이 방식은 인벤토리 아이템끼리 사용하는 퍼즐 설계 가능성도 막음
3D 몰입과 퍼즐의 충돌
- 새 엔진은 이론적으로 더 촉각적이고 신체화된 퍼즐을 가능하게 했음
- Tim Schafer는 실제로 그런 퍼즐을 여러 곳에 넣으려 했지만, 위치와 타이밍이 까다롭고 실패 피드백이 부족해 게임에서 가장 나쁜 퍼즐들이 됨
- SCUMM으로도 구현할 수 있었을 퍼즐조차 GrimE와 인터페이스 때문에 더 성가시게 느껴짐
- 막히면 어드벤처 게임의 마지막 수단인 “모든 것을 모든 것에 시도하기”를 하게 되는데, Grim Fandango에서는 Manny를 직접 이동시켜야 해서 훨씬 오래 걸림
- 화면에 보이는 인터페이스 요소를 없애고 3D 기반 몰입을 우선한 선택은 플레이어 경험을 해치는 지점에서도 유지됨
2015년 리마스터가 보여준 대안
- 2015년 리마스터판에는 SCUMM 어드벤처에 가까운 대체 포인트 앤 클릭 인터페이스가 추가됨
- 마우스 커서 추가가 퍼즐 설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지만, 퍼즐을 통과하는 고통은 크게 줄임
- 새 인터페이스는 GrimE 엔진 자체를 다시 프로그래밍하지 않고 엔진 내 Lua 스크립트만으로 구현된 것으로 알려짐
- 따라서 원작 출시 당시에도 옵션으로 넣을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음
- 많은 퍼즐은 Manny나 다른 캐릭터의 대사 한두 줄만 추가해도 답답함에서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었음
- 일부 힌트는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반복할 수 없는 대화 중 한 번만 지나감
- Part Four의 힌트가 Part One에만 있는 경우도 있음
- LucasArts가 한때 사용하던 외부 피드백 기반 개발 루프는 Grim Fandango 시점에는 이미 오래전 일이었음
출시 반응과 판매 논쟁
- Grim Fandango는 1998년 10월 마지막 주, Halloween과 11월 1일 망자의 날 직전에 출시됨
- 당시 게임 언론은 대체로 매우 호의적이었음
- 이야기, 캐릭터, 배경은 정당하게 칭찬받음
- 인터페이스와 퍼즐 설계 문제는 리뷰 말미의 짧은 문단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음
- 이런 반응에는 1990년대 후반 어드벤처 장르 전망이 어두워진 데 대한 업계 언론의 슬픔이나 집단적 죄책감, LucasArts가 과거 명작들로 얻은 호의가 작용함
- Grim Fandango는 Quake와 Starcraft 이후의 세계에서도 그래픽 어드벤처가 여전히 의미 있다는 증거처럼 다뤄짐
- 판매는 오랫동안 시장 실패로 알려졌지만, Tim Schafer는 최근 몇 년 사이 거의 50만 장에 가까웠다고 말함
- 실제 수치는 두 극단 사이일 가능성이 큼
- 해외 시장을 포함하면 25만 장 정도는 무리한 추정이 아니며, 이 정도면 큰 손실은 피했을 수 있음
- 그러나 LucasArts가 더 대담한 오리지널 어드벤처를 계속 만들 동기로는 부족했음
최종 평가
- Grim Fandango는 이야기와 세계만 보면 놀라운 작품임
- 스타일만 놓고 보면 1998년 어드벤처 게임 중 쉽게 최고로 꼽을 수 있음
- 그러나 게임을 다른 매체와 구분하는 핵심인 상호작용을 충분히 잘 처리하지 못함
- 리마스터판의 개발자 코멘터리에서도 게임플레이보다 조명, 대사 타이밍, 음악, Z-buffer 같은 요소가 더 많이 다뤄졌고, 퍼즐 설계는 부차적으로 취급되는 듯한 인상을 줌
- Tim Schafer가 한 퍼즐에 대해 “플레이어가 이 퍼즐을 어떻게 알아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대목은 리드 디자이너의 발언으로는 좋은 신호가 아님
- Grim Fandango는 고전이라기보다, 훌륭한 이야기와 세계를 갖췄지만 게임플레이가 그만큼 영감을 받지 못한 아쉬운 가능성으로 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