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P by GN⁺ | ★ favorite | 댓글 2개
  • 게르마늄 저항이 온도에 따라 지수적으로 변한다는 통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풍자적 학부 실험 보고서, 실제 물리 실험 형식을 빌려 좌절과 냉소를 그대로 드러냄
  • 초록에서 저항-온도 지수 관계를 "새빨간 거짓말" 로 규정하고, 장비 결함·교재 부실·시간 낭비를 핵심 결론으로 단언
  • 실험 과정에서 게르마늄 납땜의 어려움, 작동하지 않는 장비, 새는 액체질소 보온병 등 환경적 한계가 누적
  • 측정 데이터에서 지수적 의존성이 전혀 관찰되지 않음에도, 노이즈 위에 지수 곡선을 억지로 그려 넣어 그럴듯하게 꾸밈
  • 물리학 전공을 인생 최대의 실수로 규정하고 CS(컴퓨터과학) 전공을 택했어야 했다는 자조로 마무리

초록 (Abstract)

  • 게르마늄에서 저항이 온도에 지수적으로 의존한다는 통설을 "새빨간 거짓말" 로 규정
  • 이론적 모델링과 고된 실험 끝에 도출한 두 가지 결론: ① 장비가 형편없고 관련 교재들도 마찬가지로 부실, ② 이 실험 전체가 완전한 시간 낭비

서론 (Introduction)

  • 게르마늄 내 전자는 전하 운반자 밀도가 0인 "금지 영역(forbidden regions)" 으로 분리된 명확한 에너지 밴드에 갇혀 있음
  • 시료를 가열하면 전자가 비전도 밴드에서 전도 밴드로 도약, 측정 가능한 저항 변화 발생
  • 온도-저항의 지수 관계는 특정 온도 구간에서 성립하나, "1차 근사(to first order)" 라는 말로 얼버무리며 유도되는 식
  • 관련 교재는 비결합 조화 진동자 퍼텐셜을 임의 개수만큼 고려하고 극한을 취하는 등 난해하고 장황하다고 비판

실험 과정 (Experiment procedure)

  • 게르마늄 결정 상자에서 균열이 가장 적어 보이는 결정을 선택
  • Lab Handout 32의 figure 2b에 표시된 위치에 전선을 납땜했으나 게르마늄 납땜이 극도로 어려움
    • 솔더가 붙지 않고, solid state 연구실 대학원생들의 도움도 받지 못함
  • 뒤편에서 주워온 이류급 장비(second-rate equipment) 가 모두 작동하지 않아, 잘 갖춰진 연구실에서 부품을 몰래 가져와 교체
    • 학부생에게 고장 난 도구를 주고 결과가 안 나오는 이유를 모른다고 불평
  • 온도 제어를 위해 결정을 구리 막대(copper rod) 에 부착, 상단은 가열 코일에, 하단은 액체질소 보온병에 담금
    • 프로젝트 중반 보온병이 새기 시작 — 분기당 1만 달러를 내면서 5달러짜리 멀쩡한 보온병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

결과 (Results)

  • 2주간 직접 측정한 "100% 진짜 데이터"(Fig. 1)를 제시하나, 기대된 지수적 의존성이 전혀 보이지 않음
  • 데이터를 "쓰레기 더미"로 표현하며 시간 낭비라고 토로
  • 채점자가 그림만 볼 것이라는 기대에 기대어 노이즈 위에 지수 곡선을 임의로 그려 넣음
    •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피팅해 그럴듯함을 강화, 이 방식이 top quark 발견에 쓰인 과정과 같다고 비꼼

결론 (Conclusion)

  • 물리학 전공을 인생 최대의 실수로 규정
  • CS(컴퓨터과학) 전공을 택했어야 했다고 자조, 그랬다면 여전히 여자친구는 없었겠지만 적어도 돈은 많이 벌었을 것이라며 마무리

댓글과 토론

엉덩이라니...

Hacker News 의견들
  • 묘한 우연이지만, 나도 빠듯한 예산과 형편없는 장비로 같은 실험을 했고, 그럴듯한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최적 적합값을 구했음
    다만 결과에서 유효 숫자 네 자리까지 얻어냈고, 낡은 교과서보다도 개선된 결과였음
    격분한 글쓴이에게는 압도적 좌절이 인생을 규정하는 경험이 됐지만, 같은 상황이 나에게는 긍정적으로 인생을 규정하는 경험이 됐다는 게 재미있음
    같은 조건에서도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 빠듯한 예산도 때로는 좋은 일임. 전기전자공학은 학부 수업보다 고장 난 계측 장비 수리를 하면서 더 쓸모 있게 배웠음
      수업은 이론에 너무 치우쳐 있어서 실제 시제품을 만들 때는 아무것도 동작하지 않았고, 실험실 기술자들조차 이유를 몰랐음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돌아다니며 다른 학생들의 비틀거리는 졸업 프로젝트를 고쳐주는 데 썼음. 삶은 거기서 무엇을 얻어내느냐에 달려 있음 :)
    •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모두 같은 곳, 즉 HN에 도착함 :)
      나는 실험 수업을 정말 좋아했고, 예측이 눈앞에서 맞아떨어지는 걸 보면서 처음으로 흥미가 생겼음
      다만 무엇에 뛰어드는지 알고 있어야 함. 실험은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들고 준비도 필요함
  • 꽤 웃김
    저온 응집물질 실험을 가르쳐본 입장에서, 성적의 큰 부분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찾아내고 그것을 보정하거나 최소한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데 있음
    학생은 실험 구성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줬어야 함. 어떤 장비를 썼는지, 4단자 저항 측정인지 2단자 측정인지, 저항률인지 저항인지, R_0가 무엇인지, 왜 실험이 안 됐다고 생각하는지 같은 것들임
    내가 보기엔 배선을 잘못해서 잡음만 측정한 듯함

    • 학부 실험의 목적은 결과를 얻는 게 아니라 실험실에서 일하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고 이해함
  • 예전에 필수였던 “고급 실험물리학 실험 학기”가 딱 이랬음. 한 학기 동안 저 글에 나온 수준의 서로 완전히 다른 실험을 14개쯤 해야 했고, 장비는 낡아서 실험 중에 고장 났으며, 의욕이 별로 없는 박사과정생이나 박사후연구원이 조교였음
    14개 실험 중 제대로 동작해서 기대한 결과가 나온 건 두 개뿐이었음
    이 경험 덕분에 나는 곧장 이론물리학과 제한된 반도체에서의 전자 동역학 및 빛-물질 상호작용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갔음. 양자점, 그래핀 같은 것들이었고 재미있었음
    지금은 그런 일로는 먹고살 수 없어서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고 있음

    • “실험 중에 고장 나는 낡은 장비”는 배움의 기회로 봤음. 어떤 접착제가 극저온을 견디는지, 증폭기 퓨즈를 어떻게 갈아 끼우는지, 더 복잡한 전자장비 임시 수리는 어떻게 하는지, 빌릴 장비가 있는 사람을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배움
      연구실에 돈이 넘치지 않는다면 이런 건 실험가에게 귀중한 기술임
      돈이 넘쳐도 멋진 새 장비를 사려면 최소 8주가 걸리지만, 복도 끝 알맞은 선반에서 몰래 가져오는 건 5분이면 되고 점심 전에 결과를 낼 수 있음
      “의욕이 별로 없는 박사과정생이나 박사후연구원 조교”는 내가 가르친 곳 어디서나 안타까운 현실이었음
      한 학기에 같은 내용을 14번 가르치는 건 재미가 없고, 가르치는 걸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은 그걸 알기 때문에 가능한 강의, 세미나, 튜토리얼, 연습수업 같은 것을 맡음. 매주 새로운 걸 가르치고 같은 학생들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쪽을 고르는 것임
    • 물리학 교육과정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잘 이해가 안 됨. 시간이 갈수록 발견된 물리는 점점 늘어나는데 공부할 시간은 그대로임
      진짜 뭔가를 하려면 필요한 수학과 물리를 배우기에 4년은 부족함. 영어 작문, 파티, 실연 같은 다른 중요한 일은 빼고도 그렇다
    • “실험 중에 고장 나는 낡은 장비”가 오히려 실제 연구실 조건에 더 가깝지 않나?
      비행기에서 대기 샘플링을 하던 NASA 과학자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비싼 샘플링 과정 중 장비 문제가 생기면 직접 대응하려고 장비와 함께 탑승해야 했음
      기억이 맞다면 하와이에서 뉴질랜드로 가는 개조 747기였음
    • “한 학기 동안 저 글에 나온 수준의 서로 완전히 다른 실험 14개”라니, 아직도 남아 있는 졸업 실패 악몽은 그 과목을 끝내지 못했다는 내용임. 나는 실험가였는데도 그랬음
      “이 경험 덕분에 곧장 이론물리학으로 갔다”는 것도 이해됨. 내 거의 다루기 힘든 논문 실험을 맡았던 여름 학생은 즉시 이론으로 전향했음
    • 와, 대학원 지원까지 1년도 안 남았고 학부 연구 경험이 거의 비슷한 분야인데, 나는 이론 쪽이 잘 맞음
      박사과정을 했는지 궁금함. 했다면 지금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보나?
  • 원 출처는 Kovar, L. “Electron Band Structure In Germanium, My Ass.”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 vol. 7, no. 3, May/June 2001, p. 4, https://web.archive.org/web/20010620051228/http://www.improb...

  • 이 글은 아마 1999년쯤 나온 것 같음. 이후 글쓴이는 컴퓨터과학 석사와 박사를 받았음
    나도 대학 생활 끝무렵 비슷한 고난과 좌절을 겪었고, 결국 실험가들과 기술 스태프에게 가장 큰 존경심을 품고 떠났음
    [0]https://pages.cs.wisc.edu/~kovar/cv.html

  • 내가 학교 다닐 때 물리학과에서 돌아다니던 것 중 가장 웃긴 글 중 하나였음. 2007년보다 오래된 건 확실하고, 기억으로는 1998년이나 1999년쯤임

  • 관련 글:
    Electron Band Structure in Germanium, My Ass - https://news.ycombinator.com/item?id=30690075 - 2022년 3월, 댓글 1개
    Electron Band Structure in Germanium, My Ass (2001) - https://news.ycombinator.com/item?id=16360479 - 2018년 2월, 댓글 38개
    Electron Band Structure In Germanium, My Ass - https://news.ycombinator.com/item?id=2513293 - 2011년 5월, 댓글 97개

  • 꽤 웃기지만, 소름 끼치게 사실처럼 느껴진 부분은 이거였음:
    “물리학을 택한 건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했어야 했다. 그래도 여자는 없었겠지만, 적어도 돈은 굴러들어왔을 텐데.”
    학계 보수가 더 나았으면 좋겠음

    • 보수만 문제가 아님. 대학원생과 아직 종신재직권을 얻지 못한 교수에게 가해지는 압박도 엄청남
      “Prof. Hardass Slavedriver”가 썼다고 전해지는 어두운 유머의 “A (de)motivational letter”가 그걸 잘 요약함: https://lifesciencephdadventures.wordpress.com/2013/01/04/a-...
  • 이게 실제라면 그는 꽤 고품질의 잡음을 측정한 것처럼 보임
    저항률이 5도 사이에서 2배로 뛰고, 일정한 온도에서 그대로 유지될 리가 없음. 본인 고백 기준으로도 그게 가장 수상함
    제대로 하면 이런 그림이 나옴
    https://pdfs.semanticscholar.org/3753/2b8a21825d66633f33684a...

  •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는 재미있는 웹사이트 링크나 복붙한 농담으로 가득한 Word 문서를 이메일로 돌려보내곤 했음
    응용물리학 학위를 중도 포기한 입장에서 이 글은 내가 좋아하던 글이었음. 계속할 의지를 꺾어버린 “마지막 한 방” 같은 광학 실험의 기억이 있었기 때문임
    장비는 끔찍했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서툰 파트너와 짝이 됐음. 3학년 현장실습 학기 때 그는 고용주에게서 완전히 부정적인 평가만 받은 유일한 학생이었고, 요약은 “고용 불가”였음. 아마 화재도 냈던 것 같음
    광섬유 케이블을 벗겨 레이저 앞에 고정할 때마다 온 우주가 힘을 합쳐 잘 부서지는 유리 코어를 깨뜨리려는 것 같았음
    마침내 모든 걸 정렬하고 기쁘게 측정했을 때, 나 역시 잡음 사이에 선을 그리는 결과가 나왔음. 사실 아직 이 글을 다시 읽지도 않았는데, 15년 넘게 못 봤어도 그 문장에서 크게 웃었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