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에 인간의 가치를 옹호하는 논리가 대부분 인간-AI 능력 격차에 기대고 있으나, 이 격차가 좁아지면서 논리 자체의 토대가 흔들림
- "인간은 고품질 결과물을 낼 때 가치 있다"는 결론은 특정 시점 모델의 벤치마크 점수에 종속되어 미래에 유지될지 불확실함
- 조건을 다는 대신 "인간은 소중하다"는 확고한 명제를 그대로 선언하는 편이 견고함
- 창작물의 질은 의도와 형식 두 요소로 나뉘며, 가치 논의가 의도를 간과한 채 형식에 치우쳐 있음
- 생성형 AI의 문제점은 명확한 의도 없이 형식만 너무 쉽게 만들어내는 데 있으며, 수작업에서는 발생하기 어려운 실수임
- 인간과 인간의 창작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에는 다소 기묘한 논리들이 존재함
"인공지능 시대에도 특정 역할에는 여전히 인간이 적합함. 그 이유는 인공지능이 그 역할에 필요한 작업을 결코 수행할 수 없기 때문 또는 인간이 적어도 더 잘 해낼 수 있음"
"인간과 인공지능의 결과물이 비슷해 보일지라도, 인공지능이 재현할 수 없는 미묘한 스타일적 차이 때문에 인간의 결과물이 더 우수함. 적어도 인공지능은 그러한 스타일을 일관되게 재현할 수 없음"- 골대 밑부분에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인해 생긴 긁힘 자국을 생각해 볼 것.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는 데는 28일이 걸림
- 이러한 사고방식은 결국 "인간은 고품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가치가 있다"는 결론으로 귀결됨
- 이 주장은 현재 존재하지만 점차 좁아지고 있는 인간과 AI 간의 능력 격차에 위험하게 의존함
- 과거(2023년 당시의 ChatGPT)에는 분명히 그 격차가 존재했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 하지만 미래에도 그 격차가 유지될지는 알 수 없음
대신 생각해 볼 것
"인간은 소중하다."
- 그냥 이렇게 말해도 됨. 본인도 인간이기에 그렇게 하기를 권함. 굳이 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음
- 이 말은 특정 시점의 최첨단 모델이 최근 벤치마크에서 얻은 점수에 좌우되지 않는, 확고하고 확실한 명제임
"품질"의 특징
- 창작물의 질은 어떻게 측정할까?
- "효과적인가요? 의도한 바를 달성했나요 ?"
- 이 질문은 품질의 두 가지 하위 요소, 즉 의도와 형식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내포함
- 창작물의 가치에 대한 많은 논의들이 의도를 간과한 채 형식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음
- 창조는 의도를 형태로 응축하는 과정
- 의도는 대개 결과물의 형태에 불가분하게 내재되어 있음
- 인간은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와 충분히 일치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때로는 매우 공들여) 자신의 창조물을 다듬고 재구성함
- 생성형 인공지능의 특이한 점은 최소한의 의도만으로도 실질적인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달성하려는지에 대한 명확하지 않은 정신적 모델을 가지고 작업에 임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음
"상사에게 보낼 사직서를 써줘." "음… 그럴듯하네."
- 어쩌면 "AI 슬롭(AI slop)"이라는 표현은 형식에 담긴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름
- 그런 정의에 따르면 인간 역시 슬롭을 만들어낼 수 있음
- 생성형 AI는 단지 의도 없는(intentless) 형식(form)을 만들어내는 진입 장벽을 낮췄을 뿐
- 의도는 프롬프트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산문 텍스트의 경우엔 잘 만들어진 프롬프트는 이미 의도된 형식(intended form) 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음
- 최근 인간 소통을 중재하기 위해 LLM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논의에서 친구 톰 허드슨이 말하길
"LLM을 이용해서 이메일을 쓰려면 차라리 프롬프트를 보내주는 게 훨씬 낫겠어. 그러면 네가 실제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
- 생성형 인공지능의 문제점은 명확한 의도 없이도 형태가 너무 쉽게 나타난다는 점임. 이러한 실수는 수작업으로 만들 때는 발생하기 어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