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장: 죽음의 붉은 고리 (The Red Ring of Death)

* Xbox 360은 경쟁 제품이던 Playstation 3를 능가하기 위해, CPU 등을 직접 설계하여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기성 제품이 아닌 부품의 준비가 늦어지게 되자, 개발 및 생산의 다른 분야에서도 연쇄적인 지연이 발생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출시 9개월 전인 2005년 2월이 되어서야 겨우 주문한 CPU가 처음 도착하였다. 그래서 개발팀은 디자인 수정 및 생산 라인 준비를 동시에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 Xbox 360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하자 불량이 발생하는 사례가 속출하였다. 제품 100개를 생산하면 고작 50~60개만 QC(품질검사)를 통과하였다. 설계가 잘못된 건지, 아니면 테스트 절차가 잘못된 건지 판단할 시간도 없어서 일단 불량품은 한 곳에 쌓아두고 있었다. 이를 “뼈 더미”라고 불렀는데, 가장 많을 때는 불량품이 60만 개를 넘겼다.
* 정확한 문제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하여튼 엔지니어들은 몇 달만에 문제를 해결하고 대량생산을 진행하여 정해진 일정에 출시할 수 있었다. 이는 크리스마스 전의 놓칠 수 없는 대목이고, 동시에 Playstation 3가 출시되기 1년 전이었다. Xbox 360은 적절한 시기에 399달러라는 적절한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경쟁 제품인 소니의 Playstation 3는 블루레이 디스크 재생이 가능한 고급 엔터테인먼트 기기였지만, 북미에서의 판매 가격이 599달러에 이르렀다. 그래서 Xbox 팀은 경쟁사의 가격 책정에 안도하였다.
* 그런데 2006년 6월경부터 이전에는 본 적 없는 새로운 종류의 문제가 인터넷 게시판에서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Xbox 360이 고장나는 사례가 자꾸 보고되는 것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전원부 주변에 한쪽이 뚫린 붉은 고리 모양의 불빛이 깜빡거린다는 것이었다.
* Xbox 360에는 컨트롤러의 Xbox 로고 및 전원부 주변에 4분할된 고리 모양의 LED 불빛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었다. 원래는 함께 모여 게임을 할 때 각자 잡고 있는 컨트롤러를 구분하기 쉽게 하기 위한 기능이었지만, 무언가 문제가 있을 때 빨간색으로 표시를 하는 기능도 있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를 “코어 디지털 에러”라고 부르는데, 비유하자면 자동차의 엔진 점검 표시등과 같았다.
* 제품 고장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교체 기기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도 늘어났다. 더 큰 문제는 교체받은 기기에서도 동일한 증상이 반복되었다는 것이었다. 사용자들은 제품 교체를 위한 반송 상자를 ‘골판지 관짝’(Cardboard Coffin)이라고 불렀다.
* MS는 해당 문제의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한 제품의 옆면이 뜨거워지는 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발열이 원인일 것으로 보는 사용자들이 대다수였으나, 정확한 원인이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은 이 다큐멘터리 공개 전까지는 없었다.
* 사실, 당시에는 MS도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고장 원인을 오판하고 뼈 더미에 있는 제품을 고친 뒤 그걸 교체품으로 사용자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그렇게 보낸 제품들이 다시 고장나는 것을 보고서야 문제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고장의 원인을 계속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채 생산을 일시 중단하고야 말았다.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밝히는 데는 몇 달이 걸렸다고 한다.
* 이 고장의 근본 원인은 (다들 추정했던 것처럼) 소위 말하는 냉납(Cold Solder Joint) 현상이 GPU(Graphics Processing Unit) 쪽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제품이 켜졌다 꺼질 때마다 GPU 칩에서 많은 열이 발생하였다 식는데, 이게 반복되면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납땜 부위에 열응력(Thermal Stress)이 가해져 금이 가거나 아예 접촉이 끊어지는 것이다.
* 원인은 알아내었지만, 이걸 고치는 것도 문제였다. 제품을 리콜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었다. 판매 손실까지 고려하면 지불해야 할 총 비용은 11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스티브 발머는 이 비용 지불을 즉각 승인하였다. 만약 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더라면 Xbox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MS는 모든 Xbox 360의 보증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렸으며, 이 문제로 인한 제품 교환은 2011년까지 이어졌다.
* Xbox가 재기할 수 있었던 데에는 2가지 요인이 있었다. 유명한 게임 타이틀들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과, 프로그래밍하기 쉬운 콘솔에 대한 게임 개발자들의 지지가 그것이었다. 예를 들면 2006년 11월 7일 출시된 기어스 오브 워는 발매 당시 기종을 막론하고 가장 뛰어난 그래픽을 구현한 게임으로, 2주만에 백만 장이나 팔리며 하드코어 게이머에게 크게 어필하였다. 그 외에도 매스 이펙트, 스플린터 셀, 콜 오브 듀티, 포르자 등 이름만 들어도 다들 아는 게임 시리즈를 확보하고 있었다.
* 2007년 9월 25일, 헤일로 3의 판매가 개시되었다. 첫 하루 동안에만 1억 7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려 일일 수익 신기록을 세웠다. 모든 것이 잘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 Xbox 팀의 수장이었던 피터 무어(Peter Moore)는 EA 스포츠로 이직하기로 하였다.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Xbox 팀의 수장으로는 EA의 전 사장이었던 돈 매트릭(Don Mattrick)이 임명되었다.
* 돈 매트릭은 Xbox의 사용자 폭을 더 넓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서는 Xbox가 좀 더 일상적인 체험에 쓰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영화를 확보하기 시작했으며, 당시에는 우편 DVD 대여 업체였던 넷플릭스(Netflix)에 Xbox를 통해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안하였다. 이것이 넷플릭스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 서비스도 Xbox로 쓸 수 있게 하였다.
* 한편, 게임 업체의 또다른 강자인 닌텐도는 2006년 연말연시에 Wii를 출시하여 큰 반향을 일으킨다. 움직임을 기반으로 신체활동을 통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은 참신하였으며, 건강 관리에도 도움이 되었다. 닌텐도가 이런 방식으로 노인과 여성, 부모와 자식 등 전통적으로 게이머가 아닌 사람들을 공략하는 것을 보고, 빌 게이츠는 Wii 리모콘을 베끼지 않으면서도 비슷한 것을 하고 싶어했다.
* 돈 매트릭은 아예 손에 아무런 컨트롤러도 쥐지 않고 카메라를 통해 동작을 기록하여 직관적으로 게임을 조작한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었다. 그래서 TV 쪽에 붙일 수 있는 적외선 기반 모션 컨트롤러인 키넥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걸 만들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기술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키넥트는 2010년 11월 4일 처음 발매되었는데, 2달만에 8백만 개 이상 판매되었다. 이 센서는 진지한 게이머에게는 별로 흥미를 주지 못했지만, VR/AR 연구 등에는 큰 영향을 주었다. 요즘 키넥트는 대체로 게이밍 이외의 분야에서 사용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