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장: XBox는 시들해졌나? (And It Didn't Turn On)

* Xbox는 2001년 11월에 출시될 예정이었는데, 공개 후 고작 18개월만에 제품 개발을 마치고 대량생산하여 판매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5~7년 정도 걸리던 일반적인 콘솔 게임기 개발 기간에 비하면 미친듯이 짧았다. 설상가상으로 지금껏 이 프로젝트를 이끌던 릭 톰슨이 퇴사하였다.
* 그래서 로비 바흐(Robbie Bach)가 프로젝트 리더가 되었는데, 그는 이 기간을 “최악의 18개월”이라 하였다. 젊은 괴짜(Nerd)밖에 없는 팀에서 유일하게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맡았고, 게임을 해본 적조차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배워 나가느라 실패가 잦았으며, 무엇보다도 일정 압박이 심했다.
* 처음에 4명으로 시작했던 팀은 수천 명 규모로 불어났기 때문에, MS 본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밀레니엄 캠퍼스로 이사하였다. 팀원들이 업무시간 뒤에도 퇴근하지 않고 모여서 게임을 하는 (별로 건강하지 않은)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마치 대학 기숙사 같은 분위기였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한 적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다들 젊고 열정 넘치며 자유로웠다. 이는 여타 다른 MS 조직의 분위기와는 이질적이었다.
* 첫번째 마일스톤은 2001년도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였다. Xbox는 기존에 MS가 만들던 인체공학 위주의 주변기기와는 완전히 다른 분류의 제품이었으므로 디자인을 결정하는 것 또한 어려웠다. 최종 결정된 디자인은 마치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자동차 엔진 덮개처럼 보였다. 또한 CES에서 더 락(Dwayne Johnson)을 데려와 빌 게이츠와 만나는 장면을 연출하여, 기술적으로는 보여준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데 성공했다.
* 게임기와 동시에 출시할 게임 타이틀을 확보하는 것도 난관이었다. 출시까지 시간이 촉박하였으므로 처음부터 새로운 게임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북미, 유럽, 일본의 게임사들을 돌며 현재 개발 중인 게임을 Xbox용으로 출시하도록 설득하였다. 돌이켜보면 GTA 3의 가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놓치는 등 아까운 실수도 있었지만, 헤일로를 Xbox 독점 출시 타이틀로 확보한 것처럼 큰 성과도 있었다.
* 그 당시 FPS(First-Person Shooter)는 키보드 및 마우스로만 할 수 있는 PC 전용 게임 장르로 여겨졌으나, 헤일로의 성공은 콘솔 게임기 컨트롤러로도 충분히 FPS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의미가 있었다.
* Xbox의 컨트롤러는 처음부터 너무 크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수정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 2001년 5월 17일의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 행사 또한 중요한 마일스톤이었다. 제품 출시 이전 대중이 실질적으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첫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아침 8시에 제품을 발표하는데, 발표 중에 전원 스위치를 눌러도 제품이 켜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킬러 타이틀 기대작인 헤일로의 데모 버전은 프레임 레이트가 너무 낮아 뚝뚝 끊기는 것이 눈에 보였다. 명백한 위기 상황이었다. 로비 바흐는 이 일로 사직서까지 냈지만,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는 이를 반려하였다.
* 무리한 출시 일정으로 데스마치(Death march)가 이어졌다. 그러나 연말연시를 놓치면 한 해를 날리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세계 각국의 규제를 통과하는 과정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부품 공급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였다.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다. 그러나 결국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품을 출시하는 데 성공하였다.
* 오리지널 버전의 Xbox는 2001년 11월 15일 뉴욕 타임스 스퀘어의 토이저러스 매장에서 처음 출시되었다. 빌 게이츠는 출시 현장에서 처음으로 Xbox를 구매한 20살 고객 에드워드 글럭스먼(Edward Glucksman)에게 직접 제품을 건네며 자신이 대신 돈을 지불했다. 그는 Xbox를 구입하기 위해 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타고 뉴욕에 왔는데, 귀가할 때는 리무진을 타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