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장: 밸런타인데이 대참사 (The Valentine's day Massacre)

* 릭 톰슨은 1987년부터 MS 하드웨어 부문에서 일했던 사람이었지만, 콘솔 게임기 제조는 MS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었다.
* 콘솔 게임기는 소니, 닌텐도, 세가 등 일본 회사들이 점유하던 시장이었고, 그들은 게임기 자체는 손해 보면서 팔되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로 수익을 얻고 있었다. 만약 MS가 이 시장에 뛰어든다면 사업 초기에는 20억 달러를 손해 볼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 이후의 불확실한 수익을 위해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었다.
* 처음에는 하드웨어 생산을 위해 다른 PC 생산 업체와 협업하려 했으나, 협업에 나서는 회사가 아무도 없었다. 콘솔 게임기에서 하드웨어는 손해 보면서 파는 것이라는 점을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직접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했지만, 경험도 없는 데다 주어진 일정이 촉박하였다. 하다못해 닌텐도를 인수할까 하는 시도까지 했지만, 닌텐도는 회사를 전혀 팔고 싶어하지 않았으므로 무산되었다.
* OS 준비도 문제였다. Windows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너무 무거운 데다가, 다른 팀에서 간섭할 가능성도 높았다. 예를 들어, Office 팀은 Xbox에서 MS Office를 실행시킬 수 있는지 물어왔다. 그래서 Xbox 팀은 Windows NT 커널만 떼어다 개조해서 사용하고 싶었으나, Windows 팀에서는 그걸 공유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자 Xbox 팀은 한밤중에 서버에서 Windows 소스 코드를 훔쳐와서 필요없는 부분은 다 잘라내거나 재작성하여 Windows NT 커널의 극히 작은 부분만 남겨 사용했다. 이건 빌 게이츠나 스티브 발머의 허가를 받지 않은 행동이었다.
* 2000년 2월 14일 오후 4시경, Xbox 프로젝트의 진행 가부를 결정할 최종 회의가 열렸다. Xbox에서 Windows가 있는 그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빌 게이츠는 분노하여 오랫동안 미친 듯이 화를 내었다. 그러나 소니의 위협에 관해 누군가 지적하자 빌 게이츠는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스티브 발머와 함께 5분만에 프로젝트 진행을 결정하였다. 프로젝트 초기 개발자금으로 10억 달러를 승인받았다.
* 게임기의 성공을 위해서는 게임 타이틀을 제작할 개발자들의 지지 또한 얻어야 했다. MS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의 성공으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비롯한 일부 PC 게임에 경험이 있었지만, 콘솔 게임기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완전히 다른 고객층이었다. 그런 고객들은 MS가 게임 사업을 하고 있다고 인식하지조차 않았다.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콘솔용 게임을 제작하는 개발자들을 확보해야 했다.
* 게임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 2000에서 발표를 하려면 먼저 시연용 프로토타입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통짜 알루미늄을 깎아 18kg이나 되는 커다란 X자 형태의 프로토타입 기기를 만들었으나, 내부는 엉망진창이었다. 2000년 3월 20일 발표 당일, 행사장으로 운반된 프로토타입 3대는 모두 고장나서 동작하지 않았다. 급히 현장에서 기판을 납땜하여 수리한 끝에, 간신히 빌 게이츠와 여러 청중 앞에서 프로토타입 Xbox로 돌아가는 DirectX 8의 각종 고급 기술 데모를 보여줄 수 있었다. 다행히 물리 엔진이나 사실적인 물 표현 등을 통해 개발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데 성공하였다.
* 프로젝트의 작명도 문제였다.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재미없는 회사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MS로서의 이미지를 환기시키지 않을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수백개의 작명 후보들이 모두 영 시원찮았고, 결국 프로젝트의 코드명이던 XBox를 그냥 그대로 브랜드명으로 쓰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