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ker News 의견
  • 어떤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음
    이런 동물을 precocial 동물이라 부르며, 태어나자마자 걷는 법을 알고 있음
    예를 들어 망아지는 태어난 지 한 시간 안에 일어서고, 하루가 지나면 무리와 함께 달릴 수 있음
    하지만 눕는 법은 본능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아, 처음엔 어색하게 쓰러지듯 눕는 모습을 보게 됨
    말, 비버 같은 설치류는 이런 유형이고, 돼지는 그렇지만 원숭이는 아님. 진화적 계통과는 크게 관련이 없음

    • Labrador retriever의 흥미로운 사례가 있음
      이들은 St Johns Water Dog에서 유래해 물에 적응된 특징(수달 꼬리, 기름진 털, 물갈퀴)을 가짐
      일부 라인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수영을 잘하지만, 자신이 수영할 줄 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함
      그래서 물가에서 망설이다가 우연히 빠지면 곧바로 수영하며 즐거워함
      다만 모든 Lab이 그런 건 아니며, 특히 사냥용 Lab은 물 적응 훈련이 필요하므로 전문가의 지도가 중요함
    • 아이를 키우며 “다른 동물이라면 이 나이에 뭘 할까?”를 생각하는 게 놀라움
      3일 된 말은 걷고, 3살 된 호랑이는 이미 어미가 됨
      하지만 인간은 6살쯤 되면 다른 어떤 동물도 하지 못하는 정신적 능력을 보임
    • 아기에게도 태어날 때부터 걷는 본능이 있음
      다리 힘이 부족해 실제로 걷지는 못하지만, 들어 올리면 걷는 동작을 함
      이 본능은 3개월쯤 사라지고, 1년쯤 되어 다시 ‘재학습’함
      만약 중력이 훨씬 약한 행성이라면 인간도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을 것 같음
    • Andrej Karpathy가 말하길, 책을 읽는 건 내용을 외우는 게 아니라 뇌를 프롬프트하는 행위라고 함
      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준비된다는 개념도 실제로는 ‘기능적 준비’보다는 학습의 시작 시점 차이일 수 있음
      인간 아기도 태어나자마자 수영 반사(reflex)가 있으니, precocial과 non-precocial의 구분은 모호할지도 모름
    • 내가 살던 집 주변에는 파란 꼬리를 가진 skink가 많았음
      새끼들도 태어난 지 며칠 안 돼서 이미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벽 틈으로 몸을 미끄러뜨리는 법을 알고 있었음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같은 행동을 하는 걸 보면, 이건 명백히 본능적 행동 패턴
  • 인체의 불수의근과 신경은 이미 ‘사전 구성(preconfigured)’되어 있음
    심장은 배우지 않아도 뛰며, 대부분의 생리적 기능이 이런 식으로 작동함

  • 관련 논문은 Nature Neuroscience 2025에 실린
    “Preconfigured neuronal firing sequences in human brain organoids”임

  • 기사 제목이 오해의 소지가 있음
    실제 연구는 organoid 세포의 발화 패턴이 뇌의 기본 모드 네트워크와 유사하다는 내용임
    이는 ‘펌웨어’나 ‘사전 명령’의 증거가 아니라, 뉴런들이 상호작용하며 자연스러운 패턴을 형성한다는 의미임
    즉, organoid가 뇌 연구의 모델로 쓸 수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실제 적용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임

    • 인간의 뇌 이야기만 나오면 다들 자기 관심사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음
  • 이 연구는 “지각은 통제된 환각”이라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임
    감각 입력은 진화적으로 형성된 예측 처리(predictive processing) 를 보정하는 역할에 불과함

  • 인간의 DNA는 약 1.5GB의 정보만으로 뇌와 몸 전체를 구성함
    이 작은 정보량으로 복잡한 신경망과 행동이 만들어진다는 게 믿기 어려움
    단순한 비트 크기로는 설명되지 않는 신비로움이 있음

    • 이를 거대한 메타프로그램으로 생각하면 조금 이해가 됨
      DNA는 조건문 덩어리처럼 작동하며, 스스로 프로그램을 생성하고 상호작용함
      인간은 이런 자기 구성형 프로그램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움
    • Nature 영상에 따르면, 심장의 첫 박동은 무작위 전기 신호가
      세포 간 파동으로 확산되며 자기 유지적 리듬을 형성하기 때문임
      즉, 복잡한 ‘소프트웨어’ 없이도 자기조직화된 특성으로 작동함
    • 80년대 게임 River Raid처럼, 유전자는 세부 데이터를 저장하기보다
      몇 가지 규칙과 시드(seed)만으로 복잡한 결과를 생성하는 구조일지도 모름
      우주도 이런 단순 규칙에서 비롯된 창발적 현상일 수 있음
    • 하지만 인간의 뇌는 DNA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음
      양육, 언어, 사회적 상호작용 같은 외부 자극이 필수적임
      인간을 고립시켜 키우면 DNA만으로는 인간다운 사고가 형성되지 않음
    • 프로그래밍 세계의 procedural generation처럼,
      아주 적은 코드로도 복잡한 음악과 그래픽을 만드는 사례가 있음
      예를 들어 64KB 데모64k-scene 갤러리처럼
      인간의 발달도 이런 압축된 생성 규칙의 결과일 수 있음
  • 신생아들만 있는 섬에서 사회가 형성된다면 어떨까 하는 사고 실험이 흥미로움
    물론 인간 아기는 성인 없이 생존할 수 없지만, 병아리는 그렇지 않음
    병아리는 태어나자마자 완전한 행동 패턴을 보임
    만약 인류가 ‘하드 리부트’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됨
    (농담이지만, 아기들을 화성에 보내 생태 실험을 중계하면 답이 나올지도 모름)

    • 실제로 피지에서 ‘닭소년 사건’이 있었음
      닭과 함께 자란 아이가 닭처럼 행동하고 울었다고 함.
      인간의 행동 형성에 환경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사례임
  • Geoffrey Hinton이 Jon Stewart와의 대화에서
    뉴런을 패턴을 감지해 ‘핑’하는 존재로 비유한 게 인상 깊었음
    뉴런들이 서로 “내가 이 신호 받았어” 식으로 소통하며 역할을 나누는 듯함
    이런 사전 통신 구조가 감각 입력 이전에도 존재할 수 있음
    기사에서는 단순한 ‘핑’이 아니라 시간 기반의 복잡한 발화 패턴이라 하니 더 설득력 있음

  • 오래전부터 no-free-lunch 정리로 이런 개념이 증명되어 있음
    학습이 가능하려면 세상에 대한 유용한 사전 지식(prior) 이 필요함
    뇌는 이 전제를 생물학적으로 구현한 것임
    즉,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학습 가능한 구조로 ‘사전 구성’되어 있음

    • 사전 지식(prior) 은 매우 작을 수도 있음
      하지만 인간 뇌가 어떤 가정들을 내재하고 있는지는 아직 연구 중이며,
      이를 AI에 적용하기엔 갈 길이 멀음
  • “이 개념은 칸트가 이미 말했다”는 의견이 있었음
    Kant on Reason –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 철학 교수에게 “이 개념이 처음 나온 게 언제냐”고 물으면
      플라톤에 있지 않나?”라고 답하는 게 안전하다고 들었음
      Innateness in Philosophy – Plato to Aristotle
    • 그렇다면 결국 니체의 관점주의(Perspectivism) 로 돌아가는 셈임
      실험은 그 자체의 전제에 의해 한계가 정해짐
    • 하지만 칸트의 입장은 다름
      뇌는 경험적 대상이므로, 순수 직관과 범주는 경험 이전의 선험적 구조
      따라서 뇌 관찰로부터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는 없으며,
      경험 이전의 인식 조건만을 논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