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머릿속에 파인만은 해요체를 쓰지 않습니다.

고이치 군,

그대가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네. 하지만 그대의 편지를 읽고 보니, 그대가 참으로 슬퍼하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네.

아마도 그대의 스승이, 무엇이 가치 있는 문제인가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것이 아닌가 싶네. 진정으로 가치 있는 문제란, 그대가 실제로 해결할 수 있거나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문제일세.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라 하더라도, 그대가 거기에 한 걸음이라도 나아갈 수 있다면, 그 문제는 충분히 위대하다네.

그러니 그대가 말한 바와 같이 단순하거나 '하찮은' 문제라도, 그대가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택하도록 하게.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쁨과, 능력이 덜한 동료의 물음에 답을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잃지 말게나. 그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니라.

그대가 나를 만났을 때는, 내가 경력의 정점에 있을 때였지. 아마도 나는 신들만이 다루는 문제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을 걸세. 하지만 같은 시기, 나의 또 다른 박사과정 학생이 다루던 문제는, 바람이 바다 위에서 어떻게 파도를 일으키는가 하는 것이었네. 그가 스스로 선택한 문제였기에 나는 그를 받아들였지.

그러나 그대에게는 내가 문제를 주었고, 그대가 진정으로 흥미를 느끼거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주제를 스스로 고르지 못하게 하였구나. 그것은 나의 잘못이었고, 미안하게 생각하네. 이 편지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것을 바로잡고자 하네.

나는 지금까지 그대가 ‘하찮다’ 여길 만한 문제들도 수없이 다루었네. 예를 들면, 고도로 연마된 표면의 마찰 계수를 측정하려 한 실험(결국 실패하였지만), 결정의 탄성이 원자 간의 힘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가, 금속을 플라스틱 물체에 부착하는 법(예: 라디오 조절기), 중성자가 우라늄을 통해 어떻게 퍼지는가, 유리 표면의 박막이 전자기파를 어떻게 반사하는가, 폭발에서 충격파가 어떻게 생기는가, 중성자 계수기 설계, 특정 원소가 왜 L-오빗의 전자는 잡아먹으면서 K-오빗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문제, 종이를 접어 만드는 일종의 장난감(플렉사곤이라 하네), 경핵의 에너지 준위, 그리고 수년간 시도했으나 실패한 난류 이론 등등...

이처럼 소위 '작은' 문제들도 때로는 즐거움과 만족을 주었고, 그 덕에 나 자신도 성장하였다네. 물론 그 외에 보다 ‘거창한’ 양자역학 문제들도 있었지만 말일세.

진정 중요한 것은, 그대가 실제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문제라면, 그 크기나 외양은 중요치 않다는 사실일세.

그대는 자신을 이름 없는 사람이라 하였지. 그러나 그대는 그대의 아내와 자식에게는 결코 무명의 존재가 아니네. 그리고 동료들이 질문을 들고 그대의 사무실을 찾아와, 그대가 그것에 답을 줄 수 있다면, 머지않아 그대는 그들 사이에서도 이름 있는 사람이 될 것이네. 나에게 있어서도 그대는 무명의 이가 아니네.

부디 자신을 그렇게 여기지 말게. 젊은 시절의 순진한 이상이나, 스승의 기준을 잘못 짐작하여 만든 허상을 기준 삼지 말고,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 자신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공정히 평가하길 바라네.

그대의 앞날에 행운과 행복이 함께하길 빌며.

리처드 P. 파인만 드림